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날’을 ‘경로의 날’로 바꿔야
‘노인의 날’을 ‘경로의 날’로 바꿔야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0.12.20 15:36
  • 호수 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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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도 가창읍분회 중앙경로당 사무장

명심보감에 ‘늙어가는 어버이를 공경하여 모시라. 젊었을 때 그대를 위해 힘줄과 뼈가 닳도록 애쓰셨느니라’는 말이 있다. 모든 어버이는 젊은 시절 자신을 희생하며 오직 자녀들을 위해 뼈가 닳는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존재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인생의 대부분을 자녀를 위해 헌신했다는 이유만으로도 노인을 공경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더욱이 지금의 노인들이 없었다면 이 시대에 우리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모두의 어버이로서 아낌없는 헌신을 베푼 역사의 증인들이 바로 노인인 것이다. 무엇보다 일제강점기와 광복을 비롯해 6·25전쟁을 겪고 경제부흥을 이끈 지금의 어르신들은 우리나라의 성장을 이끌어 온 원동력이다. 나라와 국가를 위해 자신의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시대의 일꾼, 그들은 지혜와 경험을 갖춘 사회의 어른으로서 마땅히 대접받아야 할 존재들인 것이다.

하지만 최근 뉴스를 보면 노인에 대한 공경심이나 존경심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노인을 ‘공경’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노인을 ‘공격’하는 시대가 되고 있으니 한탄스러운 마음뿐이다. 자식들이 부모를 폭행하고, 심지어 여행을 빙자해 외진 곳에 버려두고 오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긴병에 효자가 없다지만 병든 부모를 요양원에 방치하는 일까지 자행되고 있다. ‘늙은이는 자기가 두 번 다시 젊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젊은이는 자기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잊고 있다’는 유태 격언을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때다.

국가에서는 매년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정하고 있다. 더불어 10월은 효의 달로 지정해 경로효친(敬老孝親)사상을 고취시키려 하지만 ‘노인의 날’과 ‘효의 달’을 알고 있는 젊은 세대들은 많지 않은 듯 하다. 게다가 노인의 날에는 보건복지부와 대한노인회, 자치단체가 주관하는 기념식만 개최될 뿐 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경의식을 높이기 위한 의미있는 행사는 전무한 실정이다.

노인복지의 근간은 노인이 사회와 가정에서 존경받을 권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노인의 날’이란 이름부터 바꿔야 한다. ‘노인을 공경하고, 장수를 빈다’는 의미로 ‘경로(敬老)의 날’ 혹은 ‘경로효친(敬老孝親)의 날’이란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 이 날은 부모님을 찾아뵙고, 함께 여행을 가는 등 효도를 실천하는 가족 기념일이 돼야 한다. 이런 실천을 통해 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노인회’(老人會)라는 명칭도 노인을 경로하는 모임이란 뜻의 ‘경로회’(敬老會)로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나이 든 사람들의 모임이란 뜻으로 풀이되는 노인회의 명칭보다는 온 국민이 노인을 공경한다는 의미에서 ‘경로회’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한편 노인의 날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는 등 노인들에게 긍지와 위안을 줄 수 있는 제도도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매년 9월 셋째 주 월요일을 법정 공휴일인 ‘경로의 날’로 정하고 있다. 형식적인 행사만으로 한 평생 국가와 민족의 번영과 영광을 위해 노력한 어르신들을 위로하거나 공경할 수는 없다.

노인들의 특기와 장기를 살릴 수 있는 실질적인 행사를 통해 노인문화를 활성화하고 더 나아가 이를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젊은세대에게는 노인을 이해하는 기회를 주고, 노인들에게는 즐거운 축제의 장을 만들어 줘야 한다. 노인을 공경하는 문화를 확산시켜야 지금의 노인들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변화되고, 훗날 자신에게도 그 영향력이 미치게 된다. 누구나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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