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역사와 숨길, 달성공원·토성
대구의 역사와 숨길, 달성공원·토성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0.12.14 10:08
  • 호수 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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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행명 대구중구지회 대봉1동 센트로팰리스경로당 회장

대구 달성공원은 고대에서 현대까지 달구벌을 지켜 온 역사의 흔적(사적 62호)이다. 최상의 아름다움은 함박눈이 내린 겨울 아침, 별 모양 오각형 토성 정상부를 한 바퀴 돌면서 날뫼(비산동)를 호젓하게 바라보는 것이라 한다. 거리는 1.3km가 조금 더 된다. 봄에는 화사한 벚꽃 길도 좋고, 여름엔 싱그러운 신록 길이 대구의 무더위를 식히기에 안성맞춤이다. 가을엔 형형색색 단풍 길이 너무 좋다. 도심에 이런 장소가 있다는 것은 시민들에겐 축복이다.

청동기·철기·삼국시대에는 달구벌의 통합을 이뤄낸 세력이 천혜의 요새인 달성토성을 근거지로 살았다. 고려시대에는 달성서씨의 집성촌이었고, 조선시대엔 행정군사의 중심지였다. 일제 식민 시대에는 대구신사가 있었고, 지금의 동물원은 영친왕의 아들 이구에 의해 1970년 조성됐다.

고분 출토 유물을 통해 대구의 시작을 살펴보면, 대구는 고인돌이 많았던 도시였다. 고인돌은 남방계 농경문화에서 생겨난 장례 방식이었다. 국보 137호인 대구 비산동 출토 동기류(銅器類)의 원류는 북방 스키타이 기마민족이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기원전 1세기부터 달성에 막강한 정치세력이 자리 잡은 것은 남방 농경인들을 북방 유목민들이 지배하면서 성립한 고을이라 추측된다. 그 후 대구에 있던 유목민이 경주로 이동한 것으로 추측하는 것은 비산동 고분 금관과 경주 서봉총 고문 금관이 똑같고, 달성토성과 경주 반월성이 같기 때문이다.

이제 공원에 있는 비석과 고목들을 보면서 달성의 역사를 살펴보자. 달성서씨 유허비(1971)는 옛 현조를 추모하고 있다. 조선 세종 때의 일로, 나라의 요새로 필요하니 새록과 상을 내려주겠다고 했으나 받지 않고, 대신 서씨 일문의 대표였던 서침은 대구 구민이 고르게 은혜를 입은 환곡 이자를 탕감해 달라는 청원을 했다는 내용의 비문이 후손인 죽농의 글씨로 잘 새겨져 있다.

민족시인 이상화 시비(1948)는 전국 최초로 오석에 새긴 문학 비다. 이를 제안하고 글을 쓴 김소은 시인은 2002년 광복절 천일 문인으로 등재돼 있다. 동학의 창시자 수운 선생의 동상은 인내천의 사상 수심정기(守心正氣) 성·경·신을, 박종홍 교수의 철학적인 비문에 윤효중이 조각을 맡아 세웠다.

윤효중 또한 조선총독의 아들 가미가제이던 아베의 상을 만들어 조선총독에게 헌정했다니 그 시대 조선 사람으로 살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짐작된다. 우리는 나라가 시끄러울 때면 허위 선생 순국비, 이상룡 구국 기념비를 보면서 국민의 대동단결(大同團結) 정신을 익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밖에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 헌장비, 석재 예술비, 죽농 예술비, 시민헌장 노래비, 꽃사슴 기념비 등이 있다.

경상감영에서 옮겨 온 포정문 관풍루는 큰북, 나팔, 피리 등을 준비해 놓고 새벽 5시와 오후 10시에 풍악을 울리던 곳이다. 그 밑에서 어르신들은 기박을 즐기고, 나무 그늘 의자에 기대어 낮잠도 잔다. 공원의 고목 숲은 서침 나무로 명명된 회화나무를 비롯해 100년이 넘는 노거수인 느티나무, 느릅나무, 팽나무, 이팝나무 등 향토 수종과 일본인들이 심은 단풍나무, 벚나무 등이 조경의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1919년 1월 12일 순종 임금이 이토 히로부미와 함께 달성공원을 방문해 심었다는 향나무 두 그루가 공원 중앙에 버티고 있어, 일제의 잔재에 울화가 치밀기도 한다.

이렇게 달성공원에는 역사의 층위가 겹겹이 남아 조상들의 멋과 향기가 있다. 향토역사관에 들러 달성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고, 연못의 오리와 침팬지 등 동물원 구경도 가능하다. 공원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달성의 2000년 세월의 흔적을 밟을 수 있다.

달성공원을 거닐다보면 지역의 어르신들을 만나 효성이 지극한 달성 서씨의 미꾸라지 샘, 잉어 샘의 설화도 들을 수 있다. 조상의 슬기와 예지가 담긴 달성토성. 도시의 여유로움도 만끽하고, 달성의 역사와 멋을 맛볼 수도 있다. 대구를 찾는 이가 있다면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곳이며,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함께 거닐고 싶은 장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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