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어(漢字語)로 표현(表現) 한 나이
한자어(漢字語)로 표현(表現) 한 나이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4.25 13:01
  • 호수 2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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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임 / 전남 해남군 옥천면

평균수명이 늘어난 요즘에야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60세 생일에는 환갑잔치를 열었다. 흔히 환갑잔치를 수연(壽宴), 베푸는 자리를 수연(壽筵)이라 말한다. 70세까지 사는 것은 축복이라 여겨 칠순잔치도 열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나이를 나타내는 표현이 굉장히 다양하다. 과거 우리나라가 한자문화권에 속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를 물을 때도 어린사람에게는 나이란 표현이 어울리지만 어른에게는 연령(年齡), 연세(年歲), 연치(年齒), 춘추(春秋), 향년(享年) 등의 한자어 표현이 자연스럽다.

연령을 구분 짓는 한자어도 그 의미와 뜻이 다양하다. 몇 가지만 기억해도 일상생활에서 보다 풍부한 언어 구사가 가능하다.

열 살 안팎의 어린 나이를 지칭할 때 ‘충년’(沖年)이란 말을 사용한다. 흔히 16세를 일컬어 ‘이팔청춘’이라 부른다. 이는 ‘16세 무렵의 꽃다운 청춘 또는 혈기 왕성한 젊은 시절’을 일컫는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이팔청춘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마음은 언제나 이팔청춘’이란 말이 생긴 것 같다.

이팔청춘과 마찬가지로 ‘방년 18세’란 말이 있다. ‘방년’(芳年)도 꼭 18세를 지칭하는 건 아니다. ‘방년’은 ‘이십 세 전후의 한창 젊은 꽃다운 나이’를 뜻한다. 이밖에 ‘방춘’(芳春), ‘방기’(芳紀), ‘방령’(芳齡), ‘묘령’(妙齡) 등의 표현들도 20세 전후의 꽃다운 나이를 일컫는다. 단, 이러한 표현들은 여성에게만 사용한다.

20세 안쪽의 남자 나이는 ‘약관’(弱冠)이라 호칭한다. 이는 ‘예기’(禮記)에서 유래한 말로, 남자 나이 스물은 ‘성인례(成人禮)인 관례(冠禮)를 치르고 갓을 썼다는 뜻’이다.

인생의 황혼기를 지칭하는 60세는 ‘이순’ 외에도 ‘육순’(六旬)이라고 한다. 그런데 ‘육순’과 ‘환갑’은 다르다. ‘환갑’(還甲)은 ‘태어난 해의 갑자(甲子)가 다시 돌아온다는 뜻’으로 61세 되는 생일이다. 다른 말로 ‘화갑’(華甲), ‘회갑’(回甲)이라고도 한다. 앞서 예로 들었던 환갑잔치는 엄밀히 말해 61세 생일잔치인 것. 또 ‘진갑(進甲)’은 ‘환갑(還甲)에서 한 해 더 나아간다’는 뜻으로 62세를 표현하는 말이다.

나이와 관련해서는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 자주 거론된다. 공자는 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뒀다고 한다. 그래서 15세를 ‘지우학’(志于學) 혹은 ‘지학’(地學)이라 했다. 30세를 ‘이입’(而立), 40세를 ‘불혹’(不惑), 50세를 ‘지천명’(知天命), 60세를 ‘이순’(耳順)이라고 했다. 나이 70세는 마음먹은 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는 데서 유래한 ‘종심’(從心)이라 표현했다.

나이 70세를 흔히 ‘칠순’(七旬)’이라고 표현한다. 공자는 70세를 ‘종심(從心)’이라 하고, 두보는 그의 시에서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일흔 살을 산 이는 예로부터 드물었다)라고 했다. 여기서 70을 ‘고희’(古稀)라고 일컫는 말이 생겼다. 마찬가지로 80세를 ‘팔순’(八旬), 90세를 ‘구순’(九旬)이라 한다.

이밖에 나이를 일컫는 말로 ‘망팔’(望八)이 있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라는 뜻의 71세를 뜻한다. 77세는 ‘희수’(喜壽)다. 이는 한자 희(喜)의 초서체가 ‘七十七’을 합쳐 놓은 것과 비슷한 데서 유래했다. 81세는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라는 뜻으로 ‘망구’(望九)라 한다. 88세를 ‘미수’(米壽)라고 하는데, 한자 미(米)를 파자(破字)하면 ‘八十八’이 되는 데서 유래했다. 91세를 ‘백(百)을 바라본다는 의미’로 ‘망백’(望百)이라고 한다. 99세는 ‘백수’(白壽)라고 하는데, 이는 백(百)에서 ‘一’의 빼면 ‘白’이 된다는 데서 유래했다. 최상의 수명이라는 뜻에서 백세는 ‘상수’(上數)라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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