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계속 이대로들 있을 것입니까
[금요칼럼]계속 이대로들 있을 것입니까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0.10.18 16:14
  • 호수 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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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명룡 한국은퇴자협회장

콜로라도의 사우스파크 타운은 미국 서부 개척사의 하나로 록키산맥 한 가운데 있다. 19세기 초 골드러시라는 금광개발의 역사를 안고 300여 가구, 인구 1000여명이 사는 작은 타운이다.

이 작은 타운에 급격한 노령화로 인해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차 없이 살수 없는 광활한 지역에서 노년층 운전자가 늘어나면서 지난 며칠 사이에 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 사우스파크 타운은 조례를 만들어 70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를 회수하는 조치를 취한다. 분노한 노년층은 타운홀에 모여 회의를 개최했다. 그리고 급기야는 AARP(미국은퇴자협회) 본부에 긴급 구조를 요청한다.

사우스파크 상공을 낙하산으로 가득 메운 은퇴자협회 공수부대원들이 빌 스튜어트 회장을 앞세워 타운에 진격한다. 그리고 노년층을 위해 혁명이라는 이름 아래 사우스파크 타운을 접수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스튜어트 은퇴자협회장은 전 미국을 상대로 노년층 권리회복을 위한 무력 활동을 전개한다고 공표한다.

‘잿빛 새벽’이라는 이름으로 TV에 방영된 인기 만화시트콤 시리즈의 줄거리다.

우리사회의 노령화 문제는 서기 2000년 한국이 고령화 사회로 돌아선지 10년째 듣는 얘기다. 전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노령화는 국가 어젠다(agenda·의제)의 우선 순위처럼 보이지만 실제 국가운영에서는 복지차원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노령화에 저출산 단어가 붙은 5년 전부터는 저출산이 우선순위로 다뤄지고 있다. 고령화사회(Ageing Society)에서 인구의 증감에 따른 변화는 그대로 구성 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문제다. 그 속에 저출산이 있고 연금 등 각종 상대적 문제들이 따르기 마련이다.

흔히 노인복지를 다루는 학생들이 성경처럼 듣는 얘기가 노년층의 4대 고초다. 2000여년 전 로마시대의 키케로도 말했고, 근대에 이르러 비베리지 보고서에서 다듬어진 건강, 경제, 사회적 역할 및 소외 문제 등에 대한 얘기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고, 생존하는 노년층의 가장 큰 걱정은 경제적 문제다. 건강은 타고 나야 하고, 평소 잘 관리하면 된다. 역할과 소외, 외로움 등의 해결을 위해서는 많은 인력과 각종 지원시설이 제도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런데 경제적 문제는 어쩔 수 없는 공통적인 사회문제다. 누가 스스로 가난해지려고 하겠으며, 누가 실패한 노년기 인생을 맞으려고 했겠는가.

정부는 내년 노인일자리를 20만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예산도 올해보다 126억원이 늘고, 일자리도 1만4000개나 늘어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양적인 부분은 늘어났지만 질적인 부분은 7년 전 노인일자리 사업이 시작된 이래 변화가 없다.

한국은퇴자협회를 비롯한 노인단체가 기회 있을 때마다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정부는 꿈쩍도 않는다. 월 20만원의 임금이 해마다 바뀌는 물가 상승률에 맞춰 올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 경로연금과 교통수당의 희생 속에 태어난 제도다. 특히 국민연금은 60%에서 40%로 깎아내리는 스케줄까지 명시하면서 국민들이 희생했다. 이에 대한 보상의 의미도 있는 기초노령연금이다. 2008년 1월부터 시행된 기초노령연금법 4조 2항은 국회에 연금개선특별위원회를 구성, 지급액 인상과 대상확대를 논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연금개선특별위원회가 설치됐을 경우 올해 매달 더 받아야 할 기초노령연금은 단독가구가 월 1만3000원, 부부가구는 2만1000원이다. 노인들에겐 대단히 큰 돈이다.

그런데 국회는 꿈쩍도 안하고 있다. 목마른 놈이 우물판다고 연금특위 구성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서명지를 전달하고, 각 정당에 의견을 묻거나 1인 시위까지 나서보지만 국회는 한다고 대답은 하지만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다. 최근 보건복지위원 23명의 의원들에게 개별공개 질의를 하고 받은 회신은 모두가 연금 특위 구성에 찬성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회는 안 움직이고 있고, 그런 가운데 또 2010년 한 해가 기울고 있다. 의회가 밉다. 정부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화두인 공정사회가 어디에 있는지, 공평치 못한 처사 속에 노령연금수령자 390만명이 신음하고 있다.

분노한 노년층이 국회에 진을 치고 여당 당사에 난입하는 사태가 안 일어난다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미국 사우스파크의 만화영화 ‘잿빛새벽’을 한번 보라. 그리고 이에 자극 받아 정부, 여당의 책임 있는 행동이 있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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