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스마트폰과 노인
[금요칼럼]스마트폰과 노인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0.11.12 10:11
  • 호수 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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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시욱 언론인·세종대 석좌교수

스마트폰 열풍은 뉴미디어혁명시대의 불가피한 현상이기는 하지만 노인들에게는 새로운 문제를 던지고 있다. 그것은 젊은층과는 달리 고령자가 이 작은 요술 상자와도 같은 새로운 기계에 선뜻 접근하기 어려운 데서 생기는 일종의 정신적 상실감 내지 소외감이다. 우선 스마트폰은 이용료가 일반 휴대전화보다 훨씬 비싸 노인들에게 부담이 된다.

사실 일반 휴대전화만 해도 고령자들에게는 젊은이들만큼 보급돼 있지 않다. 최근 들어 고령자의 휴대전화 사용이 눈에 띄게 늘어났으나 아직도 아예 휴대전화를 안 갖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녀들이 권해서 할 수없이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는 하나 자신이 통화할 때만 전화를 켰다가 통화를 마치고는 꺼버리는 사람도 있다.

이유를 물어보면 휴대전화를 늘 켜놓으니까 귀찮은 전화가 걸려오기 때문이라는 사람도 있고, 사용료를 아끼기 위해 그렇게 한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일반 휴대전화보다 훨씬 요금이 비싼 스마트폰의 경우 경제관념이 강하거나 실제로 가난한 노인들이 덜 이용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스마트폰의 요금도 요금이지만 사용방법이 복잡해서 노인들이 이용을 포기하는 경우 그 소외감은 성격이 약간 다르다. 스마트폰에 아주 관심이 없는 고령자의 경우는 별개의 문제지만 갖고 싶어 하는 노인들이 자기는 이제 늙어서 젊은이들처럼 복잡한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어렵다고 스스로 체념하는 경우는 일종의 열등감과 좌절감이 생긴다.

젊은층에 스마트폰이 인기가 있는 것은 주로 인터넷 기능 때문이다. 사용법과 기능이 복잡한 것도 스마트폰의 기계적 구조 때문이므로 인터넷을 아주 모르는 노인들에게 스마트폰은 무용지물이다.

하기야 일반 휴대폰을 사용하는 노인들 중에도 주로 통화와 시간체크 정도에만 휴대전화를 이용하고, 문자메시지 이용 방법 같은 것을 모르는 노인들이 많다. 이러니 노인들이 휴대전화보다 훨씬 기능이 복잡한 스마트폰이 자신과 관계가 없는 별세계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변화의 시대에 노인들이 나날이 발전하는 문명의 이기로부터 소외되고 젊은이들로부터 소외되는 상황이 되지 않으려면 고령자 스스로가 노력해서 정신적으로 젊어지는 수밖에는 없다. 건강관리에 힘을 쓰면 신체도 젊음을 유지할 수 있지만 정신연령도 젊어진다. 몸과 마음이 젊어지느냐 아니냐는 문제는 본인이 하기 나름이다.

필자가 아는 어떤 80대 저명인사는 강연 때 파워포인트를 잘 이용하는데, 자신의 손으로 동영상까지 처리할 줄 안다고 자랑을 한다. 스스로 젊어지려고 노력하는 그는 항상 마음가짐에 있어서만은 젊은이에 뒤지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다. 그와 이야기 할 때마다 느껴지는 것은 그의 왕성한 지적 호기심이다.

세상에는 지적호기심이 없는 20대의 늙은이도 있지만 지적호기심이 많은 70, 80대의 젊은이도 있다. 지적 호기심이야 말로 노인들의 정신적인 젊음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조건이므로 왕성한 지적호기심을 가진 고령자일수록 고루함이 없이 생각이 신선하다. 아무리 아는 것이 많은 노인들이라도 생각이 시대에 뒤떨어진다면 고루해 지기 쉬우며 고루해 지면 남보다 앞서 시대를 이끌어갈 안목이나 경륜이 생길 수 없다.

고령층이 스마트폰 같은 문명의 이기를 스스로 외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책임이라 하더라도 이를 사용하고 싶어 하는 노인들의 경우는 우리 사회가 이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잘 도와줘야 한다.

대한민국 노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스마트폰을 이용한다면 듣기도 좋은 일이 되겠지만 IT업계에도 도움이 될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그렇게 하자면 우선 노인들이 스마트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작은 글씨와 창을 크게 하는 등 친고령형 설계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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