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백세인, 그들은 어디에 있는가
[이슈이슈] 백세인, 그들은 어디에 있는가
  • 연합
  • 승인 2010.08.27 12:48
  • 호수 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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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불어닥친 100세 이상 고령자 확인 소동
△끝없는 ‘유령 고령자’ 소동
장수대국이라는 명성을 갖고 있는 일본에서 호적상 만 100세를 넘긴 고령자가 실제로는 종적이 묘연하거나 숨진 지 오래 지난 것으로 드러나는 이른바 ‘유령 고령자’ 소동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교도통신과 NHK에 따르면 오사카부 히가시오사카(東大阪)시에는 살아있으면 149세인 노인의 호적이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861년에 태어난 이 노인은 남성인지, 여성인지도 모르는 채 단지 사망 신고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호적에서 삭제되지 않은 채 ‘장부상 세계 최고령자’로 남아 있었다.

히가시오사카시 한 곳에만 호적상으로 살아있는 120세 이상 노인이 149세 노인을 포함해서 228명에 이른다는 사실도 이번에 밝혀졌다. 이들은 주소조차 알 수 없는 이들이다.

일본에서도 생존 가능성이 적은 노인의 호적은 시가 법무 당국의 허가를 받아 삭제할 수 있지만 이를 하지 않은 탓이다.

히가시오사카시 관계자는 “2000년 이후 삭제 업무를 게을리했다”며 “호적을 전산화하면서 서둘러 삭제할 필요가 없어져 뒤로 미루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사과했다. 다만 연금이나 보험은 호적이 아니라 주민기본대장에 근거해 지급해온 만큼 부정수급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호적상 100세 이상 고령자가 집에서 유골로 발견되는 사건도 벌써 세 번째 불거졌다.

8월 24일 후쿠시마(福島)현 이와키시에 있는 시영 집단주택의 1층에서 살아있으면 102세인 와타나베 미치 할머니가 유골로 발견된 것. 경찰이 이불에 덮인 와타나베 씨의 유골을 검시한 결과 숨진 지 수년이 지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할머니는 다섯째 딸(70)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이 딸은 며칠 전부터 연락이 끊긴 상태다.
숨진 와타나베 씨의 큰딸의 아들(57)은 “10년 정도 전에 이모로부터 할머니가 숨졌다는 편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연금을 받으려고 유골을 그대로 내버려뒀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연락이 끊긴 딸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100세 미만 확대하면 심각한 일 벌어질 것”
“100세 미만으로 고령자의 생존여부 확인을 확대할 경우 판도라 상자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8월 16일 1면에 게재한 ‘행방불명 고령자’ 특집기사에서 자체 취재결과 100세 이상의 행방불명자는 전국에서 242명으로 나타났지만 70대나 80대로 행방불명자 조사를 확대할 경우 ‘판도라의 상자’로 심각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는 100세 이상 고령자를 중심으로 생존여부를 조사하고 있어 100세 미만의 행방불명 고령자에 대한 통계 자체가 없다.

하지만 집을 나갔다가 숨진 행려사망자나 신원불명 사망자, 실종선고가 난 행방불명자 등의 통계를 살펴보면 100세 미만자의 행방불명 실태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요미우리신문 조사에 따르면 행려사망자는 2007년 1142명, 2008년 1019명, 2009년 1095명이었다.

또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신원불명 사망자는 2007년 1078명, 2008년 1019명, 2009년 1135명 등으로 지난해까지의 누계는 1만6765명에 달한다. 또 법원이 실종을 인정해 ‘실종선고’를 한 건수는 2007년 1994건, 2008년 2074건, 2009년 2234건이었다.

행려사망자나 신원불명사망자는 상당수가 고령자다. 행방불명 고령자들은 가출을 해서 생활하거나 가명으로 생활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경제적,체력적 약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돌아다니다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100세 미만으로 조사범위를 확대할 경우 행방불명자 수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시내 한 자치단체의 복지담당자는 “이 문제는 바닥이 보이지않는다. 100세미만자로 생존 여부 조사를 확대할 경우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격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통계·복지제도 전반 ‘허구’
유령 고령자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각 자치단체는 일제히 100세 이상 고령자의 생존 여부를 긴급히 확인하고 있지만 행방이 묘연한 실종자가 매일 눈덩이처럼 불어나 일본의 통계와 복지, 가족제도 전반에 대한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급기야 중앙정부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됐다.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 나가쓰마 아키라(長妻昭) 후생노동상, 하라구치 가즈히로(原口一博) 총무상 등 중앙정부 각료 5명은 8월 6일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센고쿠 장관은 모임 후 “지역 공동체의 존재양식이나 프라이버시의 보호 등 어려운 문제도 포함돼 있지만 우선 연금 지급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주민표의 기재사항 조사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는가를 긴급하게 검토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전문가들은 백세인들이 자치단체로부터 ‘장수 축하장’과 선물을 받거나 연금을 타왔다는 점에서 가족들이 백세인 사망 후에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을 것이란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지방정부가 이들 백세인 관리를 소홀히 해 이번 사태가 빗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나가쓰마 아키라 후생노동상도 각 지방자치단체에 “반드시 본인을 확인한 뒤 (장수) 기념품을 주기 바란다”고 언급했을 정도.

일본은 지난해 100세 이상 생존 노인이 4만여명으로, 지난 10년간 3.5배나 늘었다며 ‘세계 제1의 장수국’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이 통계는 신뢰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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