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노인예절
[금요칼럼]노인예절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0.10.01 11:39
  • 호수 2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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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배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아파트 승강기에서 주민들끼리 항상 인사하지는 않는 것 같다. 서로 잘 아는 사람들끼리야 인사도 하고 이런저런 대화도 하지만, 분명 같은 동에 살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교분이 없었던 사람들 간에는 서로 못 본 체하는 경우가 많다.

어색하게 헤어지고 나서는 ‘도시에서는 서로 모르고 지내도 괜찮아’하는 마음으로 위안을 삼는다. 도시인의 삶에 나타나는 익명성은 편리하기도 하지만 한편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몰인간성을 낳는다.

승강기에 어린 학생이 타서 인사를 안 하면 노인들은 대체로 요즘 아이들은 예절이 없다고 비난한다. 가정교육이 못 돼 먹었고, 학교에서도 예절교육을 잘 시키지 못해 아이들이 버릇없이 커나간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요즘의 아이들은 예절교육을 받을 겨를이 없다. 유치원에서는 영어를 배우기 시작해야 하고, 초등학교부터는 선행학습을 해야 하고, 고등학교 때에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하루 저녁에 두세 개의 학원을 소화해 내야 한다.

가정에 아이도 한 명뿐이어서 부모는 이 아이를 애지중지 키우느라 인간의 법도와 예절을 가르칠 생각을 못한다. 아이들이 어른을 보고 인사 안 한다고 꾸지람을 주기에는 아이들이 너무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성장하고 있다.

승강기에서 노인들이 먼저 아이들에게 인사할 수는 없을까? 안녕! 잘 지내니? 요즘 많이 바쁘지? 너 아주 공부 잘하게 생겼다! 까불이 녀석, 피곤해 보이는 녀석, 시무룩해 보이는 녀석, 각각에 대해 적당한 인사말을 생각해 내서 먼저 해주면 어떨까? 이번에는 그냥 고개를 꾸벅하고 내리는 녀석이라도 다음번에 만나면 틀림없이 먼저 인사할 것이다.

어떤 노인들은 ‘내가 나이를 이만큼 먹었으니 이런 정도의 말이나 행동은 괜찮겠지!’하고 무례한 언행을 일삼는 경우도 있다. 동료 간이나 손아랫사람에게 말을 아무렇게나 해서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노인들도 많다.

게다가 남루한 의복에 단정치 못한 외모는 노인을 불쌍하게 보일 뿐 존경의 대상으로는 보이지 않게 만든다. 소수의 예절 없는 노인들 때문에 전체 노인들이 손해를 본다. 그 몇몇 때문에 노인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확대된다. 아무리 나이를 많이 먹었어도 의상이 단정하고 언행이 부드럽고 친절하면 그런 분에게는 따뜻한 친근미가 느껴진다.

예절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기본 도리로서, 개인적으로는 절제의 도를, 사회적으로는 질서의 도를 지키는 것이다. 예절을 잘 지키는 사람은 품격 있는 삶을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예절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보이는 행동이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를 의미 있게 규정하는 덕목이다.

부부간에, 친구 간에, 선후배 간에, 타인과의 관계에서, 그리고 연령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돼야 하는 가치다. 몇 년 전 지하철에서 노인 한 분이 죽임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 노인은 열차 안에서 한 고등학생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고 호통을 쳤는데, 체면이 상한 그 학생은 노인이 내리는 역에 같이 내려 계단에서 그 노인을 아래로 밀어버렸다. 아랫사람에게 예절을 지키지 못해 발생된 불행이었다.

필자는 유학시절에 다니던 교회의 나이 많은 장로님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추수감사절에 그 장로님이 누추한 우리 집을 찾아 오셨다. 학생들이 공부하기도 바쁜데 교회 일에 너무 수고가 많아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러 왔다 하시면서 자그마한 과일 바구니를 선물로 들고 오셨다.

필자는 얼떨결에 그 선물 바구니를 받았지만 정말 이렇게 받아도 되는건가 하고 한동안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명절이면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선물을 드리는 전통을 깨고, 본인이 직접 선물을 들고 오셔서 예절의 모범을 보이신 그 장로님 때문에 나는 나이는 어떻게 먹는 것이 좋겠는가 하는 것을 생각해 볼 기회를 얻게 됐었다.

‘예절교육’하면 어린 여자 아이들이 한복을 입고 동네 어른들에게 큰 절하는 것이 떠오른다. 이게 예절교육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어떻든 예절교육은 어린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할 게 아니라, 노인들을 대상으로도 해야 할 것이다.

노인복지관이나 노인대학 등 사회교육기관에서는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현대식 예절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그 프로그램에는 인간관계 향상을 위한 교육, 나와 타인의 생각과 느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받아들이는 감수성훈련 혹은 심성개발훈련, 손자손녀들과 대화하기 위한 청소년심리론 등이 포함돼야 한다.

그리고 노인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노인패션과 외모 가꾸기 등도 있었으면 좋겠다. 예절교육을 잘 받은 노인들은 이제 진정 어르신으로서의 권위를 회복하고 사회로부터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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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골 2010-11-02 10:37:29
노인 예절교육 필요합니다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