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고령자 자립사회를 만들자
[금요칼럼]고령자 자립사회를 만들자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1.02.21 10:35
  • 호수 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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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흥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

지난 해 10월 2일 노인의 날, 대한노인회에서는 새로운 노인운동의 방향으로 ‘부양받는 노인에서 책임지는 노인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워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시대 변화를 반영한 적절한 운동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부양 받는 노인’은 이제까지의 노인 상을 말하고 있다. 부양받는 노인 상은 전통사회에서 경로효친의 대상으로 자녀들로부터 부양을 받는 사람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담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노인은 노쇠하고 힘이 없어 다른 사람으로부터 부양을 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함께 담고 있다.

노인은 노쇠하고, 병약하고, 무능하고, 그래서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의존적 존재라는 부정적 인식은 현대사회에서 크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가오는 고령사회를 위기로 보는 견해도 바로 이와 같은 부정적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고령사회의 부양부담론은 엄청나게 증가하는 노인인구를 젊은 경제활동인구가 어떻게 부양할 것인가 하고 걱정하는데서 출발하고 있다. 노인은 모두 의존적 존재라고 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고령사회의 경제성장동력 상실론도 노인인구의 생산성은 떨어지는데 노인복지 재정부담은 늘어나기 때문에 경제성장이 어려워진다고 보는 것이다. 노인은 일할 수 없고 늘 부양받아야 하는 의존적 존재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고령화속도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전체인구에서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 고령화율이 10%를 넘어 앞으로 20년 내에 25%에 도달할 전망이고 조금 더 가면 40%에 이를 전망이다. 이처럼 인구의 4분의 1 또는 2분의 1이 노인이 되는 사회에서 노인을 의존적 존재로 보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해답은 ‘아니다’이다.

그 많은 노인인구가 모두 부양 받는 의존적 존재로 남아 있어서는 사회가 지탱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의존적 미래사회는 오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도 그런 사회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고령사회에 대응하는 패러다임을 바꿔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노인을 보는 눈도 바꿔야 한다. 대한노인회에서 제시한 ‘책임지는 노인’은 바로 이와 같은 관점에서 해답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것이다.

고령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은 노인이 책임지는 사회다. 노인이라는 용어가 과거부터 내려오는 의존적 존재의 부정적 뉘앙스를 지니고 있다면 이 용어를 고령자로 바꿀 수도 있다.

고령자가 책임지는 사회는 고령자 자립사회를 말한다. 고령자 자립사회란 연령이 높은 고령자도 일하면서 살고 그래서 자녀나 국가사회의 부양부담이 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사회를 말한다. 우리 주변에서 보면 환갑, 진갑이 지나도 건강하게 생활하며 일할 수 있는 노인인구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이 현상이 바로 고령자 자립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근거다.

앞으로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노인인구가 늘어나면 건강하고 일할 수 있는 노인도 따라서 크게 증가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고령자들도 모두 일하면서 살아가게 해야 한다. 노인은 모두 부양부담의 대상자로 파악해 자녀가 책임지고, 국가사회가 책임지고, 이렇게 논의할 필요가 없다. 건강해서 일할 수 있는 고령자는 모두 일하도록 해 자립하도록 만들면 되는 것이다.

일하는 것은 인간의 본질적 존재양식이다. 나이가 든 고령자도 일할 수 있으면 일하도록 하는 것이 인간존재양식에 맞다. 고령자가 일하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이라는 활동을 통해 육체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사회활동을 통한 자아만족감으로 정신적 건강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고령자의 건강이 좋아지면 노인의료비를 줄이는데도 크게 기여하게 된다. 고령자가 일하게 되면 자녀들의 경제적 부양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자녀들과의 갈등을 해소해 가정평화를 이루는데도 기여하게 된다. 고령자가 일하는 것은 이처럼 일석 삼사조의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가오는 고령사회를 앞두고 우리는 그것을 위기로 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노인을 보는 관점을 바꿔 고령자 자립사회를 만들 준비를 함으로써 이 위기를 기회로 맞이해야 한다. 고령자 자립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인을 보는 관점을 긍정적으로 바꾼 위에 구체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고령자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일이다.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연령차별적 제도와 관행을 철폐하고 고령자도 건강하고 일할 수 있으면 누구나 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방향에 따라 일률적 정년제도도 고쳐 나가야하고 고령자의 일자리를 점차 확대해나가야 한다. 고령자가 일하도록 하기 위한 사회운동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책임지는 노인’을 내세우고 있는 대한노인회가 고령자자립사회 만들기에 앞장 서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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