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독자기고] 장기요양인을 궁지로 몰아가지 말라
[백세시대 / 독자기고] 장기요양인을 궁지로 몰아가지 말라
  • 정홍욱 서울 강서구 화곡동
  • 승인 2024.03.29 16:03
  • 호수 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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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1일 오후 부산광역시청 광장에서는 지난해 12월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주야간보호센터장의 죽음을 기리는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 후 요양인들이 장기요양보험제도의 개선을 촉구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정홍욱 서울 강서구 화곡동] 어머니가 7년째 재가방문요양센터를 운영하고 계시다. 3년 전부터 혼자 감당하시기에는 힘들어 며느리(제 아내)와 함께 시설을 운영하셨고, 그제서야 시설 운영이 안정기에 접어드는 듯 했다.

그동안 수급자 어르신들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고생하시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 왔다. 그런데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갑작스러운 감사에 이어 현지 조사를 4일간 받아야 했다.

어머니는 너무 큰 스트레스로 몸을 부들부들 떠실 정도였고 하혈까지 하셨다. 공단에서 문제로 삼은 부분은 ‘근무시간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고, 공단 직원으로부터 ‘환수 조치와 함께 영업정지도 시행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으셨다고 한다.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점은 ‘월 기준시간에 1시간이라도 모자라면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이 제도에 따라 3년 간 사회복지사에게 지급되었던 금액을 대상으로 환수를 하겠다는 것이다. 아직 환수 금액을 통보받지는 않았지만 엄청난 금액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시설장인 어머니가 악의적으로 근무시간 기록을 불성실하게 작성했다면 억울하지도 않을 것이다. 저런 시스템에 대해 잘 모르고 계시다가 어느 날 불쑥 조사를 받게 되고, 7년간 일궈온 센터를 더 이상 운영하지 못할 정도로 타격을 입는 날벼락을 맞게 됐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나라에 규모가 작고 시스템에 덜 익숙한 재가복지센터들은 다 없어져야 한다는 말인가?

시스템이 잘된 큰 규모의 재가 센터들만 남겨 두는 것을 당국이 바라는 것인가. 

공단에서 환수를 하더라도 납득이 가능한 수준에서의 환수가 이뤄져야 하며 그동안 근무한 시간에 대해서는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어머니는 “‘9시 출근, 6시 퇴근’에 대해 정확히 지키지 못한 게 사실이다”라고 공단에 가서 인정을 하신 것 같다.

시설장으로서 매달 직장인의 월급 개념에 해당하는 급여를 받았을 뿐인데, 3년간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수 당하고 생업이던 재가요양센터까지 영업정지 조치를 받는다면 시설을 운영하는 어머니는 어떤 심정일까. 소규모 재가요양센터에서 영업정지는 곧 시설 폐쇄와 다를 바 없다.

환수를 당하는 시설장이 생을 단념할 정도로 고통이 크다는 점을 알고도 이런 환수 조치를 하는 것일까? 

고발인에게 거액의 포상금을 주고 공단 직원들에게는 실적 올리기에 급급하게 하는 장기요양제도는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저희 어머니처럼 힘든 여건에도 불구하고 지역 어르신들을 돌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요양인들을 더 이상 궁지로 몰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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