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전용광장을 만들자
노인 전용광장을 만들자
  • 박영선
  • 승인 2006.10.1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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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수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 어떤 주제를 가지고 연설을 하거나 토론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옛날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 광장에 철학자, 소피스트 등이 모여 당대의 사회적 이슈를 가지고 논쟁을 벌였다는데 그와 유사한 형태일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노인은 누구인가. 아마도 대한민국 5000년 역사에서 가장 어려운 시절을 보낸 분들이다. 식민지 통치 시절 청소년기를 보냈고, 전쟁을 경험했으며, 우리나라 국가건설의 주역으로 산업화를 이룩한 장본인이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초석을 닦은 분들이요, 우리가 이렇게 살 수 있도록 만든 공로자가 아닌가.

 

그런데 오늘날 노인들은 말이 없다. 노인들도 말이 없을 뿐더러 가정에서, 사회에서, 대한민국에서 노인의 말을 들어주지도 않고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노인들은 외롭다. 주연(主演)에서 밀려나 이제는 엑스트라가 된 세대요, 어쩌면 관객으로 전락한 그룹이다.

 

이제 제1선에서 제2선으로 밀려난 세대. 뒷방신세를 지고 있는 세대는 할 말이 있어도 말을 하지 못하는 세대로 전락되고 말았다.

 

초등학생에게 질문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뭐하시는 분입니까 ’ 하니까, ‘집 지키는 사람’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종묘공원에 나오는 노인들은 “나는 우리 집에서 5등 인생이야, 1등은 우리 며느리, 2등은 아들, 3등은 손자·손녀 4등은 개, 나는 5등이야, 식구들이 나갈 때 개밥은 주고 나가지만 나한테는 관심도 없어”라고 말한다.

 

물론 이 말은 극단적인 사례이고, 어쩌면 노인 스스로 자학에 가까운 표현일수 있으며, 노인들이 느끼는 고독감, 외로움, 푸대접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 종묘공원이나 효창공원 내에 조그마한 공터를 활용하여 노인전문 광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인들은 할 말이 많다. 그런데 광장이 없다. 밀실은 폐쇄된 곳이고 광장은 터진 곳이다. 광장에 나와서 노인들이 가슴에 쌓인 한(恨)을 토로하고,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도 쏟아내고, 국가발전의 비전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젊은이 위주의 목소리가 너무 크다. 그 목소리는 일방적이었다. 상대방의 의사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자기주장을 관철시키는 데만 주력해 왔다. 노동조합원이나 시민단체가 일방적으로 길을 막고, 전철을 서게 하고, 촛불시위를 하면서 자기주장을 펴왔지만 노인들은 자기 목소리를 한번도 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노인들 보고 거리에 나가 젊은이들처럼 행동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노인들에게도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 할 수 있는 광장, 자신의 주장을 남에게 전달 할 수 있는 광장, 노인들의 권익을 외칠 수 있는 노인 전용광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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