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노인자살예방, 우울증 치료부터
[전문의 칼럼] 노인자살예방, 우울증 치료부터
  • 관리자
  • 승인 2010.10.01 13:12
  • 호수 2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현보 서울시립 북부노인병원 정신과 과장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살률은 나이가 많을수록 증가한다. 특히 80대 이상은 20대 보다 5배 이상 높아 노인자살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노인자살의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가 ‘우울증’이다. 우울증 환자의 약 70% 정도에서 자살을 시도하고 있을 정도다. 젊은 사람의 우울증은 전조증상을 갖고 있는 반면 노인우울증은 특이사항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노인우울증은 폐경기 이후 증가하게 되며, 65세 이상 여성 10명 당 3명은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성에 비해 여성이 약 2배 가량 더 많은 이유는 가족 속에서의 역할 부재, 사별, 신체질환 등과 관련해 우울증 발생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노인우울증은 정신적인 문제에 대해 겉으로 잘 들어나지 않으며, 대신 복통, 두통, 흉부통, 관절통 등 신체 여러 부분의 통증을 호소하는 일이 많다. 통증을 만성적으로 호소하고, 특히 식욕부진, 체중감소, 수면장애, 변비, 만성적인 피로 등을 동반한다. 배변 이상, 매스꺼움, 구토, 위장의 불쾌감, 구강의 이상감, 명치의 통증 등의 소화기 장애를 호소하기도 한다.

노인의 경우 자살에 대한 뚜렷한 표현이 없고 간혹 평소보다 말수가 적어지거나 주변을 정리하고 있을 경우 ‘자살경고등’으로 판단해 조기에 대처해야 한다.

특히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률은 끊임없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노인우울증은 젊은 사람과 다르게 본인의 치료 거부, 가족들의 무관심 등으로 인해 제 때 진단 및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년기 우울증은 본인조차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자각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 등 주위의 사람들도 ‘기운이 없는 것은 나이 탓이다, 노화가 진행된 것이다, 많이 늙었다’고 이해해 방치되는 일이 많다. ‘우울하다, 기분이 가라 앉는다’는 등의 자기 감정을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일이 오히려 적다. 가족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부모님의 사소한 감정변화에도 주의를 기울여 조기에 우울증을 발견해 치료해야 한다.

노년기 우울증은 ‘자신의 과거는 잘못됐다’든가 ‘주위 사람들에게 죄를 지었다’는 등의 우울증적 망상을 쉽게 갖는 중증부터 경미한 사항까지 여러 가지 특징이 있다. 젊은이와는 다르게 매우 비전형적으로 나타나며, 알코올중독, 각종 만성통증, 건강 염려증, 가성치매 같은 증상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노인우울증의 가장 큰 특징은 △슬픔 표현이 적음 △신체적 증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많음 △최근 발생한 신경증적 증상 △치매와 동반된 우울증 △행동장애 △비정상적 성격·성향 강화 △뒤늦게 발생한 알코올 의존 등이 있다.

노인우울증의 발생요인으로는 신체적 질병과 기능상실, 사별과 같은 생활사건, 사회적 지지체계, 재정적 문제, 교육수준, 성격 등이 있다. 만성질환 및 기능상실의 정도는 우울증의 정도와 비례하며 건강의 악화는 새로운 우울증상을 유발시키는 주요 인자로 작용한다,

평소와 달리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된다 △일상생활이 재미없고 따분하다 △평소보다 체중이 많이 감소하거나 부쩍 증가했다 △수면장애를 느낀다 △피로감 및 활력 상실 △존재감이 없고 죄책감을 느낀다 △사고력 및 집중력이 떨어지고 안절부절 못한다 △반복적인 자살 시도 및 죽음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을 한다 등에서 5가지 이상에 해당된다면 노인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노인우울증은 내과 및 신경과 질환이 있는 상황에서 흔히 발생한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이나 심근경색증 이후에 우울증이 발생한다. 또 뇌혈관질환(중풍) 환자의 약 24%에서 우울장애가 발생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에서도 우울장애의 발생이 매우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인우울증의 치료는 부작용을 최소화시킨 항우울제를 투여하면 대개 4주 이내에 우울증의 증상들이 좋아지지만, 증상 조절 후에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항우울제의 투여가 필요하다. 우울증상이 사라진 이후에도 최소한 6개월 이상의 유지치료를 받는 것이 재발방지를 위해 요구된다.

우울증이 있는 노인들은 스스로 소외감을 느끼며 사회활동에 대한 관심이 저하되는데, 반대로 외부활동이나 대인관계를 멀리하는 행동 자체가 우울증 발생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따라서 가족이나 친구들이 우울증 환자에 대해 지속적인 격려와 지지로 활동을 유도한다면 우울증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자원봉사, 종교생활, 취미생활, 운동 등을 통해 여가시간을 활용하는 것도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