[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중국산’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중국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3.18 10:45
  • 호수 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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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나한테 한국어를 배우는 중국 학생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볼펜을 선물했다가 혼났어.”

10여년 전 필자의 은사님은 이런 말을 했다. 서울의 모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던 그는 열심히 따라오는 중국 학생들이 기특해 볼펜을 하나씩 선물로 건넸다. 학생들은 처음엔 환한 미소를 짓다가 볼펜을 들여다본 뒤 곧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는 것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메이드 인 차이나’잖아요”였다는 것이다.

당시만 우리나라에서는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중국산)는 값싼 제품으로 기피의 대상이었다. 웃돈을 주더라도 ‘메이드 인 코리아’(국산), ‘메이드 인 재팬’(일본산)을 선호했다. 그런데 중국인들 역시 자국 제품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1세대로 분류할 수 있던 2010년대 이전 중국산은 품질 보단 가격을 낮추는데만 골몰했다.

시간이 흘러 우리나라에서는 ‘대륙의 실수’라는 단어와 함께 2세대 중국산의 시작을 알린다. 중국의 전자제품 기업 ‘샤오미’가 값싸고 품질 좋은, 일명 ‘가성비’ 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중국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중국은 2010년대 전후로 고도성장과 함께 기술 역시 빠르게 발전한다. 특히 가전분야에서 약진이 두드러진다. 일본 가전제품을 몰아내고 그 자릴 차지했던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위협하며 세계 시장 점유율을 차근차근 높여나가고 있다. 또 기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소형가전제품을 잇달아 개발‧판매해 성공시켜 “저가 제품은 중국산도 쓸만하다”는 인식을 심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자신감 덕분일까. 최근 우리나라에는 중국 쇼핑몰이 한국 주요 온라인쇼핑몰 업체들을 누르고 이용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 유통가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3월 13일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중국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의 지난달 모바일 월간활성사용자수는 818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0% 증가하며 쿠팡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또 다른 중국 쇼핑몰 ‘테무’는 581만명으로 전체 4위로 뛰어올랐다. 

기성세대에게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가 생소하지만 젊은 세대에겐 다르다. 가벼운 지갑 탓에 ‘가성비’를 추가하는 1020세대에게 중국 쇼핑몰은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되고 있다. 

중국제품은 가격뿐 아니라 기술력에서도 우리나라를 서서히 앞지르고 있다. 로봇청소기의 경우 중국산 제품의 가격이 더 비싸지만 이를 더 선호한다. 전기차도 중국이 앞서가나 격차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산이라고 무시하다간 큰 코 다치는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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