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김작가의 웃으면 젊어져요 17] 남자와 돈 셈법
[백세시대 / 김작가의 웃으면 젊어져요 17] 남자와 돈 셈법
  • 김재화 작가·유머코디네이터
  • 승인 2024.03.25 09:52
  • 호수 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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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어린 중딩이나 고딩 때는 이런 말로 부모님에게 삥을(속임수의 저질 표현) 뜯었다. 

“아이들과 아주 건강하고 즐겁고 훌륭하게 축구를 하다가 창문을 깨뜨렸는데, 변상을 해줘야 한다.” 통했다.

“영어사전을 사야 하고, 콘사이스를 사야 하고 잉글리시 딕셔너리 이렇게 3가지 책을 사야 한다.” 통했다. 

“학급회비가 물가인상에 따라 올랐다.” 통했다. 

“단짝 친구 영우와 싸웠는데, 걔 얼굴에 상처가 나서 파스라도 사서 붙여줘야 한다.” 통했다.

50,60년을 잘도 속여온 줄 알겠지만 아니다. 아부지, 어무이는 당신 기 살려주려고 다 알면서도 돈을 준 것이다. 지금이라도 갚아라. 뭐? 부모님이 세상에 안 계신다고? 하는 수 없지! 제사상이라도 수입고기 말고 맛있는 한우고기로 잘 차려 드려라.  

어른으로 자라서는 마누라를 속이려 드는데, 예전에 월급을 현금으로 받았을 때는 몇 장 꼬불쳐도 됐지만, 무통장 입금으로 팍팍 들어오는 세상이니 단 1원도 축 냈다가는 금방 들통난다.

한 남자가 호기롭게 친구들을 끌고 룸살롱에 가서 룰룰랄라~ 회포를 풀고 어깨에 힘도 한껏 줬다. 문제는 술값 계산이었다. 어디 룸살롱 술값 하고 포장마차 어묵+소주 몇 병 값이 비슷하기라도 한가 말이다. 계산서를 보니 눈이 회까딱 뒤집힐 지경이었다. 195만원이라니! 룸살롱 언니는 껌을 짝짝 씹으며 말을 내뱉는다. “에이, 애들 껌값이네!” 카드로 결제는 해야겠고 룸살롱 갔다는 거 숨기려니,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집 전화로 문자가 가니 룸살롱으로 찍히면 안 된다고 식당 같은 곳으로 나오게 해 달라고 했더니 마담 언니가 걱정말라고 했다. 안심하고 집으로 왔다. 그러나 방에도 못 들어가고 현관에서 아내의 빗자루 몽둥이 찜질에 겨우 목숨만 살았다. 아내의 폰에는 “김재화 사용, 새벽 1시30분, 김밥천국 1,950,000원”이 찍힌 거시어떤 거시어따!

더 나이든 지금, 비상금으로 아내와 자식들을 속여야 하는데, 이게 숨길 곳이 마땅치 않다. 예전에는 방의 비닐장판을 들추고 그 안을 금고 삼았는데, 요즘은 뜯어낼 장판도 없다. 그래도 어디엔가 숨긴다. 아, 그런데 그 돈을 찾으려 하면 어디에 숨겼는지 알 수가 없다. 팬티 고무줄 속에 넣어뒀다가 세탁기의 물과 함께 가루가 되고 말기도 한다. 

돈은 필요하고, 관리는 둔하고. 아, 남자와 돈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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