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서 보낸 10년의 세월을 회상하며
교도소에서 보낸 10년의 세월을 회상하며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5.16 16:58
  • 호수 2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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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두표 평화경로당 회원

해방 직후인 1946년 2월 20일 청주교도소 현지 교도관 제1기생으로 채용돼 십년 동안 교도관으로 생활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이지만 당시에는 국가적으로도 큰 사건사고들이 많이 벌어졌다. 우선 해방직후 겪게 되는 무질서와 혼란, 빈곤을 경험했고, 1948년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는 역사적 사건도 맞았다. 뒤이어 1950년에는 남과 북이 총칼을 겨누었던 6·25전쟁까지 발발했다. 중무장한 북한 인민군이 38선을 넘어 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에도 필자는 청주교도소를 지키고 있었다.

교도소에는 갖가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감옥이라는 말처럼 범죄를 저지른 상처받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었다. 인정이 메마르고 인심도 삭막하며 삼엄하기 그지없는 곳이었다. 자존심이나 인간다운 생활은 처음부터 기대하기 어렵다. 교도소는 안과 밖이 확연히 다르다. 분명 담하나 차이로 공간이 구분되지만 그 생활실상은 천지차이다. 한 번의 실수로 그 곳에 들어가는 것은 쉽지만 거기서 바깥까지의 거리는 구만리가 넘는다. 그리고 그곳에 남겨 두고 오는 것은 자신의 지문과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전과자라는 낙인뿐이다.

최근에는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끔직하고 무서운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난다. 무엇보다 죄책감이나 인간적 도리조차 느끼지 못하는 흉악한 범죄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그들은 교도소에서 보내는 생활이 어떤지 이해하지 못한다. 한 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하고 저지른 죄의 대가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단 감옥에 들어가면 부모님께서 지어준 이름이 아니라 교도소에서 준 고유번호를 가슴에 달고 살아야 한다. ‘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之父母)’라는 말을 거스른 채 삭발에 수의를 걸치고 지내야 한다. 출소 후에도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혀 사회의 냉대와 싸워야만 한다. 무엇보다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남겨진 가족들에게 아버지는 원망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홀로 남겨져 아이들을 돌보는 아내에게는 용서받지 못 할 상처를 준다. 또 아버지의 재소사실 때문에 혼사, 교육, 취직에도 지장을 받는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돌이켜 생각해보면 재소자들과 보낸 그 때의 시간이 인생을 견고하게 다져준 밑거름이 됐다. 국내외적 상황이나 심적으로도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지만 그러한 인내의 시간을 통해 인생의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됐다. 그 소중한 경험들은 내 인생의 지표와 가치관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당시 깨달았던 5가지 인생의 지표는 아직도 내 인생의 좌우명처럼 되내이고 있다.

첫째는 인내심이다. 모든 범죄는 순간을 참지 못해 일어나기 때문이다. 둘째는 근면심이다. 부지런히 일해서 일한 만큼 먹으려고 해야지 일하지 않고 잘 먹으려는 것은 과욕이며 이는 결국 옥고를 부른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다. 셋째,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치, 낭비, 허영은 범죄의 온상이었다. 넷째, 건전한 생활습관이다. 조상이나 문중을 빛낼 수 있는 업적을 남기지는 못하더라도 가문에 결코 누가 돼서는 안 되며 자신 때문에 자식들과 후손들이 원망을 듣게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섯째, 국가와 사회에 공헌하는 일이다. 헌법 제1조에 명시된 대로 민주공화국의 국민으로서 뚜렷한 국가관을 가지고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다짐해본다.

교도관 생활 이후 필자는 세무 공무원이 돼 23년간 공무원으로 일했다. 교도소에서 보낸 시간을 발판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힘과 원동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교도소에서 보낸 10년이란 시간은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시간이었다. 제3의 인생을 시작한 지금도 당시에 배웠던 다섯 가지 인생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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