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고령사회의 대안, 평생현역사회
[금요칼럼] 고령사회의 대안, 평생현역사회
  • 관리자
  • 승인 2011.06.10 15:33
  • 호수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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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록 대한노인회중앙회 사무총장/국립한국재활복지대학 교수

 오래 전 온 가족이 여행을 하다가 필자의 운전실수로 큰 사고가 날 뻔 했다. 그 때 초등학교 1학년이던 딸아이가 태연하게 “시집도 못 가보고 죽을 뻔 했네”라고 말해 위기의 상황에서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흔히 3대 거짓말 중 하나는 “빨리 죽어야지”라는 노인의 말이라고 한다. 대한노인회 한 지회의 회장님이 새봄을 맞아 이웃에 사는 102세 할아버지와 103세 할머니 부부 댁에 인사차 들렀더니 “요번에 감기가 들어 큰 일 날 뻔 했어!”라고 하시더란다.

그렇다. 어린 아이나 100세가 넘은 어르신이나 모두 오래 살길 원한다. 그리고 이제 모두가 염원하던 장수사회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고령사회는 곧 장수사회이므로 축복으로 여기고 기뻐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언론매체들은 ‘늙어가는 대한민국’ 혹은 ‘노인이 몰려오고 있다’고 보도하며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조장하고 부양비 급증 등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물론 일리가 있다. 그러나 필자는 두 가지 심각한 오류를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자기중심적 이중성이다. 즉 한편으로는 장수하기를 바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고령인구의 증가를 우려하는 것은 곧 내가 오래 사는 것은 축복이고, 다른 사람이 오래 사는 것은 재앙이라는 이중성이 숨겨져 있다. 고령사회는 재앙이며 장수사회는 축복이라는 이중적 태도는 결국 자신은 오래 살길 원하면서 타자가 오래 사는 것은 문제라는 고약한 논리가 된다.

그래서인지 노인들에 대한 사회적 경향이 심상치 않다.
모든 분야에서 인권신장이 크게 진전됐지만, 노인의 인권은 오히려 퇴보되고 있다. 노인이라는 말에는 어느덧 사회·경제적 부담이라는 은유가 덧씌워지고 사회적 배제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젊은 세대들에게 노인은 그저 자신의 몫을 떼 내어 부양해야 할 골치 아픈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과연 누가 닥쳐 올 고령사회 문제의 당사자인가?
이 질문은 고령사회 도래와 관련해 나타나는 두 번째 오류를 지적하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치명적인 착각에 빠져 있다. 고령사회의 문제가 보다 심각해지는 것은 지금 당장의 노인이 아니라, 지금의 젊은이들이 노인이 돼 고령사회에 진입했을 때라는 것이다. 고쳐 말해서 고령사회의 문제는 지금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대비해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그러면 현실은 어떠한가? 특히 젊은이들은 고령사회의 위기가 마치 현재 노인들의 문제인 것으로 착각해 정작 자신들의 미래에 나타날 문제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이는 치명적 오류다. 이제 더 이상 젊은 세대들은 노인을 부정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자신들의 미래를 부정적 이미지로 덧칠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젊은이들은 현재 노인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예비해 줄 개척자로 인식해야 한다.

향후 예견되는 고령사회의 문제에 대한 해법은 바로 이러한 인식의 수정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 장수의 결과로서 고령사회의 도래는 축복이 될 수도 있고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관건은 지금부터 장수사회에 걸 맞는 법률과 제도와 정책을 갖추는 것이다. 동시에 노인의 부정적 이미지를 제거하고 정상화해 세대 간 역할 분담체계를 구축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지금 이 상태로 준비 없이 고령사회를 맞는다면 그것은 재앙이 될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사회에서 장수는 큰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필자는 최근 발간한 저서 ‘평생현역사회 만들기-노인자원봉사코칭’을 통해 고령사회의 대안으로 ‘평생현역사회’를 제안한 바 있다. 평생현역사회란 세대 간 역할분담을 통해 누구나가 평생을 현역으로 보낼 수 있는 사회, 즉 누구나가 전 생애에 걸쳐 자립생활을 누리면서 미래의 비전과 목적을 가지고 활동함으로써 장수의 축복을 실감할 수 있는 다세대 공생 사회이다.

필자는 1000만 노인 시대의 도래를 앞두고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풀어가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고령사회에 따른 세대 간 역할분담 체계의 구축, 곧 사회적 퇴출이 없는 평생현역사회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보다 세대 간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법률과 제도, 정책을 새롭게 수립할 것을 제안한다. 소위 ‘인구보너스’ 기간, 곧 준비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당장이라도 노인세대와 젊은 세대가 연합해 함께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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