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간편한 노인 전용 휴대전화를 쓰고 싶다”
“쉽고 간편한 노인 전용 휴대전화를 쓰고 싶다”
  • 특별 취재팀
  • 승인 2010.08.16 10:11
  • 호수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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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고령자 휴대전화 이용실태 설문조사’ 결과
▲ 본지 설문조사 결과 노년층은 현재 사용하는 휴대전화의 기능이 너무 많고 복잡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어르신이 서울 강서노인종합복지관이 마련한 휴대전화 활용 교육에 참가해 대학생 자원봉사자로부터 사용법을 배우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임근재 기자 photo@100ssd.co.kr

노년층 94.6% 휴대전화 사용…통화·문자 외엔 시계로 전락
“기능 너무 많고 복잡해 가장 불편, 사용 쉬운 단말기 절실”
국내 제조사, 미국·일본선 노인전용폰 출시 국내선 “글쎄요”


노년층 대부분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휴대전화의 기능이 너무 복잡해 음성통화 및 문자메시지 등 기본기능 외에는 시계 용도로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노년층 10명 중 8명은,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출시해 판매 중인 ‘지터벅’과 같은 노인 전용 휴대전화가 국내서도 출시될 경우 사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요 단말기 제조사들은 노인 전용 휴대전화 출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본지는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스마트폰이 기존 휴대전화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경향과 관련, 노년층의 정보 소외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를 제기(본지 제223호 3면 보도)한 바 있다.

▲노년층이 쓰기엔 너무 까다로운 휴대전화
백세시대이 지난 7월 한 달 동안 본지 독자를 대상으로 ‘고령자 휴대전화 이용실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유효응답자 411명 중 389명(94.6%)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 77.1%(317명)는 음성통화 기능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문자메시지를 가장 많이 사용했으나 응답자는 36명(8.8%)에 불과했다.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외에 시계 기능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응답도 13명(3.21%)에 달했다.

사용가능한 기능을 모두 물은 질문(복수응답)에서도 ‘음성통화’라고 답한 응답자가 322명(78.3%)으로 가장 많았고, 문자메시지(111명, 27.0%), 시계(84명, 20.4%) 기능이 뒤를 이었다. 반면, 화상통화(11명, 2.7%)를 비롯해 텔레뱅킹(11명, 2.7%), 정보검색(4명, 1.0%) 등의 기능을 사용하는 응답자 비율은 매우 낮게 나타났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점에 대해서도 ‘기능이 너무 많고 복잡하다’는 응답이 45.7%(188명)로 가장 많았고, ‘사용설명서가 알아보기 어렵다’(28.5%, 117명)가 뒤를 이었다. 이밖에 ‘숫자판과 화면 글자가 너무 작다’(61명, 14.8%), ‘나에게 꼭 필요한 기능이 없다’(9명, 2.2%) 등의 응답이 뒤따랐다.

이에 따라 노년층 대부분은, 삼성전자가 지난 2006년 미국에서 출시한 ‘지터벅’(jitterbug)과 같은 노인 전용 휴대폰이 국내서도 출시되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응답자의 78.8%(324명)가 ‘사용이 매우 간편한 노인 전용 휴대전화가 출시된다면 사용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있다’고 답했고, 사용할 의사가 없다는 응답자는 11.9%(49명)에 머물렀다. 무응답은 4.6%(19명)였다.

노인 전용 휴대전화가 출시될 경우 가장 사용이 쉬워야 하는 기능으로는 ‘전화번호 저장 및 검색기능’을 꼽은 응답이 50.4%(207명)로 최다였고, 이어 통화관련기능(100명, 24.3%)과 메시지 쓰기 및 읽기 기능(52명, 12.7%), 카메라 및 동영상 촬영 기능(18명, 4.4%) 등의 순이었다.

▲“스마트폰 뭔지 모른다”… 소외감만
최근 보급이 확대되고 있는 스마트폰을 알고 있는지 물었더니,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응답자의 59.4%(244명)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답했고, 24.1%(99명)만이 ‘알고 있다’고 답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2.4%, 10명에 불과했고, ‘스마트폰을 사용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자도 10.5%(43명)에 머물렀다.

한편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응답자의 가입명의는 본인이 70.8%(291명)로 가장 많았고, 자녀가 20.0%(82명)를 차지했다.

1개월 평균 사용요금은 2만원대(41.1%, 169명)가 최다를 기록했으며, 3만원대(28.0%, 115명), 1만원대(11.2%, 46명) 등의 순이었다.

노년층이 가장 선호하는 이동통신사는 SK텔레콤(44.3%, 182명), KT(26.8%, 110명), LG U+(15.8%, 65명), ‘없다’(5.8%, 24명) 등의 순이었으며, 실제 가입한 이동통신사도 선호도와 비슷한 비율의 순서로 집계됐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사는 삼성전자(애니콜)가 54.5%(224명)로 절반을 넘었으며, LG전자(사이언) 30.2%(124명), 모토로라 3.9%(16명), 팬택(스카이) 2.2%(9명) 등의 순이었다.

▲국내 단말기 제조사 “남는게 있어야…”
노년층의 욕구와 달리 국내 주요 단말기 제조사들은 당분간 내수시장에서 노인 전용 휴대전화를 출시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08년말 출시된 W690모델(오리진폰)과 이어 나온 ‘VVIP폰’이 중장년층과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실버폰’으로 판매됐다”며 “당장은 아니라도 실버폰은 지속적으로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도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출시한 와인폰의 경우 출시 당시 중장년층과 함께 노년층까지 (판매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단말기 제조사들이 이른바 ‘실버폰’을 표방하며 출시한 제품들은 숫자판의 크기를 약간 확대하거나 기능을 다소 줄인 것으로, 노년층이 원하는 쉽고 간편한 노인 전용 단말기와는 거리가 멀다.

삼성전자의 ‘지터벅’은 대형 숫자판과 손쉬운 사용기능은 물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지터벅 전용 콜센터와 911(한국 119에 해당)에 연결돼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심혈관질환 관리 기능도 포함돼 미국 노년층에 인기가 높다. 그러나 ‘지터벅’의 국내 출시 여부는 미지수다.

특히 팬택이 이달 중 일본에서 노인 전용 휴대전화를 출시할 예정이지만 내수시장은 제외됐다. 팬택 관계자는 “일본에서 삼성전자의 ‘지터벅’보다 일본 노인에 특화된 전용 휴대전화를 출시할 계획이지만 국내서는 아직 출시 계획이 없다”고 밝혀 아쉬움을 더했다.

국내 주요 단말기 제조사들이 노인 전용 휴대전화 출시를 머뭇거리는 이유는 영업이윤에 대한 회의적인 판단 때문이다.

LG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윤원일 과장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65세 이상 노인만 타깃으로 한정지으면 모수(母數)가 적어지기 때문에 노인 전용 휴대폰 출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KT테크 상품기획팀 관계자는 “주요 고객층이 10대 후반~20대 중반이며, 내년까지는 노인 전용 휴대폰 출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팬택 홍보팀 김문구 과장도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15%의 점유율을 갖고 있어 주력 연령층이 20~30대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며 “노인 전용 휴대전화 출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밖에 SK텔레콤을 비롯한 주요 이동통신사는 60세 또는 65세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요금제 혜택 외에는 별도의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

본지가 최근 질문지 수거 방식으로 진행한 ‘고령자 휴대전화 이용실태 설문조사’에는 7월 한 달 동안 독자 총 688명이 응했다. 이 가운데 통계분석에 이용 가능한 유효응답이 411건 이었다. 대한노인회 인천 부평구지회를 비롯해 경기 평택시지회, 경북 울릉군·울진군지회는 노인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대량 설문조사를 실시, 큰 도움을 제공했다.

통계분석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설문에 응했으나 많은 항목에 답하지 않았거나 미리 공지한 답변 방법에 충실히 따르지 않은 응답지는 통계분석에서 제외시켰다. 분석은 사회통계전문 프로그램인 ‘SPSS’를 이용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유효응답자의 성별은 남성 321명(78.1%), 여성 88명(21.4%), 무응답 2명이었으며, 연령은 70~75세가 37.7%(155명), 76~79세 27.0%(111명), 65~69세 18.5%(76명), 80~85세 8.8%(36명), 50~64세 6.1%(25명), 50세 이하 0.7%(3명), 무응답 2명 등이었다. 주요 설문조사 결과를 그래프를 이용해 소개한다.

특별 취재팀


**무응답 제외한 유효 퍼센트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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