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노인, 사교성·감정표현 및 규칙적 생활이 백세장수 비결
도시노인, 사교성·감정표현 및 규칙적 생활이 백세장수 비결
  • 김병헌
  • 승인 2010.01.29 10:44
  • 호수 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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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100세인 연구조사’
일정한 양 규칙적 식사 유지하고 쌀·우유·수박 등 즐겨
부양자 42.9%, 초고령 노인 부양“매우 힘들다”부담감

서울 거주 90세 이상 초고령 노인의 장수비결은 성격이 쾌활하고 가족과 함께 살면서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가운데‘자신의 성격이 쾌활하다’고 답한 비율은 남성이 80.0%, 여성이 69.4%였다.‘감정 표현을 많이 한다’고 답한 비율은 남성이 72.0%, 여성이 51.6%였다. 식생활에선 식사시간이 규칙적이고 분량도 일정하게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대상은 94세 이상 남자 25명(28.7%), 여자 62명(71.3%) 등 87명이었으며, 평균 연령은 96.9세(남자 96.5세, 여자 97.0세), 연령 범위는 94~103세였다. 조사는 서울시가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에 의뢰, 2009년 7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됐다.


서울지역 초고령자 장수 요인
① 가족과 함께 살며 상호 소통 
② 낮은 흡연율과 음주율 
③ 사교적이고 외향적 성격, 적극적인 사회활동 
④ B형 간염 없음 
⑤ 당뇨 이환율 낮음 
⑥ 정상 인지 기능 유지 
⑦ 걷기 기능 유지
⑧ 하루 20여가지 식품 섭취 
⑨ 적절한 양의 우유 및 유제품 섭취 
⑩ 규칙적 식사
⑪기본적인 교육·의료혜택, 사회활동 가능

서울시가 ‘9988 어르신 프로젝트’의 실질적인 효과를 높이고, 서울형 장수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서울 100세인 연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지난 1월 24일 발표했다.

현재 85세 이상 초고령 인구 비율이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노인정책이 60~70대 중심이어서 초고령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부족한 실정이었다. 더욱이 그동안 초고령 장수인에 대한 정보는 지방 및 외국에서 수집한 것에 국한되고, 도시지역의 초고령자에 대한 연구가 매우 미진해 이번 조사가 더욱 의미 있게 평가되고 있다.

특히 수도 서울에 거주하는 초고령 노인과 그 가족이 지니고 있는 삶의 질에 대해서는 그동안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가 앞으로 도시의 초고령 노인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초고령자에 대한 건강상태, 생활여건 및 환경 등을 조사해 건강장수 요인을 제시하고 사회적 관계, 삶의 질 조사를 통해 관련 시책의 목표와 방향 설정에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초고령자 평균 75%, 사교적 성격
이번 연구는 서울시가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에 의뢰해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서울거주 초고령자를 대상으로 방문조사로 이뤄졌으며 조사 대상은 남성 25명(사회적 관계 조사는 26명), 여성 62명이었고, 연령범위는 94~103세, 평균연령은 96.9세였다. 서울의 95세 이상 노인인구는 지난해 기준으로 3310명으로, 전국 95세 이상 인구의 17.3%를 차지했다.

조사 결과, 서울의 초고령 어르신들은 성격이 사교적이고 감정표현에 솔직하며 사회활동성이 높은 사람이 많아 쾌활한 성격이 장수요인으로 분석됐다. 남자의 80.0%, 여자의 69.4%가 ‘자신이 사교적인 성격’이라고 답했고, 남자의 72.0%와 여자의 51.6%가 ‘감정표현을 많이 한다’고 했다.

건강에 대한 자기평가에서 남자 60.0%, 여자 72%가 ‘건강하다’고 답했고, 조사 대상 가운데 우울증 의심 증세를 보이는 남성은 한 명도 없었고, 여성은 4명(8.0%)에 그쳤다.

이밖에 초고령 노인들은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있었으며, 이는 대체로 활동범위가 집안으로 제한돼 있었다. 집 안에서의 활동은 TV시청, 휴식이나 취침 등 개인 활동에 치중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남녀 어르신 모두 6·25전쟁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생애사건으로 기억하고 있었으며, 여성노인의 경우 전쟁 당시 배우자나 자녀 등을 잃은 경험이 많았다.


△“외식·배달음식은 사절… 우유도 즐겨”
규칙적인 식생활과 간식 섭취, 다양한 식품 섭취 등 좋은 식습관도 장수의 비결로 꼽혔다. 남성의 88%, 여성의 76%가 ‘매우 규칙적으로 식사를 한다’고 대답했고, ‘식사 때마다 일정한 양을 먹는다’는 응답도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외식을 하거나 배달 음식을 먹는 경우는 남성의 경우 한 달 평균 2.3회 정도, 여성은 0.9회에 불과했다. 최근 6개월간 영양제나 건강보조식품을 섭취한 비율은 20% 정도로 전국 초고령자 평균과 비슷했다.

특히 다른 지역 노인들이 대체로 좋아하지 않는 우유나 유제품에 대해 서울지역 초고령 노인 남자의 68%, 여자의 65%는 ‘좋다’고 응답했다. 쌀·우유·수박이 하루 식품 섭취량의 40%에 달했다. 10위 안에 드는 식품 중에는 수박·복숭아·사과 등 세 종류의 과일과 과자 ‘새우깡’도 포함됐다.

△평균 교육연한 4.65년
서울지역 초고령자의 개인적인 특성으로는, 교육수준이 지방에 비해 높고, 흡연율과 음주율은 지방에 비해 낮았다. 또 질병으로는 고혈압과 골 관련 질환이 많았다. 평균 교육연한은 4.65년이었으나 남자가 7.8년으로 여자 3.1년에 비해 2배 이상 길었다.

남성노인의 15.4%가 무학인데 반해 여성노인은 무학인 경우가 61.3%로, 남성노인보다 4배 이상 많았다. 또, 읽기 및 쓰기가 가능한 어르신의 비율은 남성노인의 경우 88.5%에 달했지만 여성노인은 37.1%에 그쳐 10명 중 6명이 비문해자였다. 대학교육을 받은 어르신은 9명(10.3%)이었다.

전라도 장수 벨트 지역의 90세 이상자들에 대한 조사 결과, 81.8%가 무학, 18.2%가 초등교육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서울 거주 초고령자들의 교육수준이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흡연율과 음주율은 전국 100세인 조사(2005년)와 비교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초고령 어르신의 가장 많은 질병으로 남자는 고혈압(56%), 골 관련 질환(44.0%), 전립선 질환(24.0%), 여자는 골 관련 질환(44.6%), 고혈압(34.4%), 치매(21.3%)가 가장 많았다.

△조사 가구 38.8%, 월소득 100만원 미만
이들은 주로 60대 초중반까지 농업이나 자영업에 종사했으며 절반 이상(56.6%)이 60대 이후에 서울로 이주했다.

초고령 노인의 대다수(84.1%)는 배우자가 없었다. 남성노인의 경우 유배우와 무배우인 경우가 각각 46.2%, 53.9%이었으나, 여성노인은 96.8%가 배우가 없는 상태였다. 초고령 노인들의 동거가족수는 평균 2.23명이었고, 가족 구성은 초고령 노인과 자녀로 구성된 가구가 38%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자녀와 손자·손녀로 이뤄진 3세대 가구(34.2%), 부부 가구(11.4%) 등의 순이었다.

서울의 초고령 어르신 생활환경적 특징은, 며느리 등 가족이 부양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경제적으로는 형편이 어려웠고, 부양가족의 평균 연령이 63.6세로 ‘노인이 더 나이 많은 어르신을 부양’하는 양상을 보였다.

△부양자 80%,“초고령자 부양 부담”
우리나라 부모 부양의 책임은 가족, 특히 현재 부모를 모시고 있는 자녀에게 집중 부과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초고령 어르신의 부양책임 역시 가족에 부과되고 있었으며, 주부양자는 어르신의 며느리(30.0%), 아들(27.5%), 딸(20.0%), 배우자(12.5%) 등의 순이었다.

주부양자의 평균연령은 며느리 61.2세, 아들 67세, 딸 62.4세이었으며, 초고령 남성의 부인 평균연령은 79.7세였다. 부양자의 성별은 남성 27.5%, 여성 72.5%로 남녀가 약 1:3의 비율을 보였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주부양자 역시 이미 60~70대로 건강상의 어려움과 함께 노년기를 자유롭게 보낼 수 없는 등 물리적ㆍ심리적 제약 때문에 부담스러워 하고 있었다. 남성 부양자는 현재 직업이 없다는 응답이 50%에 달했고, 직업이 있는 경우 일용직 및 아르바이트(22.7%), 자영업(13.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노동력이 상실된 어르신들로 이루어진 가구의 특성상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경우가 38.8%로 열악한 상태다.

부양자의 42.9%(33명)는 전반적으로 초고령 노인을 부양하는 일을 매우 힘들다고 생각했고, 80.0%가 초고령 노인이 부양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데 대해 부담감을 크게 느끼고 있으며, 부양활동으로 인한 사생활 부족(46%), 사회생활의 원활한 수행이 힘든 점(37.5%)을 부담으로 지각하고 있었다.

서울시는 이번 연구 결과를 ‘서울시 고령사회 대비 기본계획’에 반영해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생활을 위한 대상별 체계적인 프로그램개발과 인프라를 구축해 ‘서울형 장수모델’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이밖에 고령사회에 대비한 총체적인 시책개발을 위해 건강증진, 노화예방 및 노인복지 등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전담하는 종합적인 어르신연구기관 설립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병헌 기자 bhkim@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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