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노인’에 대한 사전적 개념부터 바꾸자
[금요칼럼]‘노인’에 대한 사전적 개념부터 바꾸자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1.03.29 10:55
  • 호수 26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남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

표준 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노인’이란, ‘나이가 들어 늙은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비슷한 말로는 ‘늙은이’가 있고, 높임말은 ‘노존’(老尊)이 있다.

여기서 ‘나이가 든다’라는 말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야 적정한 나이인 것일까. 사실상 ‘노인’이란 단어에 맞는 정확한 연령기준은 없다. 노인복지법상의 정책대상자의 연령이 65세로 돼 있어 통상적으로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지칭하고 있을 뿐이지 ‘노인=65세 이상’이라고 명확하게 명시돼 있진 않다.

일상 속에서도 무언가 불명확하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사례들이 있다.

예를 들어 환갑잔치만 봐도 그렇다. 환갑(還甲)은 만 60세의 생일을 축하하는 한국의 전통 문화다. 회갑(回甲)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서 60세의 뜻은 자신이 태어난 해로 다시 돌아온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평균수명이 60세보다 훨씬 적었기 때문에 환갑은 장수의 축하를 뜻했다. 이러한 축하 잔치는 더 오래, 풍요롭게 살라는 바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환갑이 되면 가족들은 친지들을 초청해 많은 음식과 더불어 성대한 잔치를 마련하곤 했지만, 사회가 고령화되고 현대의학의 발전으로 평균기대수명이 80세로 높아짐에 따라 환갑잔치는 일상화 돼 버렸다.

이제 60세 생일을 맞으면 큰 잔치를 치르기보다는 가족들과 조촐한 자리로 마무리한다. 최근에는 칠순, 팔순이 돼서야 잔치를 치르는 경향이 많아졌다.

또, 외관상으로도 요즘 어르신들은 좀처럼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얼마 전 모 방송의 전국동안선발대회 1등이 70세 노인이었다. 1등 하신 분은 젊은 시절 큰 병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적이 있었는데, 철저한 재활운동으로 극복하고 현재까지 5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예들은 60~70세 정도는 ‘나이 들었다’고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것은 ‘노인=○○세’라는 노인의 연령기준이 아니다. 노인을 단순히 나이가 많은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이 적합하냐는 것이다.

영어에서는 ‘시니어’(senior)라는 단어가 있다. ‘연장자, 선배, 선임자, 상급생, 최상급생’을 뜻한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거나 경험이 많은 윗사람을 칭한다. 그래서 노인을 ‘the aged, old man’(나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senior citizen’(고령자)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연장자’라는 말이 있긴 하다. 비슷한 말이 ‘전배’(前輩), ‘선배’(같은 분야에서, 지위나 나이·학예(學藝) 따위가 자기보다 많거나 앞선 사람)’이다. 이 단어가 영어의 ‘시니어’와 동일한 말이 될 수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노인’을 칭하지는 않는다.

물론 노인 중에는 여전히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나이 많고 건강도 좋지 않은,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 분명히 있다. 반면 자신의 경험을 사회와 나누는 건강하고 활동적인 노인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그렇다면 현재의 노인의 개념이 재정립돼야 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어르신’이라는 호칭이 있지만, 이 단어의 의미는 존칭적 의미이지 개념적 의미는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노인’에 대한 개념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 물론 국립국어원이나 한글학회에서 좋은 단어를 만들어주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지고 널리 알려져 확산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생각을 조금 바꿔서 ‘노인’의 사전적 의미를 추가하면 어떨까. 첫 번째 의미는 ‘나이 들어 늙은 사람’이라고 한다면, 2번째 의미는 ‘오랜 경험과 경륜을 가진 연장자’ 정도면 좋을 것 같다. 여기서 경험은 다양한 인생경험일수도 있고, 자기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것일 수도 있다.

선배는 한 분야에서 연장자를 뜻하는 말이나 여기서 의미는 ‘인생 선배’를 뜻한다고 보면 되겠다. 더 이상 노인이란 단어로 얼굴 붉힐 필요도 민망해할 필요도 없이 의미만 더한다면 그동안 ‘노인’의 사전적 개념으로 인한 부정적 인식이 조금 더 개선되지 않을까.

앞으로 미래에는 ‘나이 들어 늙은 사람’보다는 ‘보다 많은 경험과 경륜을 가진 연령이 높은 사람’이 훨씬 많아질테니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