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은 노인문화의 초석
경로당은 노인문화의 초석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3.22 14:37
  • 호수 2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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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서울 강북구 물댐길 경로당 회장

경로당은 전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노인복지시설이다. 그 숫자만 전국적으로 6만여 개에 달한다. 노인복지법도 경로당을 명시하고 있다. 노인복지법 제36조에 의하면 ‘경로당은 친목도모, 취미활동, 공동작업장 운영 및 각종 정보교환과 기타 여가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장소를 제공함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로 규정돼 있다.

현재 경로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나라를 빼앗겼다 되찾고, 동족간의 비극적인 전쟁을 치렀고, 폐허가 된 땅을 경제선진국으로 이끈 분들이다. 민주국가로의 선진 문화를 창조·계승해 온 선지자요, 국가와 사회를 수호하고 발전시킨 애국자요, 국민의 존경을 받아 마땅한 사회의 어른이다.

그러나 인구의 고령화와 사회구조 및 가치관의 변화는 점차 노후생활을 어렵게 하고 있다. 평생을 국가와 자녀를 위해 헌신한 노인들의 활기찬 노후를 위해 복지증진에 힘을 쏟아도 부족한 판국에 고령인구의 증가를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도시화와 핵가족화로 인해 가족 유대관계가 사라지고, 경로효친(敬老孝親)과 상부상조(相扶相助)의 미풍양속(美風良俗)은 이미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됐다.

경로당은 우리나라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노인문화의 초석이자 노인복지의 근간이 된다. 과거 사랑방이었던 경로당은 격동의 시절을 지나면서 특수한 형태로 전국 각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갈 곳없는 노인들이 생활의 활력소를 찾는 유일한 곳이 바로 경로당이다. 경로당은 지역 노인들의 쉼터가 되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다. 노인들은 집에만 있게 되면 우울증, 치매 등 병마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나 경로당에 나가면 친구도 사귀고 대화도 하고 웃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특히 복지시설이 부족한 농어촌, 산촌의 경우 경로당은 유일한 어르신들의 놀이터가 된다.

최근 경로당 수도 늘었고, 시설에 대한 지원도 이뤄지고 있지만 그 수준은 미비하다. 대부분의 노인복지 프로그램이 노인복지관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경로당 설치기준 강화, 건강증진 프로그램 마련 등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 특히 경로당을 찾는 어르신들은 소일꺼리 없는 고령 노인들임을 인지해야 한다. 경로당이 그저 시간이나 보내고, 함께 모여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쉼터 역할로 끝나서는 안 된다. 어르신들의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대응이 절실하다. 노인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선거철에만 노인복지를 논해서는 안 된다.

지난 3월 11일 열린 국회에서 ‘대한노인회 지원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다. 대한노인회는 각 지역의 경로당을 근간으로 새워진 단체이기 때문이기 이번 법률안 제정을 통해 앞으로 달라질 경로당의 모습을 기대한다.

노인복지법이 제시한 경로당의 기능이 자리잡고 활발해지기 위해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종교단체, 사회단체, 유관기관, 기업 등이 경로당에 관심의 끈을 놓지 않을 때 경로당은 문화생활도 할 수 있고, 벗도 사귈 수 있으며,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행복한 공간이 될 것이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시설이 부족한 농어촌지역에 대한 고른 투자가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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