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포장마차
밤안개 속 깜빡이는 동심원(同心圓)
꺼질 듯 불빛 몇 가닥
내 시야 한복판을 긋는다
오산역 건물 꼭대기에 모여 사는
구구 비둘기는
빈 컵 속의 눈물이라도 파먹겠지만
정한(情恨)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는
희미한 하루살이 오랜 속사정 잊고
술잔에 가득 그리움을 담는다
신문지 몇 장 포갠 의자에 앉아
빈속에 소주를 부어 버리면
문득 비둘기 정수리에 걸리는 달
남루해지지 말자, 남루하지는 말자
몇 번이나 다짐하며 비둘기 울음 500cc
입가심으로 황급히 수혈하면
내 어깨에 비둘기처럼 날개가 돋을까
별의별 생각을 다했지만
생각은 생각 속에서
훌라후프 빙빙 돌아갈 뿐
포장마차는 오늘밤도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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