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둘레길’ 설계, 노인들에겐 ‘그림의 떡’
서울 ‘둘레길’ 설계, 노인들에겐 ‘그림의 떡’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0.11.24 10:17
  • 호수 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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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간 3분의 1 경사 가파른 코스…등산로 전락 위려

지난해부터 서울시가 추진 중인 ‘서울 둘레길’이 ‘자연 속에서 사색과 여유를 느끼는 웰빙 여행코스를 만들겠다’는 개설 취지와는 달리 가파른 경사코스가 많아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소속 오승록 의원(민주·노원3)은 서울시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서울둘레길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정비계획 재수립을 촉구했다.

‘서울둘레길’은 서울시청, 남산, 숭례문 등 서울 성곽을 연결한 역사문화 탐방로인 ‘내사산 20km코스’와 용마산, 관악산, 북한산 등 서울 경계부를 아우르는 자연생태 탐방로인 ‘외사산 182km’로 나뉜다. 내사산 코스의 경우 이미 정비가 시작됐으며, 외사산 코스는 내년부터 조성될 예정이다.

오 의원은 “현재 서울시가 계획하고 있는 서울둘레길 외사산(182㎞) 구간 중 60㎞가 경사가 가파른 ‘정상정복형’ 코스로 조성될 계획”이라며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둘레길’이 아니라 ‘종주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의원에 따르면 서울둘레길 외사산 코스 182㎞ 중 북한산코스(44㎞), 불암산코스(10㎞), 고덕·일자산코스(25㎞), 관악산코스(15㎞), 안양천코스(28㎞) 등 총122㎞구간은 이미 국가와 각 자치구가 조성했거나 조성할 계획이 있는 곳이라며, 실제로 서울시가 예산을 투입해 조성할 구간은 이들 구간을 제외한 60㎞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시가 추진하는 60㎞ 구간이다. 수락산코스(12㎞), 구릉·망우·용마·아차산코스(15㎞), 대모·구룡·우면산코스(16㎞), 봉산·앵봉산코스(17㎞)등 4개 구간 모두 저지대가 아닌 경사가 가파른 지대로 이뤄진 것.
때문에 서울시 계획대로 둘레길이 조성되면 노인을 비롯해 장애인, 어린이 등의 접근성이 떨어져 하나의 ‘등산로’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특히 자연을 거닐며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걷기 코스’를 기대했던 노인들에게 둘레길은 ‘그림의 떡’으로 비춰질 뿐이다.

이어 오 의원은 “둘레길을 ‘느리게 성찰하고 느끼며 에둘러가는 수평의 길’”이라며 “서울시가 시장 임기(2014년)에 맞춰 토지보상이 쉽거나 이미 확보된 길을 억지로 잇는 수준으로 둘레길을 조성할 경우 만족도가 미미한 전시성 행정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둘레길 조성 정비계획의 재수립을 강력히 요구했다.

한편 ‘서울둘레길’은 올해까지 기본설계를 완료, 내년에는 시범사업구간으로 관악산 코스를 정비하게 되며 2012년 강남구간, 2013년 강북구간 정비를 마친 후 2014년까지 서오릉 고개 등 도로로 단절된 구간에 다리를 연결하는 사업을 최종 설치완료 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최근 내사산 구간인 서울 성관 남산탐방로(1090m)를 착공한 바 있다.

오승록 의원의 지적에 대해 서울시 자연생태과 강인호 산림관리팀장은 “둘레길은 자연훼손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기존 산길을 연결하는 방법을 택해 진행되다 보니 경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오승록 의원의 지적에 따라 현재 코스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서울둘레길 코스를 개척해 나가고 있는 단계”라며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가족이 함께 산책할 수 있는 길, 어르신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길, 사색하고 명상하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길을 조성키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지도=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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