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읽는 이슈이슈] 비리 폭발 공동모금회, 불똥 튀는 사회복지시설
[쉽게 읽는 이슈이슈] 비리 폭발 공동모금회, 불똥 튀는 사회복지시설
  • 관리자
  • 승인 2010.12.19 19:07
  • 호수 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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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회 홈피에 비판글 여전… 나눔 손길 ‘뚝’
연말연시 ‘사랑의 온도계’ 100도 돌파 난항

▲15일까지 모금 목표액 4.8% 불과
‘사랑의 열매’가 상징이었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의 각종 비리, 부정은 추운 계절에 온정을 나누려는 익명의 기부자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국내 유일의 법정 모금기관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일어난 비리는 충격과 실망으로 이어졌고, 연말이면 답지했던 따뜻한 관심과 나눔의 손길이 예년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모금회는 지난 1일 예년과 마찬가지로 모금에 나섰지만, 초반 실적은 지난해에 비해서도 크게 저조한 편이다.

모금회가 ‘희망 2011 나눔 캠페인’을 벌여 12월 15일 현재까지 모은 모금액은 106억6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모인 718억4100만원의 약 14.8%에 불과하다. 이 캠페인은 모금회가 12월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벌이는 모금 활동이다.

개인 기부의 척도인 ARS(자동응답서비스. 1통 2000원)를 통한 소액기부도 15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4883만2000원만 모였다.

현재 ‘사랑의 온도’는 4.8도다. 모금 목표액(2242억원)의 4.8%를 달성했다는 의미다. 이런 추세로 봤을 때 올해는 100도를 돌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모금회는 실적이 저조한 이유를 기업의 기부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캠페인 기간 초반에는 거액을 기부한 기업이 많았지만, 올해는 기업의 기부 동참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직원들의 성금 횡령 비리가 시민의 지갑 열기를 망설이게 했다는 점은 모금회도 부인하기 어렵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있는 아동양육시설 혜심원의 권필환 원장은 “모금회의 비리 같은 일들이 반복되니까 시민이 복지시설에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다”며 “정부 지원만으로는 부족해 아이들이 피부로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운영비를 아껴 쓰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 신뢰회복 상당시간 걸릴 듯
모금회는 이명박 대통령이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인적 쇄신을 단행하면 국민들로부터 신뢰 제고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가운데 비리 척결을 다짐하는 사과문을 내고 대대적인 쇄신안을 마련했다.
11월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만든 쇄신안은 모금과 배분 내역을 인터넷으로 실시간 공개하고 시민감시 기구를 구성하겠다는 내용 등이 핵심이다.

또 지방에서는 사유화ㆍ권력화 논란을 빚는 공동모금회 지회의 인사채용권을 중앙회가 갖도록 하는 등 통제권을 대폭 강화키로 했다.

아울러 16개 시도 지회장과 사무처장의 재신임을 묻는 동시에 새 이사진이 구성되는 대로 보건복지부 감사에서 징계 요구를 받은 직원 48명에 대해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하기로 했다.

사회적 비난 여론을 고려해 지회별 ‘사랑의 온도탑’을 과거처럼 대대적으로 설치하지 않고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사랑의 열매 회관 벽에 온도계 형식으로 부착했다.

앞서 윤병철 전 회장과 박을종 전 사무총장, 이사회 이사 등 20명이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동반사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모금회 홈페이지에는 “사회복지시설이나 단체에 직접 연락해 기부금을 보내겠다” “반성하겠다면서 관련자를 어떻게 처벌했는지 궁금하다”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아직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실효성 있는 세부 내용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시민의 신뢰성을 되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선 사회복지시설 궁핍한 연말 맞아
모금회가 어떠한 쇄신책을 내놓더라도 무너진 국민 신뢰를 다시 회복하고 나눔문화의 중추로서 다시 서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모금회 부정에 대한 국민의 충격과 분노가 컸던 탓이다.

모금회 비리가 불거진 이후 일부 후원가마저 기부에 등을 돌린 탓에 작은 규모의 복지시설까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실례로 서울 은평구의 아동보육시설 은평천사원은 ‘온정의 손길’이 지난해와 단순 비교해도 40% 가량 줄었다고 전했다.

매년 이맘때면 도움을 주겠다는 연락이 자주 오곤 했는데 연말을 맞아 시설을 직접 방문해 돕겠다는 연락은 한 팀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밥퍼나눔운동본부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 단체는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 거리 성탄 예배에 맞춰 노숙인과 독거노인을 위한 방한복 2000벌을 마련하고자 기존의 봉사자와 기업ㆍ단체들에 후원을 요청해 기다리고 있지만 확답을 준 곳은 많지 않다고 한다.

사회복지사들 사이에서는 “예년에는 연말이면 이것저것 주겠다고 여러 차례 문의가 왔는데 올해는 조용한 편”이라고 하소연하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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