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장수의 비결
[금요칼럼]장수의 비결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1.04.22 17:04
  • 호수 2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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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수 한성대 교수

인간은 누구든지 오래 살기를 염원한다. 옛 선인들도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에서 오래 살기를 원했다. 또 인간의 5복의 으뜸이 오래 사는 것으로 즉 ‘수’(壽)다. 장수, 그것은 인간의 꿈이다. 이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인간은 건강관리, 보양식, 운동 등을 한다.

그런데 노인요양시설에 근무하는 종사원들에게 ‘장수는 축복인가 저주인가’ 질문하면 대부분 저주라고 대답한다. 왜 그럴까.

그들이 본 노인들은 아마도 치매 걸린 노인, 중풍으로 고생하는 노인, 노인을 가운데 두고 벌어지는 가족 간의 갈등, 빈곤한 노인이 겪는 현실적 문제 등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노인이 오래 살아서 가족이나 사회의 짐이 된다면 자신은 장수의 기쁨(?)이겠지만 타인에게는 고통이 된다.

그러나 건강하고 재산이 있고, 가족 간에 화목이 잘 되고 있는 경우라면 오래 살아야 한다. 그래서 좋은 세상도 보고, 자녀들이 잘 되는 것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장수하는 축복을 누리려면 어찌해야 할까.

몇 년 전 미국의 장수문제 전문가인 푼(Poon) 교수를 초빙해 특강을 들은 적이 있다. 푼(Poon) 교수는 세계의 장수촌을 찾아다니면서 장수노인의 특징, 식성, 그리고 지리적 조건 등을 조사한 세계적인 학자다.

그는 장수의 비결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기억력’(good memory)이다. 기억력이 심하게 나빠지면 오래 살지 못한다. 치매의 위험성도 있다. 따라서 경로당에서 노인들이 화투를 치거나 바둑을 두는 것도 어떤 측면에서는 기억력에 도움이 되므로 좋게 볼 수도 있다.

둘째는 ‘긍정적인 사고’(positive thinking)다. 동일한 국가현실이나 가정환경 아래에서 어떤 사람은 ‘아 큰일이구나, 이를 어찌할꼬’라면서 걱정하는데, 어떤 이는 ‘그까짓 것 뭐 대충하지 뭐’라면서 그냥 넘기는 경우도 있다.

셋째는 ‘운동’(sports)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매일 1만보를 걷는 사람과 걷지 않는 사람 200명을 20년 동안 추적조사했는데 매일 1만보 걷는 사람이 7년 오래 살았다는 보고도 있었다. 운동은 장수에 꼭 필요하고 또 치매 예방에도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넷째는 ‘영양’(nutrition)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우리나라 노인들 중에는 ‘영양 불균형’이 많다고 한다. 즉, 과다영양이면서도 사실상 영양실조 상태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골고루 음식을 섭취하고 꼭꼭 오래 씹어서 먹어야 한다.

다섯째는 ‘일’(work)이다. 장수 노인은 죽을 때까지 일을 한다는 것이다. 노동은 삶을 가치 있게 하는 것이고, 스스로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세계 최고의 장수국인 일본인들은 ‘소식다동’(小食多動) 즉,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을 생활 습관으로 하고 있다. 또 오끼나와섬 사람들은 삶은 돼지고기와 ‘호야’라는 호박과 오이 비슷한 과일을 즐겨 먹는다. 그리고 늙어서도 일을 한다.

푼(Poon) 교수는 우즈베키스탄의 타쉬겐트 지방이 장수촌이라고 소개했는데 그 곳 사람들은 많은 공기와 물, 유가공(乳加工)품인 우유, 치즈, 요구르트를 즐겨 먹는다고 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그 곳 사람들은 평생 목욕을 3~4번 밖에 안한다는 것이다. 아마 춥고 건조한 날씨 때문에 목욕을 자주하면 피부가 갈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또 남미의 우루밤바강 근처에 장수촌이 있는데 그곳은 신비의 샘물이 있어 그 물을 마시면 장수한다는 설(說)이 있다. 그러나 그곳 사람들은 생년월일이 불분명해 장수 노인으로 인정을 받지 못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장수노인들은 맑은 공기, 깨끗한 물, 긍정적인 성격, 두부, 된장찌개 등 콩 종류의 식사를 즐기고, 일을 꾸준히 한다고 한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장수비결은 소식(小食)이었다. 조선의 집권층이 여색(女色)과 음주 등 사치 풍조가 만연했지만 ‘내핍과 절약’을 생활화한 선비는 장수했다. 또 특이한 장수비결이 있는데 퇴계 이황의 ‘활인심방’ 건강법이나 우암 송시열이 자신의 소변을 마시는 ‘요로법’이라는 건강법도 흥미롭다. (정지천, 명문가의 장수비결, 토트, 2011)

미국의 스탠퍼드대 심리학 교수 루이스 터먼 박사가 1528명을 선발해 80년간 직업, 결혼과 이혼여부, 자녀의 수, 사회적 성공과 직업적 성취도, 은퇴 후 삶의 만족도, 취미, 습관, 종교, 인간관계, 사망원인 등을 총체적으로 조사한 연구결과가 있었다.

그들의 조사 결과에서는 ‘결혼한 사람이 독신자 보다 오래 산다’ ‘지나치게 일을 열심히 하지 마라’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 오래 산다’ ‘걱정은 건강에 해롭다’ 등은 근거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터먼 박사의 연구에서 가장 핵심적인 장수비결은 ‘성실성’이었다. 즉, 근검절약하고 끈기 있는 사람,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사람, 책임감 있는 사람들이 오래 살았다는 것이다. 성실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건강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많이 하고 위험한 활동에 가급적 관여하지 않는다. 또 술과 담배를 멀리하고, 과속운전을 하지 않으며, 의사의 지시를 성실하게 이행한다는 것이다.(하워드 S 프리드먼·레슬리 R. 마틴 지음, 쌤앤파커스, 2011)

결론적으로 장수는 성실성에 기초한다. 성실하면 건강한 습관과 두뇌를 가졌고 행복한 결혼생활, 좋은 친구, 좋은 근무 환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장수의 비결은 특별한 비방(秘方)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성실함을 분모로, 기억력, 편안한 생각, 운동, 영양, 일 등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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