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애, 70대 노인과 사랑에 빠지다
이윤애, 70대 노인과 사랑에 빠지다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0.12.02 11:07
  • 호수 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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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너와 함께라면’서 여주인공 꿰찬 당찬 신인

“자기야~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요.”
“나도 자기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요.”

두 남녀 사이에서 '닭살' 멘트가 수차례 오간다. 서로를 마주보며 사랑의 총알도 쏘아댄다. 얼핏 보면 청춘커플의 애정표현 같지만 실제로는 20대 처녀와 70대 노신사의 대화다. 물론 현실은 아니다. 연극 ‘너와 함께라면’에서다.

연극은 평범한 가정에서 ‘금지옥엽’ 키운 29살 딸이 결혼상대자로 70세 노인을 데려오면서 가족들의 오해로 인해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다.

지난 7월 초연 이후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에 힘입어 지난 11월 5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혜화동 대학로의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앙코르 공연 중이다.

이 연극이 특별한 이유는 그동안 젊은이들의 공간으로 인식되던 대학로 극장에 장노년층을 끌어들였기 때문인다. 장노년층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연극에서 여주인공 이윤애(28)씨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0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무대에 오른 횟수만 해도 80여회. 연극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내고 있는 당찬 신인 이윤애씨를 만났다.

2007년 미스코리아 인천 진 출신인 그는 대학에서 연극영화를 전공한 뒤 최근 한 케이블 방송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신인 연기자다.

그는 극중 여주인공 ‘코이소 아유미’ 역을 맡아 70대 남자친구를 가족들에게 숨기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잇는 거짓말로 평온했던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장본인이다. 엉뚱한 거짓말로 가족들을 혼란에 빠뜨리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이씨는 첫 연극인 ‘너와 함께라면’에서 여주인공을 맡는 행운을 거머줬다. 하지만 신인에게 연극인이 되는 길은 녹녹치만은 않았다.

“당초 정해진 날짜보다 한 달 앞서 무대에 서야했어요. 기존 여주인공이 건강악화로 갑작스럽게 중도하차하게 되면서 공연이 취소되는 일까지 발생하게 됐거든요. ‘연극을 살려야겠다’는 마음이 앞서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무대에 올랐지요. 예상은 했지만 관객들의 평가는 냉정했어요. 상처가 컸지만 부족함을 인정하고 무조건 연기에만 몰두했지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연극과 연기에만 몰두해 지독한 ‘연습벌레’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노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관객들로부터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연기가 성장하기까지 동료들의 도움도 컸다. 특히 상대배우로 등장하는 중견배우 송영창씨는 공연 전 한 시간씩 먼저 도착해 개인지도를 하는 등 지원군을 자처했다.

사랑은 나이를 초월한다고 하지만 20대 처자가 70대 노인과 사랑을 나누는 연기는 쉽지 않았을 터. “연인 역을 맡은 송영창 선배와는 실제 24살 차이가 나요. 어머니와 같은 연배지요. 처음엔 워낙 대선배라 닭살 멘트와 스킨십이 어색했지만 점점 익숙해졌어요. 연극 중 남자친구를 챙겨주는 부분이 나오는데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일반 연인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연극은 기존 주 관람객이었던 20~30대 뿐만 아니라 대학로를 찾지 않던 장노년층을 사로잡아 대학로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우에게도 이 같은 경험은 흔치 않은 일.

“공연 중 객석을 보면 장노년층 관객들이 흐뭇하게 바라보는 모습을 종종 봐요. 그럴 때 마다 스스로가 자랑스럽게 느껴져요. 모든 연령대가 볼 수 있는 작품에 참여한다는 자부심도 크고요.”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이윤애씨는 “내가 느끼는 감정 그대로를 관객이나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통로’같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사진=임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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