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다문화사회와 노인의 역할
[금요칼럼]다문화사회와 노인의 역할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1.03.05 11:28
  • 호수 2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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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근 우리나라에 다인종 혹은 다문화에 관한 관심이 높다. 1970년대까지 우리나라는 전형적인 노동력 송출국이었으나, 그 이후 경제발전과 함께 노동력 수입국이 되면서 현재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전체 이주민은 200여 개국에 110만명이 넘는다.

이중 외국인 노동자는 52%, 결혼이주여성은 12%,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10%, 유학생이 7% 등이다. 미국과 일본 등에는 여전히 노동력을 수출하고 있으면서도 내국인이 기피하는 저임금 산업의 노동자와 저소득 남성과 결혼해 입국하는 외국인 여성의 수가 급증하면서 다문화사회는 간단치 않은 과제를 한국사회에 던지고 있다.

결국,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다양한 민족이 많아진 것인데, 그들이 어떻게 우리 사회에 적응하고 또 그들이 갖고 있는 문화를 우리가 어떻게 수용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다문화사회의 본질은 주로 경제적인 이유로 자국을 떠나 한국사회를 선택한 한 인간의 생존과 권리가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법적 안전장치와 함께, 한국사회에 적응해 삶의 보람과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민족이 이웃이 돼 살아가는 다문화사회가 긍정적인 의미를 갖을 수 있도록 정부, 민간단체, 그리고 자원봉사자가 함께 노력하는 일이 필요해졌다.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돼 다문화사회, 다문화가족이라는 용어가 많이 쓰인다고 해서 그들을 다문화라는 소수계층으로 범주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아가, 다문화가정의 부모와 자녀를 소외계층으로 간주해 이들을 돕는다는 인식으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또 이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강점으로 간주해 이들을 세계화시대에 국제적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글로벌 리더로 육성한다는 인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인종과 다문화를 백안시해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작은 배려가 여러 민족이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긴요하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배려를 좀 더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수행한다면 건강한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긍정적인 다문화사회를 열어가기 위해 노인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이제 신세대 노인들 혹은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자들은 퇴직 후에 의미 있는 사회활동, 특히 어떤 조직체의 일원으로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기 원하는데, 그 경우 다문화사회를 위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노인들은 현재 다문화가정을 위한 정부지원기관인 다문화가족지원센터나 건강가정지원센터, 혹은 여러 모양으로 활동하는 다문화공동체 등에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좀 구체적으로 보면 다문화가정 자녀에게 한글을 가르친다거나, 다문화가정과 ‘이웃사촌 한 가족 맺기’에 동참해 다문화가족과 한국가족이 한 달에 한 두 번씩 음식과 문화를 나누고 박물관이나 공원에 같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꼭 어느 단체를 통해 다문화가정의 부모 혹은 그 자녀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러운 이웃으로 관계하면서 친절한 도움을 주는 것도 좋은 일이다. 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행정사무를 도울 수도 있으며,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장학사업에 기부하는 일도 가능하다.

농촌의 초등학교는 이제 다문화가정의 어린이가 무시할 수 없는 비율로 채워지고 있는데, 농촌의 노인들은 이 어린이들을 위해 말고 글을 가르치고, 한국사회의 일원임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일은 노인들만의 노력으로는 되지 않고 지자체나 지역사회의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활동성이 있는 노인들은 경로당에 모여 화투나 치고 장기나 두는 일을 싫어한다. 학교 동창모임이나 지역 친구들의 모임, 같은 취미를 즐기거나 어떤 교육을 받기 위한 모임, 같은 종교를 갖고 있는 지역의 신도모임에서도 이제는 화제가 어떤 자원봉사를 할 것인지에 모아져야 할 것이다.

노인들은 시대가 요청하는 대로 다인종과 다문화가정에서 필요로 하는 분야에 약간의 교육을 받고 자원봉사활동을 한다면 우리사회의 발전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특정한 나라의 언어를 배워 다문화가정의 가족들과 어느 정도 대화할 있다면, 외국어와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운다는 즐거움과 함께 민간외교사절로서도 훌륭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틀림없이 노인의 사회적 건강성은 신체적 건강성으로 연결돼 장수시대에 건강한 노년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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