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시설 건립보다 경로당 리모델링이 낫다"
"대규모 시설 건립보다 경로당 리모델링이 낫다"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0.12.02 18:07
  • 호수 2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노인 10명 중 7명 노인복지시설 기피…가까운 경로당 최다 이용
서울시 6천억 규모 행복타운 건립 계획, 전시성 복지사업 불과

활기찬 노후를 보내기 위한 대안으로 다양한 여가활동이 강조되고 있지만 서울의 경우 경로당을 비롯해 복지관, 노인대학 등 노인여가복지시설을 이용하는 노인들은 매우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르신들의 이용률이 가장 높은 시설은 경로당으로 밝혀졌지만, 시설이 노후한 탓에 만족도는 가장 떨어져 개·보수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시가 총 6000억원의 거대 예산을 투입, ‘4대 권역별 대규모 어르신 행복타운 건립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어르신들은 경로당 등 접근성이 좋은 기존 시설을 선호해 깨끗하고 현대화된 중·소규모의 노인여가복지시설 확보를 위해 경로당을 증·개축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서울시의회 김기옥 의원(민주당·강북1)이 서울시의회에 의뢰, 서울시 거주 65세 이상 남녀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노인여가복지시설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27.5%만이 노인여가복지시설을 이용했다.

◇시간 여유 없어 시설 이용 안해…육아·경제 활동 바빠

노인여가복지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45.9%)라고 응답했다. 이는 유의미한 사회활동보다는 퇴직 후에도 손자손녀 등의 육아나 생계를 위한 노인일자리 참여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노인이 적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어 ‘이용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없어서’(23.2%), ‘거리가 멀어서’(12.0%), ‘시설이 노후해서’(5.0%), ‘이용공간이 협소해서’(4.8%) 등의 순이었다. 즉 노년층의 욕구를 만족시킬 만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이용을 꺼린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노인 여가문화 프로그램의 다양화는 그동안 줄기차게 제기돼 왔지만 이에 대한 보완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특히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 단기성 흥미 위주로 구성돼 취미활동 수준에서 다뤄질 뿐 고령층의 창조적인 문화활동을 전문성 있게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체계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노인 단체들이 실시하는 프로그램도 건강강좌나 노래·춤 등 단순 흥미 위주의 프로그램에 만족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경로당을 제외하면 자택에서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등 노인여가복지시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로당 선호도 가장 높아…거리 가깝고 친구 많아

그나마 노인들은 거주지와 가까운 경로당을 가장 선호하는 노인여가복지시설로 꼽았다.

노인여가복지시설 이용자 가운데 ‘경로당’을 이용한 사람은 75.6%로 가장 많았고, 이어 노인종합복지관(27.3%), 종합사회복지관(16.4%), 노인대학(9.5%), 노인교실(2.5%) 순으로 나타났다.

주로 이용하는 시설 역시 경로당(64.4%)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경로당을 선호하는 이유는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 '친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란 답변이 각각 62.1%, 29.1%로 나왔다.

하지만 경로당은 높은 이용률에 비해 만족도는 여타 노인여가복지시설 보다 낮았다.

노인여가복지시설 이용자의 만족도는 노인대학(93.3%), 노인종합복지관(91.3%), 종합사회복지관(82.4%) 등이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이용률이 높은 경로당은 절반 가까운 53.7%만이 만족하는 것으로 응답해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공간이 협소해서’(47.5%), ‘시설이 노후해서’(28.6%), 시설이 비위생적이라서‘(19.0%)라는 응답이 많아 경로당 환경 개·보수가 절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노인종합복지관 이용자는 ‘시설이 깨끗해서’(35.7%), ‘프로그램이 다양해서’(33.3%), ‘공간이 넓어서’(21.4%) 만족했다.

◇규모 큰 시설 보다 거주지 가깝고 깨끗한 곳 원해

노인들은 노인여가복지시설 형태에 대한 질문에서는 ‘서울시 4대 권역별 대규모 시설’보다는 동(洞)마다 1개 정도씩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하거나 증·개축하는 ‘생활밀착형 노인복지시설’에 대한 선호가 82.3%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즉 규모가 큰 노인여가복지시설보다 거주지와 가까이 있으면서 자주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

김기옥 의원은 “서울시가 1개소 당 1500억원 안팎의 거대예산으로 총 4개소에 약 6000억원 가량의 어마어마한 예산이 들어가는 ‘권역별 어르신 행복타운 건립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노인들의 실제 욕구와 전혀 부합하지 않는 전시성 복지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의 경우 큰 시설을 만들기보다는 즐겁고 유익한 프로그램 개발에 더 치중하고 있다”며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거주지와 가까워 자주 갈 수 있는 곳에 깨끗하고 현대화된 중·소규모의 노인여가복지시설의 증·개축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