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리더] 자원봉사만 20년… ‘봉사달인’ 지동만(72) 어르신
[시니어리더] 자원봉사만 20년… ‘봉사달인’ 지동만(72) 어르신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3.28 15:25
  • 호수 26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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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노인 1봉사’ 동영상 안내서 제작이 꿈

‘봉사의 달인’ 지동만(72) 어르신은 20년 동안 봉사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호스피스 전문봉사부터 단순 급식봉사까지 나눔과 기부가 생활의 일부가 됐다.

그에게 “인간은 잠시 머물다 가는 나그네다. 이 세상의 목적은 소유하고 움켜쥐는 것이 아니라 베풀고 나누며 봉사하는 것”이란 알버트 슈바이처의 말이 신념이다.

현재 경기 화성 포스크아파트 경로당 회장을 비롯해 호스피스 봉사, 동탄시니어 자원봉사단, 화성시 실버교통봉사, 복지관 급식·이미용 봉사, 웰다잉 강사, 복지관·경로대학 강사 등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밤 11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그의 일상은 오로지 봉사활동이며, 제주도는 물론 울릉도의 요양시설까지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다.

그는 “자원봉사는 남을 돕는 게 아니라 자신을 돕는 것”이라며 “자원봉사는 행복을 여는 열쇠인 동시에 내 안의 사랑과 마음을 나누는 용기”라고 말했다.

그는 현역시절 ‘잘 나가는’ 건설장비 무역회사의 해외지사장이었다. 10여년 넘게 외국에서 생활하며 세계 50여개국을 돌아다녔다. 수많은 해외바이어들과 만나며 자연스럽게 선진 기부문화와 봉사정신을 체득했다. 미국, 캐나다, 스웨덴, 일본 등을 방문할 때는 일정을 쪼개 선진 노인복지시설과 교육프로그램을 일부러 찾아다녔다.

그러다 지난 1992년, 친한 친구와 친척의 고통스런 암 투병 생활을 목격하면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암이면 다 죽는다고 생각했다. 암 선고는 곧 사형선고와 같았다. 지인들을 아픔을 바라보는 슬픔도 컸지만 홀로 그 아픔을 견디는 홀몸 어르신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해 줄 친구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호스피스 봉사를 처음 결심하게 됐다.”

호스피스 봉사를 결심했을 무렵, 운명의 장난처럼 그의 아내도 위암 판정을 받았다. 30년 넘게 동고동락한 아내였지만 어떤 위로와 도움을 줘야할 지 막막했다. 1년 남짓 호스피스 전문 봉사자교육을 받았다. 그의 극진한 간호와 노력 덕분에 아내는 건강을 되찾았고, 함께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가 은퇴 후 봉사활동을 위해 수료·취득한 자격증만 10여개에 달한다. 세브란스 호스피스 자원봉사자교육 수료증(1993), 서강대 국제평생교육원 상담 및 노후복지과정 수료(1993) 레크리에이션 1급 지도자 자격증(1997), 사회복지사 자격증(2002), 죽음준비교육 지도자증(2004), 요양보호사자격증(2008), 자원봉사 교육강사 신규양성 전문교육 과정(2009) 등이다.

1994년 은퇴를 결심한 그는 ‘노후복지개발연구소’를 만들어 외롭게 죽음을 맞는 노인들을 위한 강의와 후원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를 위해 1994년부터 16년 동안 경로복지시설 ‘노아의 집’ 후원회장으로 활동했고, 웰다잉 전문강사 자격증을 취득해 노후설계 및 호스피스강연도 실시했다. 전문봉사뿐만 아니라 사랑의 전화와 생명의 전화 상담원, 노인보호 전문기관 모니터요원, 밥퍼 배식봉사 등 단순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

수년째 묵묵히 봉사를 실천하는 그의 모습을 지켜 본 지역 어르신들은 자체 봉사단체를 만들기도 했다. ‘동탄시니어 자원봉사자 클럽’에는 지동만 어르신을 포함한 30여명의 회원들이 지역사회를 위한 전문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지 어르신이 ‘봉사의 달인’으로 활동하는 데는 그를 후원하고 응원하는 가족들의 힘이 컸다. 그의 아내와 두 딸 내외는 수시로 봉사활동에 함께 참여하고, 재정적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 2006년에는 가족들이 뜻을 모아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가정장학회’를 설립하기도 했다. 정식 장학회는 아니지만 매년 지역 초등학교의 어린이 10여명을 선정해 소정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벌써 40여명의 어린이들이 ‘사랑’을 전달받았다.

그는 “어려운 이웃을 돕고, 나누는 기쁨을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부모가 줄 수 있는 진정한 유산”이라며 “내가 죽어도 100년 기부를 실천하는 장학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장학회 이름을 사위와 딸들의 성을 따서 ‘임이지장학회’로 지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가 들었다고 당연히 대접 받는 시대는 지났다”며 “평생 자신을 개발하고 공부하며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해야 한다. 사회참여는 물론 주관적인 삶을 살아가는 노인상 정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 어르신은 최근 포토샵, 파워포인트, 엑셀 등의 컴퓨터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이는 자원봉사 교육동영상 제작과 체계적인 자료 수집 및 정리를 위한 준비과정이다. 그는 자원봉사의 필요성과 효과, 자원봉사의 다양한 분야와 참여법, 봉사의 모범이 되는 사람들, 전문인 자원봉사 등의 내용이 담긴 자원봉사 전문교육 동영상을 제작, 전국 경로당과 복지시설 등에 배부·교육하려는 원대한 꿈에 도전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자원봉사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봉사를 하고 싶어도 관련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이나 프로그램이 없다. ‘1노인 1봉사’를 꿈꾸며 생각한 것이 동영상 안내서다. 어르신들도 어디서나 쉽게 보고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무료 보급은 물론 전문 강사들을 연결시켜주는 시스템도 구축하고 싶다. 뜻을 함께 할 노인단체나 기업들만 있다면 우리나라 노인들의 삶에 풍요함과 기쁨이 넘칠 것이라 확신한다.”
안종호 기자 / 사진=임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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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2011-04-25 07:11:52
우리 카페의 '생산적인 노후를 위한 모임'이라는 명칭도
선생님이 제안하신 것으로 스스로 삶의 주역이 되고
자기 노후를 자기가 책임지는 자세를 갖추자는 취지입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리고 큰 발전 있으시기 바랍니다.

소녀 2011-04-25 07:07:17
지 동만 선생님은 언제나 묵묵히 봉사활동을 해오셨습니다.제가 선생님을 만나게 된지 10년이 훨씬 넘었지만 남 앞에서 자신을 내세우거나 자랑을 하신 적이 없으십니다. 어렵고 힘든 곳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해오셨고 평소에도 주위의 어려운 사정을 그냥 지나치는 적이 없었습니다.넓고 깊게 갖춰진 인간관계를 적재적소에 활용해'지동만 선생님을 통하면 못할 일이 없다'는 평판이 자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