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한규 대한노인회 서울 마포구지회장 “옛날 ‘사랑방’ 같이 부드럽고 온화한 분위기의 경로당 만들 터”
황한규 대한노인회 서울 마포구지회장 “옛날 ‘사랑방’ 같이 부드럽고 온화한 분위기의 경로당 만들 터”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4.03.29 13:55
  • 호수 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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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 중식 제공하는 ‘효도밥상’ 사업에 경로당서 1000여만원 성금 기탁

임원·직원들 1박2일 소통·단합의 시간 가져… 소속감 느끼고 지회도 활성화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노인의 최고 미덕 중 하나는 나누고 베푸는 것이다. 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노인회가 대한노인회 서울 마포구지회이다. 황한규(87) 마포구지회장은 지난 1월 3일 마포구청을 방문해 ‘효도밥상’ 후원금 1028만9000원을 기탁했다. 

황 지회장은 “관내 76개 경로당 어르신들이 ‘효도밥상’에 관심을 갖고 십시일반 모은 성금”이라며 “노인이 도움만 받는 대상이 아니라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몸소 보여준 어르신들께 다시 한 번 감사 드린다”고 밝혔다.

마포구지회 어르신들의 선행은 이번만이 아니다. 마포구지회는 지난해 8월, 수재의연금 842만원을 마포구청에 기탁해 지역사회에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갑작스런 집중호우로 고통 받는 이웃을 돕기 위해 관내 61개 경로당이 동참해 성금을 마련한 것이다. 

서울 마포구 주민은 36만3600여명, 노인인구는 5만3000여명이다. 마포구지회에는 158개 경로당, 5000여명의 회원이 있다. 황 지회장은 진주 해인고교를 나와 육군 인사담당관, 롯데건설 안전관리관 등을 지냈다. 마포구지회 연봉경로당 회장, 이사, 감사, 부회장을 거쳐 지난 2023년 4월에 22대 지회장에 취임해 현재에 이르렀다. 마포구노인종합복지관 경로당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지회를 운영해보니 어떠신가.

“지회장에게 재량권이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시다시피 (지자체 예산을) 받아쓰는 입장이라 상황에 맞춰 사업 방향을 바꿀 여지가 없어 아쉬운 면이 있다. 그러나 사업성과가 잘 나와 주위에서 칭찬이나 격려의 말을 들으면 보람도 느낀다.”

-‘효도밥상’은 무엇인가.

“박강수 마포구청장께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는 사업으로, 75세 이상 홀몸 어르신에게 주6회 중식을 제공하고 있다. 혼자 지내면 이러 저런 사정으로 제 때 끼니를 못 챙긴다. 그러다 보면 유명을 달리하고 뒤늦게 발견되기도 한다. 그런 불행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규모는.

“처음 7개 급식기관에서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4개월가량 약200명에게 제공했다. 현재 복지관, 식당 등 17개 급식기관에서 약500명에게 점심을 제공하는데 대상이 점차 늘고 있다.”

황 지회장은 “효도밥상은 단순히 끼니 해결이란 차원을 넘어 홀몸 어르신들의 건강과 안부 확인, 외로움 해소에도 기여하는 점이 크다”며 “구청에서 반찬공장도 짓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반찬공장에서 만든 반찬을 중식을 제공하는 식당까지 옮기는 일에도 사람 손이 필요할 텐데.

“맞다. 그 일을 노인들이 맡아 하며 식당 한 곳 당 한 명씩 인원을 배치했다. 이 사업이 노인일자리 창출이란 부수효과를 낳은 셈이다. 남는 반찬을 경로당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지자체의 노인복지정책이 남다르다.

“구청장께서 노인복지에 최선을 다하신다. ‘효도밥상’도 ‘반찬공장’도 전국 최초로 실시하는 것이다. 노인회에도 적극 협조해주신다. 우리하고 협의도 잘 해주시고, 애로사항이 있다면 잘 들어주신다.”

황 지회장은 또 “구청에서 남녀 어르신 각 8명이 기거하는 ‘숙식경로당’을 4월에 준공할 것”이라며 “집밖으로 나가면 바로 장기·바둑 등 부대시설이 딸린 쾌적한 주거시설”이라고 소개했다. 

황한규 마포구지회장(오른쪽 세 번째)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맨 오른쪽이 최광륜 사무국장. 

-지회서 ‘효도밥상’ 후원금도 전달했는데.

“(구청장이)노인을 위해서 하는 사업인데 노인회가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작년 12월 한 달 동안 쌈짓돈을 모은 것이다.”

-작년 8월에는 수재의연금도 기탁했다.

“모금을 한 계기가 감동적이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간 것이 아니라 그 반대여서다. 어느 날 공덕동 삼성레미안아파트경로당(회장 백옥희)에서 지회로 연락이 왔다. 물난리를 당한 주민을 돕기 위해 성금 100만원을 모았는데 이걸 어떻게 전달하면 좋겠느냐고 상의해온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왕이면 다른 경로당도 동참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어떤 경로당을 만들고 싶은가.

“경로당 민원을 들어보면 대부분 아주 사소한 것이다. 소통하고 이해하고 조금만 양보하면 원만히 해결될 문제이다. 취임식 때도 밝혔지만 옛날 사랑방 같이 부드럽고 온화한 분위기의 경로당을 만들자고 강조한다.”

-경로당 회장, 총무 활동비가 노인회 화두 중 하나다. 

“취임 직후 구청장과 만난 자리에서 ‘도울 일이 있느냐’고 묻기에, ‘경로당 회장 활동비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꼭 지키고 싶다’고 했다. ‘마포구보다 경제자립도가 낮은 구도 주고 있다’는 말도 했다. 그러자 구청장께서 ‘당연히 해드려야 한다’며 ‘추가경정에서는 못하니까 내년에 무조건 실시하라’고 그 자리에서 지시했다.”

-의회의 승인도 필요할 텐데.

“구청장께서도 그 점을 걱정해 제가 의장하고 상임위원들 찾아다니며 협조를 부탁했고, 다행히 기꺼이 동의해줬다.”

황 지회장은 “내년부터 경로당 회장 10만원, 총무 5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한다”고 한 후 “앞으로 액수를 점차적으로 늘릴 예정”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경로당 회장을 12년간 지냈다. 기억에 남는 일은.

“경로당 회장할 때 본의 아니게 ‘광고 모델’이 됐다. 복지관 어린이집에서 제기차기, 딱지치기 등 놀이강사를 하던 저를 조선일보가 취재해 크게 보도했다. 공익광고협의회란 곳에서 그 기사를 보고 광고모델 제의를 했다. ‘노인도 말할 수 있다’는 슬로건을 내건 공익광고에 얼굴을 내밀고 광고료(40만원)도 받았지만 경로당, 복지관, 어린이집 등에 나눠주다 사비가 들어가기도 했다(웃음).”

마포구지회는 구청의 사업비를 받아 다양한 사업을 수행 중이다. 경로당 임원 역량강화 및 문화탐방을 비롯해 장기·바둑대회, 어르신건강대회, 여가 프로그램발표회 등 4가지 지회장배 대회가 그것이다. 특히 작년 신규 사업인 ‘경로당 가족오락관대회’가 올해는 200여명이 신청할 정도로 호응이 크다. 

황한규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보람을 느낀 사업 중 하나로 임원들과 직원들이 제천에서 1박2일간 소통의 시간을 가진 것”이라며 “직원들이 소속감과 책임감을 더욱 느끼는 계기가 됐고, 지회도 활성화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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