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년은 민족과 세대를 변화시킬 힘이 있다
[기고] 노년은 민족과 세대를 변화시킬 힘이 있다
  • 관리자
  • 승인 2011.01.21 15:08
  • 호수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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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태영 경희대 명예교수
▲ 배태영 경희대 명예교수

바야흐로 ‘100세 장수시대’가 도래했다. 은퇴를 걱정하는 시대가 아니라 은퇴 후 주어진 30년의 시간을 준비하는 시대가 됐다. 인생 3모작을 준비해야 하는 지금의 노년세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도전하고 실천할 수 있는 꿈을 갖는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몸소 실천했던 사람들은 역사에 그 이름을 남겼다.

세계적인 역사가 아놀드 토인비는 81세가 되던 날, 이런 글을 썼다. “사람이 늙으면서 과거에 붙들려 있거나 미래에 대해 눈을 뜨지 않으려는 약한 마음이 생기면 그것은 불행한 일이다. 이것은 모두 후회하게 되는 자세이며, 몸이 죽기 전에 이미 죽은 상태다. 사람은 몸이 늙어도 계속 배워야 한다. 미래를 향해 희망을 갖고 내다보는 용기가 사람을 젊게 만든다.”

‘더 선샤인 보이즈’(The Sunshine Boys)에 출연해 오스카 조연상을 받았던 번스도 수상 당시 나이가 78세였다. 그는 배역도 언제나 자기의 나이보다 젊은 역을 맡으며 평소 생활도 20년쯤 젊게 살았다. 그는 수상 후 인터뷰에서 “언제나 젊음을 간직할 수 있는 비결은 정직하게 살고, 천천히 먹으며, 충분히 자고, 욕심을 품지 말며, 가끔 나이를 속여서 농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여류 소설가 펄 벅 여사는 80세를 맞은 생일 날 다음과 같은 일기를 썼다. “젊다는 것과 늙었다는 것은 나에게 의미 없는 용어다. 나는 언제나 젊어지려고 노력해왔다. 80년간의 내 생애를 돌이켜볼 때 10년 전 70세가 되었을 때 비로소 나의 인생 중 가장 좋은 시기를 맞았다는 확신을 가졌다. 왜냐하면 그때쯤에서야 배울 것을 배웠고, 그때부터 정말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미국 노인학의 권위자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와너 쉐기 박사는 장년기에 두뇌 운동을 많이 한 사람은 노년에도 사고와 판단력 면에서 크게 쇠퇴하지 않는다는 연구 조사를 발표했다. 그리고 그는 60세 후도 두뇌 운동을 계속 활발히 시키면 두뇌 활동의 퇴조를 최소한도로 방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고집스러운 사람은 늙기도 빨리 한다. 고집이란 생각의 폭이 좁은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멀리 보고 넓게 생각하는 노인, 소위 이해와 연구심이 있는 노인은 장수한다. 당신이 늙었다고 생각하지 말라. 당신이 찾으려고만 하면 재미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노인질환 전문의사인 존 쉰들러는 노년의 아름다운 빛을 발하기 위한 다섯 가지 생활 자세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화를 내지 말 것. 할 수 있는 대로 많이 들어주고 받아들이십시오. 둘째, 거울을 자주 볼 것. ‘너는 과거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자신을 격려하십시오. 셋째, 당당하게 살 것.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요, 공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잠언 16:31). 넷째, 사랑의 여운을 남길 것. 욕심을 버리고 아낌없이 베푸십시오. 다섯째, 영생의 소망을 안고 살 것.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나 아름다운 하늘나라 집으로 돌아가리라.”

그리스 문화의 위대함을 말할 때, 그 문화를 꽃피운 철인들과 예술가들의 공로를 꼽는다. 그러나 역사가들은 그들의 공이 큰 것은 물론이나 노인들의 공을 더욱 크게 인정한다.

그리스의 노인들은 ‘아골라’라고 불리는 시민광장에 모이기를 즐겼다. 그들은 거기에서 자기들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철학·종교·예술·정치 등에 대해 다각도로 토론했다. 그러자 젊은 사람들도 흥미를 갖고 아골라에 모여들었다. 실로 그리스 문화는 노인들이 시작한 아골라의 좌담으로부터 개화기를 맞이한 것이다. 그들은 노년기의 여가 선용이 아니라 민족과 세계사에 이바지하는 훌륭한 제2의 인생을 살았던 것이다. 기억하라, 노인들에겐 민족과 세대를 변화시킬 경륜과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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