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먹물과 반세기 조동원 교수
돌•먹물과 반세기 조동원 교수
  • 연합
  • 승인 2010.12.1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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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본 400여점 성대박물관 기증, 내년 3월말까지 전시회

조동원(70) 성균관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성균관대 사학과에 입학한 1959년 은사인 청명 임창순을 따라 “뭔지도 모른 채” 경복궁 안에 있던 국립박물관으로 가서 글자가 적힌 비석들을 탁본(拓本)했다.

정확히 말해 당시에는 언감생심 탁본을 직접 할 수는 없었고, 그 작업을 도왔을 뿐이다.

“당시 박물관에는 220종 정도 되는 고려시대 묘지명이 있었습니다. 저희야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만 했습니다. 묘지명은 대부분 경복궁 회랑 마루 밑에 있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1학년생 4명은 온종일 마루 밑으로 기어들어가 묘지명을 끄집어내서 닦는가 하면, 물 떠오고, 먹 가는 일만 했습니다.”

한국 금석문, 특히 탁본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 전문가로 통하는 그의 이력, 즉, 돌과 마주하며 먹물을 바르는 반세기 인생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런 그의 가장 최근 작업 중 하나가 남산신성비를 비롯한 국립경주박물관의 신라시대 금석문 탁본이었다.

통상 국립박물관은 외부인에게 소장 금석문의 탁본을 허가하지 않지만 이영훈 경주박물관장은 탁본하는 사람이 조 교수라는 말 한마디에 탁본을 허가했다.

이 관장은 대신 조건을 달았다. “두 본(本)을 하시되, 한 본은 박물관에 기증하셔야 합니다.”

조 교수는 지난 50여 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제작한 탁본 400여점을 모교이면서 그 자신이 교수로 오랫동안 봉직한 성균관대에 모두 기증했다.

이로써 이들 탁본을 관리하게 된 성균관대박물관은 일약 국내 최대 탁본 소장처 중 한 곳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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