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급여 새는 돈 잡는다
정부, 의료급여 새는 돈 잡는다
  • 관리자
  • 승인 2006.10.2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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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부담금 제도 등 대대적 개혁추진

정부로부터 의료급여를 받는 A(65)씨는 하루 평균 3~4곳의 보건소를 돌며 값싼 파스(소염진통치료 보조제) 처방전을 발급 받은 뒤 이를 모아 비싼 고급 파스로 변경조제 받아왔다. 특히 A씨는 이렇게 마련한 파스를 친지에게 나눠 주거나 다른 사람에게 팔기까지 했다.


지난 한 해 동안 A씨와 같은 의료급여수급자가 처방받아 사용한 파스는 모두 266억원 어치. 모두 38만명이 한 차례 이상 파스를 처방받았고, 이 가운데 2만7000명은 파스를 연간 500매 이상 썼다. 22명은 무려 5000매 이상 사용했다. 최고기록은 1만3699매, 하루 평균 1200매를 처방받은 경우도 있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B(21)씨. 지난 한 해 동안 B씨가 받은 진료는 무려 2287건. 일요일과 공휴일까지 다 합쳐 계산해도 1년 내내 매일 6~7차례나 진료를 받은 셈이다. B씨는 하루 동안 27곳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적도 있었다. 의료급여수급자인 B씨를 위해 지급된 정부재정만 3560만원에 달했다.


A씨와 B씨의 경우처럼 저소득층에 무상 지급되는 의료급여를 악용하거나 병원진료 및 약품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례가 위험수위를 넘긴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다.


정부는 1977년부터 저소득층이나 희귀난치성 질환에 걸린 국민에 대해 치료비를 대신 지불해 주는 의료급여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현재 본인부담금을 전혀 내지 않는 1종 의료급여수급권자는 99만6000명, 진료비의 15%만 부담하는 2종 수급자 76만5000명 등 모두 176만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의료급여에 쓰인 재정은 지난 2001년 2조947억원에서 올해 3조4885억원으로 60%나 증가했고, 보건복지 일반회계 예산에서 의료급여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1년 21.3%에서 올해 27.4%로 대폭 늘어났다.


그러나 의료급여제도 악용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부터 의료기관 특별실사를 비롯해 연간 급여일 수가 365일이 넘는 38만명에 대해 전면 실태조사 및 밀착 관리한 결과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진료 한 건당 평균 진료비가 건강보험 환자의 경우 9만4722원이었지만 의료급여 환자는 29만3155원으로 3배나 넘는 격차를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유시민 장관은 지난 9일 15쪽 분량의 ‘의료급여 제도 혁신에 대한 국민보고서’를 직접 작성, ▷목표설정의 오류 ▷정보시스템 결여 ▷도덕적 해이 제어장치 부재 ▷엄정치 못한 공급자 관리 등 의료급여제도 관리에 대한 복지부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정부는 법개정 등을 통해 ▷주치의제도와 지정병원 제도 ▷본인부담금 제도 ▷희귀난치질환 전문치료센터 설립 ▷지자체의 책임성 강화 등 의료급여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의료급여 대상자 가운데 65세 이상 어르신이 전체의 약 25%를 차지하는 데다 고령화에 따라 노인진료비 증가는 필연적인 상황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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