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경로우대제 30년의 성과와 과제
[금요칼럼]경로우대제 30년의 성과와 과제
  • 관리자
  • 승인 2010.03.12 15:00
  • 호수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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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흥봉 한국고령사회비전연합회장
경로우대제를 시작한지 꼭 30년이 되었다. 1980년 보건사회부장관 훈령으로 경로우대제운영규정을 국가제도로 법제화하여 3월에 각 시도에 시달하고 5월 8일 어버이날을 기하여 전국적으로 일제히 시행하였다.

이 제도는 65세 이상 모든 노인을 대상으로 보건사회부장관 명의의 경로우대증을 발급하고 노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철도, 지하철, 버스 등의 교통요금, 공원, 고궁, 극장, 운동장 등의 공공시설 이용요금, 목욕, 이발 등의 서비스요금을 전액 무료로 하거나 일부 할인해주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였다. 경로우대제는 그 후 1981년 노인복지법을 제정할 때 그대로 법에 반영되어 법률적 제도로 자리 잡게 되었다.

경로우대의 종류 중 민간이 운영하는 서비스사업은 그 후 변경되어 버스요금은 쿠폰제, 현금지원제로 바뀌었다가 2008년 기초노령연금의 시행으로 폐지되었고, 목욕 및 이발요금은 민간사업자의 자율에 맡겨지게 되었다. 그러나 지하철, 철도, 공원, 고궁 등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서비스사업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시행되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경로우대제는 우리나라 노인복지를 위하여 큰 기여를 해 왔다. 이 제도를 시작한 1980년까지 국가에 의한 노인복지란 거의 제로상태였다. 소수의 양로원에 사는 불우한 노인을 위한 생계구호가 국가복지의 전부였다. 정부의 1년 노인복지예산도 5억원 미만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로우대제는 노인들이 이용하는 각종 서비스요금을 무료 또는 할인해 줌으로써 일상생활에 큰 혜택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그 후 소득보장제도, 의료보장제도, 노인복지시설 서비스 등의 프로그램이 발달하면서 노인복지혜택의 범위가 넓혀지고 있지만 여전히 경로우대제는 노인들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경로우대제는 특히 65세 이상 모든 노인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보편적 제도로서의 의의를 지니고 있다. 잘 사는 노인이든 못사는 노인이든 구분하지 않고 꼭 같이 우대혜택을 제공하며 경로효친의 전통적 미덕을 살려 어르신을 공경하고 국가사회의 발전에 기여한 공헌에 보답하는 뜻을 함께 담고 있다.

그래서 국무총리를 지낸 원로도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고 있고, 대기업 회장도 고궁을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 보통 노인복지제도를 말할 때 저소득층 노인 중심으로 서비스 혜택을 제공하는 것과는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경로우대제는 노인들의 일상생활상 필요한 서비스에 적용되고 있어서 그 혜택의 폭이 꾀 크다. 도시 지하철 및 전철 이용의 경우가 그 전형적인 예이다. 서울의 예를 들어보면 2009년 1년간 1호선부터 8호선까지의 지하철을 이용한 노인이 1일 평균 50만 명 쯤 되고, 이들 노인이 무료로 이용한 요금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2000억 정도나 된다.

경로우대제 덕분에 지하철, 전철을 무료로 이용하여 하루에 천안 독립기념관이나 온양온천을 관광하고 돌아오는 서울 노인들이 많다. 지하철에는 노인을 위한 경로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웬만하면 노인들이 앉아서 갈 수 있다.

지하철을 이용하면 시간 맞추어 갈 수 있고, 앉아서 갈 수 있고, 거기다가 요금마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제도가 어디에 또 있는가!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이나 재외동포들도 지하철의 경로우대제를 두고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경로우대제의 이와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3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첫째 경로우대 대상노인의 범위에 관한 문제이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노인의 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이 문제가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지하철 적자문제가 나오면 의례히 경로우대 대상 노인이 너무 많아 적자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가오는 고령사회에서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 문제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경로우대제를 처음 도입할 때는 이 문제를 예상하지 못했다.

그 당시에는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00만명 정도(전인구의 약 3%)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노인인구가 500만 명(11%)이 넘고, 앞으로 20년 지나면 1200만 명(25%) 가까이 이를 전망이다. 노인인구가 이처럼 증가할 경우 경로우대대상 노인의 연령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사회전체의 정년연령, 연금수급연령의 조정에 맞추어 경로우대대상연령도 조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경로우대제의 취지에 따라 아름다운 경로문화를 가꾸어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의 하나이다. 요즈음 지하철에서는 무료경로우대카드를 자격이 없는 자기부인에게 이용하게 하고 자신은 우대권을 따로 받아 이용하는 노인을 자주 보게 된다. 경로우대의 대우를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반드시 고쳐져야 할 일이다.

경로석의 자리를 두고도 노인과 젊은이 사이, 노인과 노인사이에 꼴불견의 시비를 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경로문화를 살려나가기 위해 하루 속히 질서를 잡아야 할 일이다. 젊은이는 노인을 공경하는 의미에서 자리를 양보하고, 노인은 지하철을 공짜로 이용하는 고마움에서 서로 자리를 양보하면 그야말로 아름다운 경로문화가 꽃 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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