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간, 대한노인회를 회고하다 (37)
박재간, 대한노인회를 회고하다 (37)
  • 관리자
  • 승인 2010.01.18 15:41
  • 호수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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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안필준 회장 대한노인회에 들어온 배경
필자가 안필준을 처음 만난 것은 1990년대 초 그의 보건사회부 장관 재임시절이었다. 그는 노인문제에 관심이 많아 필자가 주관하는 세미나 또는 학술토론회에는 빠짐없이 참석했다. 1993년 가을 어느 날, 그는 필자와 둘이서 서울 여의도 63빌딩 스카이라운지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노인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그는 여생동안 노인사회를 위해 봉사할 것이라면서, 전문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만간 미국 유학길에 오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60대 초반의 고령에도 미국과 일본에서 5년에 걸쳐 노인관련학을 전공, 드디어 박사학위까지 취득하고 귀국했다. 그가 도쿄에서 공부하던 시기에는 필자가 그곳에 갈 때마다 호텔로 찾아와 필자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하는 등 연구에 대한 그의 열의는 대단했다.

2000년 2월 안춘생 회장 취임 후 필자는 보건사회부 장관을 역임한 안필준과 한국소비자연맹 정광모 회장을 부회장으로 추천했다. 안필준은 과거 안춘생 회장이 육군사관학교의 교장이었을 당시 학생이었고, 안필준 역시 부회장으로 발탁해 주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그런데 안필준이 수 일전 모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안춘생 회장은 고령인데다 건강에 문제가 있어 회장직 수행에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는 등 그를 몹시 비방하는 말을 해 안춘생 회장은 안필준과는 상대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2001년 초에야 오해가 풀려 대한노인회 비상임 부회장이라는 직책을 얻게 됐다.

그런데 안춘생 회장은 안필준 부회장이 사제지간이기도 해 자신을 고분고분 잘 보좌해 줄 것으로 믿었는데 그러한 기대에 미치지 못해 다시 서먹서먹한 사이가 됐다. 더구나 안춘생 회장은 2003년 총회에서 회장 재출마를 뜻했는데 안필준 부회장도 역시 회장출마를 위한 사전공작을 하고 있음을 감지하였기 때문이다.

한편, 대한노인회 중앙회 회관은 1971년 육영수 여사의 배려 하에 108평의 단층 건물로 건축했다가 1978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이를 3층으로 증축해 대한노인회와 한국노인문제연구소가 공동으로 사용해 왔다. 그러다 백창현 회장 때인 1998년부터 장마 때만 되면 옥상과 벽에서 빗물이 새어 사무실이 물바다가 되는 상황이 반복될 뿐만 아니라 중앙난방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2000년초, 회장단 회의 결과 상임부회장이었던 필자를 위원장으로 중앙회관 재건축추진위원회가 발족했다. 회관재건축추진위원회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건축계획 및 활용계획을 세우는 일이었다. 필자가 작성해 이사회의 승인을 받았던 계획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건물의 연면적은 960평으로 하고 건물형태는 지하 1층, 지상 7층의 철근콘크리트로 한다. 부지는 현재 노인회가 사용하고 있는 건물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재건축하기로 한다. 건축비는 평당 500만원씩 합계 48억원으로 하되 이는 전액 국고보조에 의해 충당한다. 만일 현재의 장소에 재건축허가가 나지 않을 경우는 부지매입비조로 40억을 추가하도록 한다 등이었다.

회관 건축비 또는 부지확보를 위한 비용 등을 정부에 의존하도록 계획을 세웠던 배경에는 당시 여성단체와 장애인단체를 위해서는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현대적 문화시설을 구비한 건물을 지어주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도 교섭만 하면 그 정도의 예산확보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건물 활용계획에 있어서는 1~3층은 대한노인회, 4층은 한국노인문제연구소, 도서실, 공용식당, 5층은 강당과 세미나실, 7층과 8층은 한국노인복지시설협회, 재가노인복지협회, 전국노인단체협의회, 한국노년학회, 시니어저널 그리고 앞으로 필연적으로 발족될 것이 예상되는 노인복지관협회 등 노인복지와 관련된 모든 단체가 한 건물 속에서 피차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일할 수 있도록 계획돼 있었다.

식당, 강당, 세미나실, 도서실 등은 노인관련 입주단체 모두가 공동으로 사용하면 그 만큼 비용도 절감되고 일 자체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회장단 회의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지은 회관재건축계획서는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제출하고, 회관 재건축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담당부서에 지시해줄 것을 요구했다.

대한노인회 중앙회 건물은 애당초 청와대에서 관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회관 재건축과 관련된 문제도 역시 그곳에서부터 실마리를 풀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계획서의 사본을 기획예산처의 진 념 장관과 보건복지부 최선정 장관에게도 필자가 직접 전달하며 일이 성사되도록 협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상 두 부처 모두 회관 재건축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협조적이었기 때문에 2001년도 예산에 우선 20억원을 책정 받았고, 나머지 28억원은 2002년도 예산에서 배정받은 상태였다. 그러던 차에 문제가 돌발했다. 공원부지 내에 있는 건물의 경우 현재 사용하고 있는 건물의 보수는 가능하지만 그것을 헐고 재건축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법해석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지확보를 위해서 노력하던 중 안춘생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고 안필준 회장시대가 개막됨에 따라 필자도 회관 건립과 관련된 업무에서 손을 뗐는데, 그 후 안필준 신임회장은 회관 재건축보다는 전임 회장 때 배정받은 예산 중 20억원으로 현 회관을 전면적으로 리모델링하는 선에서 이 문제를 마무리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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