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로 연재소설 노수별곡 (老手別曲)
서문로 연재소설 노수별곡 (老手別曲)
  • 관리자
  • 승인 2010.05.28 13:00
  • 호수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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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향해 쏴라 20
사람이 좋지 않은 생각을 품게 되면, 어떻게든 드러나게 마련이다. 조금이라도 영리한 악인이라면 남에게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비칠지 주의를 기울이는 머리라도 있지만, 다행히도 그들은 그만한 머리조차 없었다. 자신의 행동을 제지하는 이도 없고, 그저 순박한 한국인 늙은이와, 눈치에 찌든 동포들을 보면서 그들은 점차 행동이 방약무인해졌다.

사람이 교만해지고, 남에 대해 배려하는 마음이 사라지면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치장을 하는 법이다. 그들을 씀씀이가 커졌고, 돈이 필요했다. 농장에서 그들 여섯의 젊은 혈기를 당해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제 멋대로 농약을 사용해 생산을 늘리고, 계약된 업체가 아닌 곳에 몰래 작물을 내다 파는 등, 행동도 점점 더 대담해졌다.

그들은 이제 위엉을 희롱하는 것도 모자라 뻔히 한국인 남편이 있는 다른 여자들까지 지분거리기 시작했다.
함께 공동작업으로 밭을 매는 날이었다. 채소단을 머리에 이고 나르는 아낙의 뒤를 몰래 따르던 청년은 사람들의 시야에서 차단된 곳에 이르자 두 손으로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뭐야! 이게 뭐하는 짓이야!”

힘들게 채소단을 결속해 머리에 이었는지라 떨어뜨리지도 못하고 아낙은 쩔쩔매고 있었다. 어느덧 손이 블라우스 밑으로 파고 들었다. 결국 여자는 채소단을 땅에 떨어뜨리고 몸을 빼내려 했지만, 이미 옷 속으로 들어온 청년의 손은 여자의 젖가슴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다.

“에이, 아짐씨 젖꼭지가 단단하게 섰는데 뭘 그래…. 나 좋아하는 거 아냐?”
“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들이 너 진짜 혼 좀 나볼꺼야!”
“아이구, 혼 내세요. 아짐씨가 아저씨한테 사랑 못 받는 것 같아 내가 좀 사랑해 줬다고 말해주지 뭐.”

그리고는 청년은 손을 빼내 여자를 앞으로 밀쳤다. 청년은 유유히 뒷걸음쳐 내뺐고, 여자는 자리에 주저앉아 울었다.

비닐하우스에서 위엉을 마주친 또 한 청년은 그녀를 껴안고 강제로 몸을 부비 댔다. 밭일을 하느라 엎드려 채소를 솎아내던 그녀에게 뒤로 다가서서는 자신의 사타구니를 위엉의 엉덩이에 대고 문지르며 콧노래까지 부르고 있었다.

“질벅질벅…. 위엉 아짐씨 엉덩이만 있으면 채소밭에 물 안줘도 되겠네.”
“제발 이러지마!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
“아짐씨, 좋으면서 왜 그래?”
“이 징그런 새끼들. 자꾸 이러면 정말 너희들 다 죽여버릴거야!”

위엉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아이구…. 그러세요. 황씨 영감 없을 때 우리가 이틀간 그 집에서 깨가 쏟아지게 정을 나눈 것도 다 일러바치시라고.”

이제 농장에서 그들의 속마음과 행태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유복은 속이 끓었다. 저들을 그냥 놔두면 안 되겠다 싶으면서도, 이미 호랑이 새끼로 변해버린 저들을 어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이가 많은 유복이 좋은 말로 하면 듣는 척이라도 하더니, 이젠 아예 대놓고 무시했다.

한번은 성을 내며 한 녀석을 잡아 혼을 내 주려 했으나, 그들은 어느새 여럿이 둘러싸 한 놈이 유복의 등 뒤에서 팔을 잡고 나머지가 을러대는 통에 제대로 망신만 당하고 말았다. 수적으로도 상대가 되지 않는데다가 다리를 저는 유복이 그들 여섯의 상대가 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유복은 울분을 참을 수 없었다. 마침 비닐하우스 근처를 지나던 유복이 청년들 중 한 놈이 위엉을 희롱하는 것을 보자 더 참을 수 없었다.

“뭐하는 짓이냐!”

청년은 위엉을 놔 줬지만, 대놓고 무시하는 표정을 지으며 침을 찍 뱉었다.

“에이, 씨팔 병신이 꼴값하고.”

유복은 눈이 뒤집혔다. 몸을 날려 청년과 함께 밭으로 뒹굴었다. 어지럽게 채소가 흩어지고, 엎치락뒤치락 둘의 사투가 시작됐다.

위엉은 어찌 할 바를 모르고 둘을 말리다가 결국 안채로 뛰어 들어갔다. 마침 안채에는 황씨가 있었다. 황씨는 위엉의 다급한 말을 듣고 밭으로 뛰었다. 어느새 밭에서 뒹굴던 둘 옆에는 청년들이 붙어 유복을 떼어내고 있었다.

유복은 같이 맞붙어 있던 청년에게 떨어졌으나 청년들에 의해 내동댕이쳐졌고, 그들의 발길질을 당하고 있었다. 어느새 아낙들이 몰려들었으나 청년들이 눈을 부릅뜨고 다가서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발만 동동거리고 있을 뿐, 누구하나 덤벼들어 유복을 구해내지 못했다.

황씨는 밭 한가운데 서서 천둥 같은 고함을 지르며 눈을 부릅떴다.

“이놈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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