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우대는 존중과 공경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경로우대는 존중과 공경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5.09 15:54
  • 호수 2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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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여송 대한노인회 중앙회 기획운영국장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으로 불렸다. 어르신들을 공경하는 경로효친사상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효는 우리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자, 최고의 가치로 손꼽혔다.

이러한 전통적 미덕을 이어가고 경로효친사상을 앙양하고자 노인복지법이 시행되고 있다. 노인복지법 제26조에 의거해 만65세 이상의 노인들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수송시설 및 고궁·능원·박물관·공원 등의 공공시설을 무료 또는 할인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경로우대는 ‘한 사회를 위해’ ‘다음 세대를 위해’ 피땀 흘려 노력한 어르신들의 공로를 존중하며 공경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하지만 많은 경로우대제도 가운데 노인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고 있는 건 지하철 무임승차가 유일하다. 이마저도 수혜 당사자인 노인들의 견해를 무시한 채 폐지 또는 대상 축소론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효에 대한 기본사상마저 퇴색해 가는 가운데 이러한 논의가 진행된다는 사실이 씁쓸할 뿐이다.

어버이날, 크리스마스, 명절 등 때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쏟아지던 홀몸노인 돕기 자선행사나 봉사 등도 최근 들어 많이 뜸해졌다. 아름다운 효 실천의 모습들을 주변에서 찾아보기가 무척 힘들어졌다. 물질과 시간이 필요한 봉사는 둘째 치더라도 경로우대에 대한 기본적인 실천조차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가끔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면 경로우대석에 젊은 사람들이 버티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물론 사람이 없는 한가한 시간에 빈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탓할 수 없다. 하지만 나이 많은 노인이 승차를 해도 못 본척하거나 자는 척 하는 젊은이들이 있어 보는 이의 눈살을 찌뿌리게 만든다. 게다가 어느 지방에서는 버스의 경로우대석이 사라진지 오래된 곳도 있다.

이런 문제는 단지 교통수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서울시내 강남지역의 특급호텔이나 유명 헬스클럽에서 노인회원의 입회를 받지 않고 거부한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노인 회원을 받지 않는 이유는 건강상의 문제도 있지만 “노인들이 클럽에 나타나면 젊은 회원들이 눈치를 본다. 또 회원들이 다양한 부대시설을 이용해야 경영에 지장이 없는데 노인들은 돈을 아끼느라고 운동이 끝나면 물만 딱 드시고 간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노인들에게 헬스클럽 회원 가입을 불허하는 것은 엄연히 ‘노인차별’이다.

이처럼 대중교통의 우대석이 분별없이 이용되고 일반대중시설에서도 노인이 차별을 받는다면 경로우대의 본래 취지가 무언지 묻고 싶다. 정부와 지자체는 대중교통의 노약자석을 지정·관리하고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노약자석이 아니어도 몸이 불편한 어른들을 위해 스스로 자리를 양보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 우리 노인들 또한 자발적인 효문화 정착을 위해 사회의 어른다운 행동을 보여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미 많은 노인들이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다양한 자원봉사와 사회참여로 부양받는 노인의 이미지를 몸소 깨뜨리고 있다.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상을 정립하기 위해 대한노인회를 비롯한 535만 노인들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젊은세대와 노년세대가 함께하는 공생의 문화를 꽃피워야 한다. 좀 더 성숙한 경로우대 정신이 되살아나고, 서로 베풀며 사는 아름다운 사회풍토가 정착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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