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인 대한노인회 서울 서대문구지회장 “기성세대와 젊은 층 갈등 조정자로서 사회 안정에 기여해야”
손성인 대한노인회 서울 서대문구지회장 “기성세대와 젊은 층 갈등 조정자로서 사회 안정에 기여해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4.03.22 14:27
  • 호수 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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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회장 매주 8명씩 만나 현안 듣고 해결… 보람 느껴 

경로당 회식·야유회 때 동네 노인 초청해… 회원 배로 늘려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대한노인회 회원을 늘리는 방법의 수는 여러 가지다. 어깨띠를 두르고 공원 등지를 찾아다니며 경로당 가입을 권유하거나, 65세 미만의 특별회원을 확보하는 것 등이다. 이와는 다른 방법으로 회원 배가의 성과를 올려 주목을 받는 지회장이 있다. 

지난 3월 중순, 손성인(77) 대한노인회 서울 서대문구지회장은 “아파트경로당 회장 시절 아파트 주위의 주택에 거주하는 노인을 대상으로 회원배가운동을 펼쳐 회원 수를 3배로 늘렸다”며 “친목회가 비결이었다”고 소개했다. 

손 지회장은 “친목회를 만들어 회원마다 월 3만원씩 낸 돈을 은행에 넣어두고 매달 한 번 회식하고 연말에 모아둔 돈을 쫙 나눠드렸다”며 “경로당에서 계는 안 되지만 비슷한 효과를 보는 친목회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서대문구 인구는 30만6000여명, 노인인구는 6만여명이다. 서대문구지회에는 14개 동, 118개 경로당, 회원 9000여명이 있다. 손 지회장은 광운전자공대(현 광운대학교)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산기본부 기술과장, 삼성HP 인사부장 등을 지냈다. 신촌럭키대현아파트경로당 회장을 거쳐 2023년 4월에 제22대 서울 서대문구지회장에 취임해 현재에 이르렀다.

-경로당 회장 시절 회원 배가 성과를 거둔 것 같다.

“이화여대 정문 옆에 위치한 럭키대현아파트(860여세대)에는 경로당이 하나다. 우연찮은 기회에 아파트경로당 회장의 권유로 감사를 하다 주위의 권유로 회장을 맡아 8년간 봉사했다. 처음 20여명에 불과했던 회원을 70여명으로 늘렸다.”

-회원을 늘린 비결이 ‘친목회’라 했는데.

“회원들이 낸 회비로 매달 경로당에서 푸짐하게 회식을 했다. 일 인 당 4000~5000원이면 얼마든지 알차고 풍성한 식탁을 차릴 수 있다. 밖에서 그 정도 수준으로 먹으려면 1만원 이상은 주어야 한다. 회식에 쓰고 남은 음식 재료를 부식으로 쓰기 때문에 경로당으로서도 좋다. 경로당에 나오지 않는 동네 노인들을 그런 자리에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면 그분들로선 경로당도 구경하고 분위기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그런 과정을 통해 경로당 가입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이들이 만나면 서로 좋아하듯이 노인들도 만나면 좋아한다.”

손 지회장은 “또 경로당 야유회에도 초청해 하루를 같이 보내면서 소통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손성인 서대문구지회장(사진 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손성인 서대문구지회장(사진 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취임 1년이 채 안됐다. 어떤 사업에 주력했는지.

“‘노인 행복 100% 대한노인회 서대문구지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이제 시작을 한 셈이다. 경로당 회장들과 지회장이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는 자리를 갖는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매주 목요일 8명의 회장님들을 지회장실로 모셔다 점심대접도 하면서 경로당 발전을 위한 현안을 논의했다. 그분들도 답답했던 부분이 해소되고, 정보를 얻을 기회가 되는 셈이니 저로선 보람이 됐다. 지금까지 전체 경로당의 3분의 2 정도 회장들과 만났다.”

-주로 논의된 얘기는.

“경로당 운영비에 대한 의견이 많았다. 작년까지 경로당 규모에 따라 한 곳 당 월 65만~100만원이었다. 올해 이 액수를 최고 110만원까지 늘려 호응이 크다.”

-경로당 회장과 총무 활동비도 지급하는 것으로 안다.

“서울의 25개 노인회 중 활동비를 지급하는 것이 몇 군데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전부터 회장 10만원, 총무 5만원씩 활동비를 드렸다.”

-경로당 운영비 인상, 회장 활동비 지급 등 구청장의 노인회 협조가 잘 이루어지는 것 같다.

“이성헌 구청장께서 지회 업무 차량(코나)도 지원해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노인들이 안산의 황톳길을 걷고 싶어도 지대가 높아 올라갈 엄두를 못 냈는데 차량 지원을 해줘 이용이 수월해졌다.”

-경로당 환경 개선도 강조했다.

“전체 경로당의 30%가 구립경로당인데 이 숫자가 줄고 있다. 나머지가 사립으로, 지은 지 오래된 아파트경로당 경우 지붕에서 빗물이 샐 정도로 낙후됐다.  경로당이 필요하다고 해서 만들었으면 유지·보수도 해줘야 하지 않겠나. 지회장이 그 많은 경로당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수리할 부분을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다. 관련법에는 ‘~지원할 수 있다’로 돼 있는데 그건 아니다. 구청 주택과에서 유지·보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체계적으로 수리해줄 것을 요구했다.” 

-100세 현역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도 주민인데 경로당엔 나오는지. 

“그 분은 강의·저술 등으로 바쁜 것 같다.”

-서대문구지회만의 특별한 사업이라면.

“경로당 지도자를 모시고 매년 1박2일 간 역량강화의 기회를 갖는다. 작년에 회장과 총무 등 230여명이 관광버스에 나눠 타고 충남 서천 서울시공무원연수원에서 뷔페로 식사하고, 교육 받고, 수덕사 일대 역사문화탐방도 했다.”

서대문구지회는 이밖에도 노인일자리 참여 어르신 850여명을 대상으로 독립기념관 견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하루에 4대씩, 5일 동안 총 20대의 버스가 동원됐다. 

-경로당 지도자 역량강화 교육 내용은 주로 어떤 건가.

“‘인생의 품격’이란 주제를 가지고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 어떤 생각을 해야 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또 가장 보람된 것이 무엇인지 그런 것에 대해 얘기했다.”

손 지회장은 “일본의 노인 정신의학 전문의가 쓴 ‘80세의 벽’이란 책을 바탕으로 ‘행복한 노년의 비밀’을 소개했다”며 “80세를 넘게 되면 병원의 벽, 노화의 벽, 치매와 인지 장애의 벽을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벽을 넘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노화를 받아들이고 삶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이다. 행복한 노후와 불행한 노후를 가르는 기준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노화를 한탄하여 이것도 할 수 없고 저것도 할 수 없다며 ‘없다’를 되뇌는 사람과 노화를 받아들여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다며 ‘있다’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 둘 중 어느 쪽이 행복할까.”

손성인 서대문구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경로당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급해 활력 있고 건강한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어르신들이 건강한 노후 생활을 보낼 수 있는 ‘여가문화광장’으로 만들려 한다”고 한 후 “노인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사회적 대립과 갈등을 조정하는 조언자 역할을 해 사회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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