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추석 노인시설 방문, 겉치레 이제 그만
[이슈&이슈]추석 노인시설 방문, 겉치레 이제 그만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0.09.16 20:11
  • 호수 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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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촬영 생색내기 대신 노인목소리 귀기울여야
추석 등 명절만 되면 노인시설을 찾는 정치인이나 지역 유명인사, 기업임원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명절을 맞아 어르신들을 찾아 인사를 드리는 마음이야 누가 나무라겠는가만, 문제는 10~20분 머물다 사진만 찍고 총총 사라지는 생색내기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데 있다. 하지만 선거철에도 투표가 불가능한 중증 노인들이 입소한 요양시설엔 '한 표'를 원하는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뚝 끊겨 대조를 이룬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방문객이 원하는 사진촬영 등을 위해 동원되는 등 명절 내내 원치 않는 고역을 치르기도 한다. 노인단체 및 관련 시설 관계자들은 "노인을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평소에도 자주 찾아뵙고 어르신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꼬집는다.

◇10~20분 머물며 자기 홍보 일색

서울의 한 노인복지센터 사회복지사는 “선거나 명절 때만 시설을 찾아 자신을 홍보하고 가는 유명 인사들이 적지 않다”며 “이들 가운데 몇몇은 봉사하러 온다고 해 놓고 사진 찍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데, 그럴 때 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경로당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기도 광명시 한 경로당 회장은 “선거철만큼은 아니지만 명절이 되면 가끔씩 인사를 하러 오는 유명인사들도 있다”며 “하지만 10~15분 정도 경로당에 머물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등을 돌리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겉치레 인사보다 효심을 갖고 찾아와 어르신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중요한데 그러한 인사는 찾아 볼 수 없어 씁쓸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중증노인들이 입소한 요양원에서는 유명 인사들의 겉치레 인사조자 받기 힘든 실정이다. 광주의 한 요양원의 경우도 명절이나 선거철에도 그 흔한 '겉치레 방문'을 찾아볼 수 없다. 요양원에는 대부분이 1~3등급의 중증환자들이 대부분이다. 이 어르신들은 선거철이 돼도 투표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찬밥 신세'다.

이 요양원 관계자는 “2005년부터 시설을 운영했지만 인사치레라도 찾아와 어르신들에게 안부 인사를 전하는 유명인사는 거의 없었다”며 “속뜻은 뻔히 보이지만 그래도 인사치레를 위해서라도 어르신들을 찾아오는 유명인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시설 자주 방문…노인 목소리 귀 기울여야

노인시설 관계자들은 유명인사들이 특정일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자주 방문해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기 광주의 노인시설 관계자는 “자신의 스케줄이 가능한 특정일만 방문할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자주 방문해 어르신들이 왜 힘들어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살펴 노인복지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한노인회 대구구연합회 관계자도 “불과 몇 년 전까지 만해도 어르신들을 찾아뵐 때 막걸리 한 병이라도 들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선거법위반을 이유로 말이 많아져 방문하기를 꺼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며 “사회 풍토가 야박해 진 것아 씁쓸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무엇을 들고 오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자주 찾아 노인들의 목소리를 귀 담아 듣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며 “정부는 우리나라가 잘 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실질적으로 노인들한테 오는 복지지원은 미미한 실정이어서 피부에 와 닿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명인사 다녀가야 후원·지원 물꼬

노인시설 관계자나 어르신들은 유명인사의 방문이 마냥 달갑지 않다. 평소에는 무관심하다가 명절 등 특정일만 되면 찾아오는 유명인사들 때문에 사진촬영에 동원되거나 형식을 갖춰야 하는 번거로움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귀찮고 힘들어도 이들의 방문을 참고 넘겨야 하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유명인사들의 방문이 시설 홍보나 지원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복지관 관계자는 “유명인사가 방문한다고 하면 평소보다 청소상태 하나도 더 신경이 더 쓰여 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어르신들 가운데서도 유명인사 방문을 불편해 하시는 분들도 계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명인사 방문 이후 받는 혜택도 무시할 수 없다.

이 관계자는 “유명인사 방문 이후 시설 홍보는 물론 잘 하면 두둑한 후원이나 지원으로 이어지는 데 몫을 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방문을 거절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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