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강조’한 제품은 ‘노우’… 노인 ‘배려’한 제품은 ‘예스’
노인‘강조’한 제품은 ‘노우’… 노인 ‘배려’한 제품은 ‘예스’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0.08.20 14:07
  • 호수 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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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노년층 어떤 소비자인가 알아봤더니…

우리나라 시니어들의 소비 취향과 욕구는 어느 정도일까. 노년층의 인구가 증가하면서 이들의 소비문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고령친화산업 시장 발달에 있어 시니어들의 가치관과 욕구, 소비 습관 등의 이해는 잠재된 시장 기회를 보다 현실화 하는데 중요한 토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은 시니어들의 소비문화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분석 자료는 KDI 국제정책대학원 정 권 교수가 지난해 12월 서울, 대전, 광주, 부산 등 4개 도시 60세 이상 7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년층 라이프스타일 조사’를 바탕으로 했다.

분석 결과, 대다수의 시니어는 스스로를 실제 나이보다 젊다고 느꼈고,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건강과 외모 가꾸기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성공과 부는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했으며 유명 브랜드 소비를 통해 품위를 유지하는 ‘물질 중시형 소비자’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 호칭과 관련해 은퇴자, 고령자, 노인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으로 인식한 반면 실버나 시니어라는 단어는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이들은 시니어 세대를 위한 제품이나 서비스는 간절히 원하면서도 ‘노인용’ 꼬리표가 붙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노인 88%, 맞춤 제품·서비스 원하고 노인 할인 혜택 ‘당연’
백화점·대형매장보다 동네 소매점 애용… 이동 편의성 중시 

◇시니어, ‘나이보다 젊다’ 느껴…몸 쇠약해질 때 ‘노령’ 실감

시니어 10명 중 7명은 스스로를 실제 나이보다 젊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52.8%는 ‘10살 정도 젊게 느낀다’고 답했으며, 18.4%는 ‘10살 이상 젊게 느낀다’고 생각하는 등 71.2%가 현재 나이보다 젊게 인식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연령이 높을수록 실제나이와 인지나이의 격차가 컸다. 즉 60대는 절반 이상(57.8%)이 50대 정도로 느꼈고, 10살 이상 젊게 느끼는 사람은 12.3%에 불과했다. 하지만 80대가 되면 10살 이상 젊다고 느끼는 사람이 36%나 됐다. 이는 비록 육체적인 나이는 먹었지만 마음은 인생의 어느 지점에 머물러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표1>


또 ‘노령’의 기준을 묻는 질문에 ‘몸이 쇠약해 질 때’(78.8%)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다른 사람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부를 때’(74.4%), ‘손자·손녀가 생겼을 때’(64.2%) 등을 꼽았다. 이처럼 신체가 건강하고 스스로가 나이 들었다고 자각하지 않는 이상 물리적인 나이 때문에 고령자로 규정될 수 없다는 것이 시니어들의 입장이다.<표2>


시니어들은 건강과 외모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이들은 ‘운동과 다이어트로 건강을 유지하거나 향상시키는 것’(81.1%)과 ‘가능한 한 젊게 보이는 것’(75.6%)을 매우 중요하게 인식했다. 특히 60대 초반(91.8%)과, 고소득층(87.5%)일수록 이러한 인식은 더욱 높았다. 고소득층의 경우 최신 유행 스타일의 패션이나 젊어 보이게 하는 화장품에 관심이 높았다.

화장품 구입과 같은 ‘작은 사치형’ 제품은 고소득층뿐만 아니라 중간 소득층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 같은 소비 형태는 시니어 소비자의 구매 여력에 따라 가격대만 적정 수준으로 맞춰진다면 젊음을 붙잡기 위한 투자가 지금보다 더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표3>


◇자녀에 신세지기 싫지만 자녀가 부모 돕는 건 ‘당연’
상당수의 시니어들이 자녀에게 신세지기를 원치 않았다. 하지만 자녀가 부모를 돕는 것은 당연하다고 인식했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 81%가 ‘비록 내가 자신을 스스로 돌볼 수 없게 되더라도 자식들에게 의존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 반면 ‘나는 내가 모은 재산을 노후를 위해 쓰기보다는 부족하더라도 일부를 자녀를 위해 기꺼이 쓰고 싶다’에는 74.4%나 되는 응답자가 동의했다.

반면 일본 한 광고회사가 50세 이상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4.4%가 ‘자녀들에게 경제적인 원조를 바라거나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자녀나 손자에게 재산을 남기고 싶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66.9%가 ‘남기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일본과 비교했을 때 독립 의사는 큰 차이는 보이지 않았지만 자녀들에게는 아낌없이 지원 해주는 셈이다.

그러나 자녀로부터의 독립 의지가 높으면서도 78.1%라는 상당히 많은 수의 응답자가 ‘자녀들은 부모의 노후를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는 데 동의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의견은 전 소득 계층, 전 연령층에서 고르게 높이 나타났다.

이밖에 상당수의 시니어들이 ‘돈이면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77.9%)고 인식했다. 이 같은 경향은 특히 남성보다 여성이,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시니어들에게 소비가 매우 중요한 의미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돈을 움켜쥐고만 있지는 않았다. 응답자 46.7%는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종종 유명 브랜드를 구입했으며, 65.5%는 쇼핑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액티브 시니어, 독립적인 삶 추구·개인 보다 사회 이익 우선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는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인지나이가 실제나이보다 젊은 그룹을 말한다. 이들의 활발한 소비 활동은 타 노년층에 비해 소비에 과감한 태도는 물론 건강하고 인생전반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 앞으로 시니어 소비문화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액티브 시니어들은 젊음을 지속시켜줄 패션이나 미용, 건강과 관련해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시간을 최대한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들은 ‘가능한 젊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에 절반(50%) 가량이 긍정적이라고 인식했다. 또 37.9%는 최신 유행 스타일의 옷도 한 두 벌 정도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 1년간 4회 이상 국내외 여행을 한 사람 비중도 타 연령층 보다 높았다.

무엇보다 액티브 시니어는 독립적인 삶을 추구했다. 특히 정년 후 계속 일을 하면서 경제적인 자립을 유지하기를 원했고, 여행을 갈 때도 여행사에 의뢰하기 보다는 스스로 계획을 세우기를 좋아했다.<표4>


또 이들은 개인의 이익보다 사회의 이익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많았고, 공공 이익을 위해 조금의 불편함은 감수할 의사가 높았다. 대표적인 예로 친환경 관련 소비를 들 수 있다. 비닐봉지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장바구니를 갖고 다니거나 친환경 제품이라면 더 비싼 값을 지불할 의사도 높았다.

◇브랜드 보다 매장 선호…신뢰 관계 중시
시니어들의 소비 형태를 살펴보면 자신에게 익숙한 브랜드나 매장을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브랜드’(64.9%) 보다 ‘매장’(81.7%)에 대한 영향이 훨씬 더 높았다. 이는 단골 매장과 오랜 관계를 형성하고 소비에 있어 사람과의 신뢰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매장 보다 소규모 동네 소매점을 많이 애용하고 있었다. 의복 구매 장소는 ‘동네 양품점’이 24.2%로 가장 높았다. 반면 ‘백화점’은 12.8%에 불과했다.

식료품은 ‘대형마트’(34.8%)보다 ‘슈퍼마켓’(39.8%)나 ‘구멍가게’(15.8%) 등 동네 소매점에서 구입하는 비중이 훨씬 더 높았다. 생필품은 ‘대형마트’(44.6%) 구매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여성 시니어들은 ‘슈퍼마켓’(42.6%) 구매 비중이 더 높았다. 동네 상점을 선호하는 이유는 이동의 편의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여성일수록 동네 상점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데 이는 여성 시니어의 경우 운전자 비중이 낮고 혼자 먼 거리 이동에 대한 제약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시니어들은 상품을 구입할 때 광고가 중요한 정보원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가 마음에 들면 제품을 사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응답이 72.7%, ‘광고가 일반적으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76.8%나 됐다.

◇맞춤 제품·서비스 원하고 실버·시니어 호칭 선호
시니어들은 ‘노인용’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제품에 대한 거부반응을 보인 반면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이 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상당수(88%)가 시니어에 맞춤화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간절히 원했고, 85.3%는 나이든 사람에게 더 많은 할인 혜택이 제공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즉 문제는 노인용 제품 그 자체가 아니라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세련되게 전달하느냐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호칭이다. 시니어들은 자신들을 부르는 호칭 가운데 ‘실버’(70.9%)라는 단어를 가장 선호했다. 이어 60세 이상이나 64세 등 ‘구체적인 숫자’(64%)나 ‘시니어’(59%)라고 지칭하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고령자’(52.7%), ‘은퇴자’(52.4%), ‘노인’(45.4%)이라는 말의 선호도는 낮았다.<표5>


이 같은 반응은 실버의 경우 단어 자체가 갖는 중의적 의미와 오랜 기간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되면서 긍정적인 이미지가 굳혀진 것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인 숫자는 연령 자체에 대한 선입관만 없다면 중립적인 표현으로 해석했다. 또 시니어나 어르신 등은 존칭의 의미를 내포한다. 하지만 은퇴자나 고령자, 노인 등의 단어는 사회적·생리적으로 이전의 삶과는 다른 ‘변화’를 떠올리게 하는 말로 인식하기 때문.

따라서 호칭에서 ‘노인 이미지’가 나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어른’이라는 호층은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이들 상당수(81.7%)는 ‘나이든 사람을 위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너무 젊은 모델이 등장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고, 84.7%는 ‘광고에서 노년층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는 제품 구입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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