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회 춘향제를 다녀와서
제81회 춘향제를 다녀와서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5.16 16:56
  • 호수 2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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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일 대한노인회 전주시 덕진동 분회장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친 지역축제인 춘향제가 어느덧 81회째를 맞았다. 따뜻한 봄햇살이 가득했던 지난 5월 6일부터 5일간 남원광한루 일대에서 진행됐다. ‘함께해요, 춘향사랑’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역사와 전통을 고스란히 살린 예술공연, 놀이와 체험마당 등이 다채롭게 펼쳐져 전통 축제의 진수를 보여줬다.

4대강 정비사업과 맞물려 일부행사가 다소 축소됐던 아쉬움도 있었지만 전국 각지에서 많은 관람객들이 남원을 찾았다. 약 60여만 명이 축제를 찾은 것으로 추산됐다.

개막식은 안숙선 명창과 60인조 가야금 병창, 국악관현악과 거문고, 해금 협연 등 국악 분야 명인과 명창이 대거 참여해 수준 높은 국악공연을 펼쳤다. 춘향제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춘향 제향’에는 1회 춘향제 때 춘향영전에 헌화했던 민살품이춤의 대가 조갑녀 명무(89)가 80년의 세월을 넘어 노령의 몸으로 헌화하고 헌무(민살풀이춤)함으로써 춘향제의 감격을 재현했다. 춘향예술회관에서는 국악대전 시상식도 감상할 수 있었다.

한편 광한루원에서 상설로 펼쳐진 춘향시대는 동헌재판과 사또 생일잔치, 월매집의 서민풍류 그리고 민속장터 등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로 꾸며져 인기를 끌었다. 특히 춘향전의 배경이 됐던 조선 숙종시대의 체험 프로그램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사로 잡았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춘향선발대회’에는 올해에도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남원의 아름다운 풍경과 견줄만한 400여명의 전국 미인들이 참석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춘향선발대회의 역사는 1957년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그 역사를 계속 써 내려가고 있다. 진·선·미·정·숙·현 등 6명의 홍보대사를 선발해 우리나라의 전통 미인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우리의 고유풍습을 세계인에게 알리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다채로운 체험행사와 공연 중에서도 가장 인기를 끌었던 건 남원을 배경으로 이몽룡과 춘향이의 일편단심 사랑을 그린 ‘열녀 춘향전’(春香傳)이었다. 열녀 춘향전은 일편단심(一片丹心)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도 사또의 수청을 거절하며 절개를 지킨 춘향의 애절한 비운을 그린 작품이다. 특히 춘향이가 큰칼을 쓰고 투옥돼 절명(絶命)의 날을 기다리는 장면에서는 관람객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옛 소설 정도로 알고 있는 춘향전. 하지만 그 기록은 116년 전, 프랑스의 한 소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학생인 홍종수(1854~1913)가 작가 J.H로니와 협력·번역해 발간된 것으로 알려진 ‘향기로운 봄’(printempsparfum'e)에 등재(登載)돼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춘향전과는 내용이 다른 점이 많다. 춘향이는 기생이 아니라 서민의 딸로 돼 있고, 그네를 탄 춘향이에 반한 이몽룡이 여장을 했다고 기록돼 있다. 내용이야 어찌됐든 일편단심으로 정절을 지키는 한국인의 절개가 프랑스까지 전파됐다는 사실에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

남녀노소 춘향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춘향전의 원본을 직접 읽은 사람은 없다. 어머니에게서 전해 들었던 옛 구전 소설이기 때문이다. 춘향전 이야기 속에는 단순한 사랑이야기뿐만 아니라 우리역사의 단면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극복할 수 없었던 신분의 한계와 정치인들의 비리, 정절을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겼던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습이 녹아있다. 입에서 입으로 내려온 전통의 증언들인 셈이다.

3년째 문화관광부 우수축제로 선정되고 있는 춘향제. 부득이하게 규모가 축소된 부분은 아쉽지만 단순히 웃고 즐기는 축제를 넘어 전통과 소통하는 진정한 문화축제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한 것 같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자, 손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축제로 자리매김하는 81회 춘향제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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