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노인여가복지시설이 노인들을 가로막는 이유
[금요칼럼]노인여가복지시설이 노인들을 가로막는 이유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0.11.29 11:05
  • 호수 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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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란 한서대학교 노인복지학과 교수

최근 서울시 거주 65세 이상 남녀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노인여가복지시설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노인 10명 중 7명은 지금까지 경로당, 노인종합복지관, 노인교실, 노인대학, 종합사회복지관 등 노인여가복지시설을 한 번도 이용해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은 서울시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노인여가복지시설을 갖추고 “9988(99세까지 팔팔하게)”을 외치고 있는 서울이 이렇다면 그보다 여건이 더 안 좋은 다른 지역들은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노인들이 지역의 노인여가복지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조사에서 노인들은 그 가장 중요한 이유로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를 들었다.

얼핏 보면 노후에도 여전히 바빠서 자기계발을 할 시간적 여유조차 찾을 수 없는 노인들의 안타까운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노인여가복지시설의 프로그램들이 가사나 손자손녀 돌봄, 혹은 사교활동이나 종교활동 등 노인들의 일상을 미루고 참여할 만큼의 충분한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필자도 얼마 전 노인복지관에는 오면서도 노인교육 프로그램에는 참여하지 않는 노인들 200명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조사했었다.

그 결과 그들의 노인교육 참여 장해요인은 ‘건강이 안 좋아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시간이 안 맞아서’ ‘적합한 프로그램이 없어서’ ‘나이가 많고 능력이 부족해서’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건강이나 경제적 상황 등 노인을 둘러싼 환경과 관련된 상황적인 이유와 적합한 프로그램이 없거나 시간이 안 맞는 등의 제도적인 이유가 높게 나타났다.

반면 ‘나이가 많아서’ ‘능력이 부족해서’ ‘교육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 ‘배우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아서’ 등 노인의 성향적인 이유들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가지 조사결과를 종합해볼 때 결국 노인들이 지역의 노인여가복지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노인들 자신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현재의 노인여가복지시설이나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노인들이 이용하기 적합하게 개발·제공되지 못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노인들이 다양한 노인여가복지시설과 프로그램에 더 활발하게 참여해 건강하고 의미 있는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개선방안이 필요하다.

첫째, 우선 노인들이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지역의 가까운 곳에 양적으로 더 많은 노인여가복지시설이 확충돼야 할 것이다. 현재 가장 접근성이 뛰어난 곳은 경로당으로 마을 단위로 어느 정도 확충이 돼 있긴 하지만 이번 서울시 조사에서 이용 만족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물리적인 시설로서의 경로당은 지역 가까이에 있지만 그 안에 프로그램은 부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로당이 지닌 접근성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프로그램 활성화를 이루기 위해 경로당에 대한 대대적인 기능 개선 및 보강 그리고 개혁이 필요하다.

또 이번 서울시 조사에서 노인들의 요구가 가장 높게 나타난 노인복지관은 아직 양적으로 부족한 상태이므로 지역별로 크게 확충돼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보다 전문화되고 다양한 노인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는 노인대학 등의 노인교육시설을 확충하고, 그 외 지역 자원들을 연계한 다양한 노인여가복지 프로그램도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질적으로 노인여가복지 프로그램의 내실을 다지는 노력도 중요하다. 적합한 프로그램이 없거나 있다고 해도 시간이 안 맞아 참여하기 어렵다는 응답에서 볼 수 있듯이, 프로그램 내용은 물론이고 운영시간 및 운영방식에서도 노인들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한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또 향후 점차 더 고학력의 건강하고 다양한 경력을 지닌 이들이 노년층에 유입될 것에 대비하여 다양한 수준의 프로그램 개발이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셋째, 노인여가복지시설의 다변화 및 프로그램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노인들의 다양한 활동 참여에 있어 가장 문제되는 것은 건강이다. 단순히 노화로 인한 건강문제 외에도 장애로 인하여 자유로운 활동 참여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특히 장애노인의 경우 노인여가복지시설의 이용은 물론이고 청소년이나 젊은 장애인에 초점이 맞춰진 장애인복지시설 이용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노인들이 자신의 여건에 맞춰 혹은 노화정도나 흥미, 욕구수준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여가복지시설 및 다양한 수준의 프로그램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노인여가복지시설이 노인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설 때 비로소 고령친화적인 지역사회 환경이 조성될 수 있으며, 노인들이 노후에도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자신의 지역사회에 그대로 머물면서 만족스런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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