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고령화시대, 혼자 살아갈 준비가 필요하다
[금요칼럼]고령화시대, 혼자 살아갈 준비가 필요하다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0.10.11 11:38
  • 호수 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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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란 한서대 노인복지학과 교수
얼마 전 ‘2010년 고령자통계’가 발표됐다. 올해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율은 11%로 인구 100명 중 11명이 노인이지만, 2026년이면 노인인구 비율이 20%로 증가해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사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한편 노인이 가장으로 가정을 이끌어가는 노인가구도 현재는 17.4%이지만 2026년에는 100가구 중 28.3가구가 노인가구일 만큼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런 노인가구 대부분이 다른 가족 없이 홀로 살아가는 노인 단독가구라는 점이다. 현재 노인 단독가구는 100가구 중 6가구에 불과하지만,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2026년에는 10가구 중 1가구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미 우리 사회의 노부모 부양의식은 희미해진지 오래이고, 개인주의가 팽배한 지금의 시대에 새삼 노년에 홀로 살아가는 문제를 운운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인 이야기로 들릴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홀몸노인(독거노인)의 증가는 고독사(孤獨死)와 같이 거창한 사회문제가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다. 통계청의 ‘사회조사’자료에 따르면, 홀몸노인들은 일반 노인들에 비해 더 많은 경제적인 어려움과 건강의 문제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생활비를 정부나 사회단체의 도움에 의존하는 노인은 전체적으로는 10.4%에 불과했지만, 홀몸노인 중 생활비를 정부나 사회단체에 의존하는 비율은 그 두 배가 넘어 22.9%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생활비를 스스로 혹은 배우자가 해결하는 경우가 전체 노인은 절반이 조금 넘는 51.9%였지만, 홀몸노인들은 33.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홀몸노인들은 단체활동에 참여하는 비율도 일반노인에 비해 더 낮아서 노년기의 4대 어려움인 가난과 질병, 무위와 고독의 고통을 모두 더 크게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통적 가족주의의 붕괴와 개인주의의 확산으로 우리 사회의 홀몸노인 가구의 증가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의 노인을 포함해서 앞으로 노인이 될 베이비부머들에 이르기까지 어느 누구도 독거노인이 될 가능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년이 돼서 홀로 살아가더라도 당당하고 멋지게 살아갈 수 있도록 미리 대비를 하는 일이 아닐까? 즉, 고령화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홀로 살아갈 준비일 것이다.
홀로 살아가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함은 물론이고 혼자 있는 무료함을 잊을 수 있도록 노년에 할 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년에 부족한 생활비를 보충할 수 있는 일거리를 준비해 둬야 한다.

물론 정부나 사회단체의 도움에 기댈 수도 있겠지만, 고령화의 정도가 더욱 심각해진다면 그런 그 도움이 내 차례까지 돌아올 수 있을지 그리고 그런 도움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제공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면 미리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거리나 수입원을 마련해 둬야 한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미리부터 홀로 살아갈 시기에 대비해 저축이나 보험 혹은 별도의 안정된 수입원을 마련해 둬야 한다.

둘째는 홀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생활기술들을 익혀 둬야 한다. 특히 남성들은 가정의 살림살이를 전적으로 여성 배우자에게 의존하다 보면, 막상 홀로 됐을 때 식사에서부터 집안청소, 빨래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인 가정생활조차 제대로 영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여성들도 가전제품을 다루거나 전기나 수도 등의 간단한 수리정도는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혼자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최근에는 남성 대상의 요리강좌나 여성 대상의 집수리 강좌도 많이 열리고 있으니, 미리미리 익혀두기를 추천한다.

셋째,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익혀둬야 한다. 항상 내 편이던 배우자나 자녀들이 없이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낯선 세상에 홀로 던져지는 것과 같은 외롭고 힘든 생활이 될 수도 있다.

더군다나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지인들이나 친구들도 세월이 지나가면서 하나둘씩 떠나고, 때로는 이런저런 사정에 의해 나 자신이 그들로부터 떠나와 낯선 곳에서 홀로 살아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새로운 사람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다면, 가족이 없어도 홀로 사는 외로움을 크게 덜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세심히 살피는 일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릴 때처럼 다시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빠지기 쉽다. 오랫동안 고수해온 자신만의 원칙과 가치에 얽매어 자신의 것만을 고집하고 주장하는 자기중심성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있어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다. 따라서 미리부터 자신의 말은 줄이고 남의 말에 경청하면서 자기중심성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소한 일상을 즐기는 법, 즉 홀로임을 즐기는 법을 익혀둬야 한다. 혼자 살아간다는 것이 자유롭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무료하기 짝이 없는 생활이 될 수도 있다. 혼자 일어나고, 혼자 아침을 먹고, 혼자 산책을 하고, 혼자 쇼핑을 하고, 혼자 TV를 보고, 혼자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어쩌다 하루 종일 전화 한 통 안 걸려오는 날이면 한 마디도 못한 채 하루가 끝나버릴 수도 있다.

따라서 혼자서 노는 법, 혼자서 즐기는 법,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행복을 찾는 법을 연습해야 한다. 화초나 나무에 말을 건네고, 동물들과 감정을 나누며,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몰입하여 기쁨을 만끽할 수 있도록 배우고 익혀야 한다.

이것이 바로 고령화시대, 혼자 살아가는 것이 당연해진 사회에서 잘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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