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노인문화정책 이대로 좋은가
[긴급진단]노인문화정책 이대로 좋은가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12.14 08:52
  • 호수 19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인문화 창조·향유 위한 ‘실버문화센터’ 건립하자”
노인정책, 일자리·건강·요양에 편중돼 문화는 ‘뒷전’
정부부처간 홍보부족·중복사업·단순성 한계 극복못해
노년층 접근성 열악… 문화시설 확대·할인혜택 늘려야

▲ 서울시가 지난 6월 어르신들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실시한 공공미술 교육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수업시간에 작업한 작품을 내보이고 있다.

◆노인시설, 단기성·흥미 위주 프로그램 다수
현재 우리나라는 전국 각지에 5만5000여개의 경로당과 210여개의 노인종합복지관이 분포돼 노인 여가문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국 문화원 또한 137개 어르신문화학교를 개설, 지역적 특색에 따른 어르신들의 여가문화보급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지원 및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어르신들의 문화 공간이나 다양한 프로그램이 충분히 갖춰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 지자체도 어르신들의 여가공간을 마련하고 있지만 노인인구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고령문화예술정책도 정부 각 부처가 부분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나 그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 특히 노인문화는 취미활동 수준에서 다뤄질 뿐 고령층의 창조적인 문화 활동을 전문적이고 장기적으로 지원할 체계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노인관련 정책 또한 노인문화 활동보다는 일자리, 건강, 요양에 중점을 두고 있는 실정. 어르신들이 자주 이용하는 노인시설도 건강강좌나 언어교육 등 기능적인 프로그램들로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실시돼온 노인문화 프로그램도 대다수가 단기성 흥미 위주 프로그램 등이 주를 이룬다.

각 정부부처도 고령화를 맞아 노인문화 관련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로는 △홍보 부족과 정보 접근성 미확보 △중복적이고 단기적인 사업 진행 △사업의 단순성 등을 꼽을 수 있다.

실례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한 문화바우처제도나 문화순회사업의 경우 취약계층의 문화향수기회를 확대한다는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홍보부족으로 인해 수혜자들이 사업 인식 정도와 제도 이용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문화바우처제도는 인터넷을 통해서만 신청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인터넷 활용에 익숙지 않은 어르신들은 쉽게 접근할 수 없다. 또 문화순회사업은 수요자들이 원하는 공연보다는 일방적으로 공급하는 방식의 한계를 보였다.

또 각 부처 마다 중복되는 프로그램으로 인해 효율성 저하는 물론 예산 낭비와 함께 노인 간의 계층적 차이도 반영되지 못한 점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선진국, 다양한 문화 경험기회·특혜 제공
◇미국-자발적·능동적 사회참여활동 시스템 구축

미국은 고령사회에 대한 시대·사회적 공감대가 정착돼 정부, 민간 단위의 활동들이 조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노화과정에 있어 문화예술 요소의 중요성이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2001년 설립돼 예술과 노화를 접목시키고 있는 ‘창의적 노화를 위한 국립센터’(NCCA)와 ‘지역 예술과 노화네트워크’ 구축 등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또 1950년대 후반부터 은퇴 후 삶의 질 향상과 정보제공을 위해 ‘미국은퇴자협회’(AARP)와 기술 및 경험의 사회환원을 위한 ‘노인군단’(Senior corps) 등과 같은 조직적 네트워크가 구성돼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사회참여 활동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일본-‘고령자 올림픽’ 통해 사회참여 장려
일본은 고령사회 기반 조성 단계로 총체적 로드맵 구상과 인식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고령자가 연령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의 책임과 능력 하에 자유롭고 활기찬 생활을 실천할 수 있는 ‘에이지리스 라이프’(ageless life)에 매진하고 있다.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스포츠와 문화, 건강, 복지를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는 ‘전국건강복지제’와 같은 ‘고령자 올림픽’을 개최해 고령층의 능동적 사회참여를 장려하고 사회적 관심을 유도한다.

현재는 지자체 단위에서 클럽과 같은 취미와 교류활동, 지속적 학습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교육, 사회공헌 활동 등을 활발하게 지원하고 있다.

◇영국-노인, 올해부터 수영시설 무료 이용
영국은 문화선진국답게 음악, 연극, 공예와 같은 전통적인 문화예술 분야부터 비주얼·디지털 아트 등 근현대적 장르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복합 인성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수요자들의 다양한 욕구와 필요에 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프로그램은 지역 아트센터, 양로원, 병원, 학교 등 여러 곳을 통해 실시되고 있다.

특히 1980년대 후반부터 고령층의 문화 경험기회와 다양한 문화적 특혜를 제공해 문화예술 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60세 이상 또는 16세 이하를 대상으로 무료로 수영시설을 이용하도록 했다. 현재 지자체 354곳 가운데 300곳이 참여하고 있다.

또 60세 이상 노년층으로 구성된 영화클럽이 운영돼 50개 장소에서 영화 상영은 물론 영화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영국의 레스터시에서는 60세 이상 노년층에게 도서관·스포츠 센터·박물관·대중교통 등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혜택을 주고 있다.

◇이탈리아-노년기는 제3세대, 생산적인 시간
이탈리아는 전통적으로 노인 친화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안정적 연금제도로 인해 고령화 정책에 유리한 사회적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노년기는 제3세대라고 규정, 새로운 활동을 위한 생산적인 시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로마시의 경우 고령층을 위한 다양한 일상친화적 서비스 제도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특히 정보검색에 취약한 이들을 대상으로 로마시의 ‘종합안내 전화서비스 060606’과 ‘관광문화 전화안내서비스 060608’이 운영되고 있다. 또 일상 행정업무, 장보기, 사고도우미 등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중앙뿐만 아니라 각 지방별로 문화예술 활동 지원, 체험, 교육 등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실버창작문화센터 설립 시급
국내 고령층의 문화활동 활성화를 위해서는 ‘실버창작문화센터’ 설립은 물론 노년층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정책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실버창작문화센터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국립노화연구원 설립을 위한 법안 발의 형태 또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의 문화예술 관련 조항을 근거로 ‘실버창착문화센터’ 설립하는 관련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버창작문화센터의 4대 목표는 △고령층의 창조적 비전 확산 △실버컬티즌 정착 △지역문화예술 발전 견인 △연령통합적 사회 추진 등으로 제시됐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고령층 문화예술 창작활동의 활성화 및 체계적 조직과 운영, 교육과 인력양성 △고령층 지역문화예술 체험 증진 △세대 융화 프로그램 개발 및 심화 등과 함께 능동적 문화예술창작 고령 모델 개발 및 보급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년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노년층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 및 실버문화센터 건립 등의 정책적 접근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양효석 신사업추진단장은 “아직도 노년세대의 문화 접근성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며 “고령사회에 바람직한 문화가 정착되도록 65세 이상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문화시설 내 편의시설 확대, 파격적 할인 혜택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년층의 특성에 맞는 문화예술과 놀이, 음식나누기 등이 결합된 참여프로그램 개발과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는 실버문화센터 건립 등 체계적인 정책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