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61주년 특별기획]
대한민국 성장신화, 현 노년세대의 피땀 어린 ‘교훈’
[6·25전쟁 61주년 특별기획]
대한민국 성장신화, 현 노년세대의 피땀 어린 ‘교훈’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6.17 15:03
  • 호수 2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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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짓밟힌 폐허 속 ‘최빈국’에서 ‘세계 13대 경제대국’으로
대한민국 건국 63년사는 세계를 놀라게 한 성공의 신화다. 6·25전쟁 이후 지구촌의 구호물자에 의존했던 ‘최빈국’이 60여년 만에 ‘세계 13대 경제대국’으로 성장, G20정상회의를 개최하는 의장국의 위치까지 올랐으니 대단한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한강의 기적’이란 말을 실감케 하는 놀라운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대한민국. 올해로 61주년을 맞은 6·25전쟁은 아픔과 슬픔의 역사인 동시에 대한민국 성장신화의 발판이 됐고, 그 이면에는 현 노년세대의 피와 땀과 눈물이 서려있다. 전후(戰後) 한국경제의 발전사는 어르신들의 삶과 궤적을 같이 한다. 한국전쟁 발발 61주년을 맞아, 세계를 놀라게 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 과정을 되짚어 봤다.

▲ 6.25전쟁 후 상흔을 입은 서울 시청 주변의 모습
▲ 현재 서울 강북 일대의 고층 빌딩과 아파트 모습
▲전후(戰後) 60년 만에 무역규모 3167배 성장

1950년 6·25전쟁 발발 당시 150만명이 목숨을 잃었고 산업시설의 40~50%가 파괴됐다. 1950년 국내총생산(GDP)은 1940년과 비교해 27%나 감소했다. 모든 경제 기반이 무너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게다가 분단국가라는 불리한 여건까지 떠안고 있었다.

1960년 GDP는 20억 달러(현재 가치 약 87억 달러)에 불과했고, 1인당 국민소득도 79달러로 ‘절대빈곤’ 상태였다. 현재 가치로 환산한다면 553달러에 해당하는 것인데, 당시 국민들이 하루 1.5달러(1500원)로 생활해야 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2007년 우리나라 총무역량은 7283억3000만 달러.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시 기록했던 2억3000만 달러에 비해 60년 동안 무역규모가 무려 3167배나 증가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227개국에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 8600여개 품목을 내다 팔고 있다. 세계 무역에서 우리나라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1960년 0.03%에서 2007년에는 이보다 90배가 늘어난 2.7%로 상승했다. 전 세계가 깜짝 놀라며 ‘한강의 기적’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1960~70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중화학공업 집중육성

‘보릿고개’로 상징됐던 1960~70년대도 절대빈곤의 시절이었다.
1962년, 정부는 빈곤탈출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었다. 정부주도형 전략인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되면서 우리나라 경제는 조금씩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총 4차례에 걸쳐 진행된 이 계획은 수출주도의 고도성장을 전략으로 연간 7%의 경제성장률 달성을 목표로 추진됐다. 박정희 대통령은 협소한 국내시장과 자원부족 등을 해결할 최선의 방법으로 ‘수출’을 선택했던 것이다.

이를 위해 노동집약적 경공업 제품을 수출주도형 상품으로 내세웠으며 점차 중공업으로 그 대상을 확대해 나갔다.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2~1966년)이 끝나고 2차 계획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경제 성장률이 10% 이상 상승했다.

1970년대 초반 정부는 철강·기계·조선 등 중화학공업 부문을 집중 육성하는 정책방향을 설정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풍부한 노동력과 정부의 전폭적인 금융지원을 바탕으로 일본 등 선진국으로부터 생산시설과 기술을 도입했고, 중화학공업 비중은 1970년 39.2%에서 1980년 53.6%로 급증했다.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은 우리나라가 철강·석유화학·자동차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 경쟁력을 보유하게 만들었다.

1970년대 말 오일쇼크와 세계 경기침체로 한국경제도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중동시장을 오히려 ‘공략지’로 선정해 건설 부문 등의 부흥을 이끌었다. 지금까지도 한국경제의 효자산업으로 평가받는 조선과 철강 등의 중화학공업이 발전한 것도 이때부터다. 이 같은 중화학공업의 육성은 삼성전자, 포항제철, 대우조선, 현대중공업 등 21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을 탄생하게 만들었다.

▲1980년대 2차 성장 동기, ‘IT산업’의 발전

중화학공업이 한국 경제발전의 ‘1차 모멘텀’이라면 2차 성장 동기는 ‘IT산업’의 발전이다. 1980년대를 전후해 재래형 기술산업의 한계와 기술자립의 필요성을 느낀 한국은 1983년 DRAM 반도체 분야에 진출한 후 1988년 이후부터는 선발국인 일본을 추월하는 등 DRAM 분야 세계 1위로 등극한다. 향후 기술발전 경로가 예측가능하고 범용제품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DRAM을 주력 품목으로 선택한 것이 주효했다. 1988년부터 1991년까지 삼성전자의 연평균 DRAM 투자액만 보더라도 4억 달러에 육박해 당시 일본 반도체 상위 4개 업체(도시바, NEC, 히타치, 후지쯔) 평균보다 2.8배가 많은 수치를 보이기도 한다. 이렇듯 1980년대 초반 반도체 분야로 시작한 IT산업은 1990년대 들어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부상했다.

▲1990년대, ‘개방화’ ‘자율화’ ‘민주화’ 급부상

1980년대 후반부터 대내외 경제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수입자유화와 자본자유화 등 ‘경제 개방화’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도 적극적인 경제 개방체제를 선택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며 개방화 물결은 산업전반에 퍼졌고, 세계에서 ‘made in Korea’의 위상은 한 단계 더 높아졌다.

1990년대 본격적인 개방화, 자율화,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기업들도 다양한 노력을 전개했다. 그러나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눈앞에 둔 1997년 ‘국가부도’의 상태로 전락하며 IMF체제에 돌입, 뜻하지 않은 ‘위기의 늪’에 빠지고 만다. 양적 성장만 추구한 경제 개방추진과 무리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위한 환율정책이 화를 불렀다. 하지만 외환위기는 오히려 정부의 보호막 아래 약해질 대로 약해진 경제체질을 개혁하는 계기가 됐다.

굴지의 재벌기업과 은행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기업구조와 금융시스템 등 경제 각 분야에서 국제기준에 따른 선진시스템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 전 분야에 걸쳐 개혁이 추진됐고, 시장 개방 및 자본자유화가 선진국 수준으로 단행됐다. 외환위기라는 위기를 통해 글로벌 개방경제체제에 걸 맞는 새 옷을 갈아입게 됐다. 덕분에 예상보다 빠른 2001년 ‘IMF체제’를 졸업하고,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며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바짝 다가섰다.

▲2000년대, 휴대폰·반도체·디지털TV+ ‘한류’ 열풍

2000년대 한국경제를 주도한 산업은 반도체, 디지털TV, 휴대폰 등의 전자·통신산업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디지털 방송이 확산됐고, 이에 따른 디지털TV의 수출량도 급증했다. 매년 10%대의 성장률을 보였고, 2005년에는 수출액 15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프리미엄급 제품을 중심으로 유럽연합(EU)과 신흥 인도시장을 겨냥했던 휴대폰도 2005년을 기점으로 급속히 성장, 2005년 수출액이 무려 217억9000만 달러에 달했다.

디지털을 앞세운 대한민국 경제는 강한 힘으로 세계시장에 진군했다. 2005년 실시된 국제 IT 평가지수에서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5위권 이내를 유지하며 디지털·IT산업의 ‘한류’열풍을 이끌었다.

여기에 드라마, 음악 등의 콘텐츠 수출이 급증했고,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자동차·조선 산업이 힘을 보태며 지난해 우리나라는 수출 세계 7강이라는 놀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지난 20년간 10위권 밖에서 등락을 거듭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를 기회로 2009년 ‘톱10’에 진입했고, 지난해 7위에 오른 것. 수출 세계 7강은 지난 60여년간 시대별 경제 강국에만 자리를 허용했기 때문에 그 의미는 더욱 크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우리나라와 FTA를 타결하거나 발효한 국가는 모두 45개국에 달한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확대에 따른 개방 경쟁체제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협력해 체계적인 준비를 해야한다”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IT·통신산업의 경쟁력 확보는 물론 선진국의 성장주도 산업으로 우리 역량이 부족한 금융, 에너지, 환경·바이오 부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우리나라는 ‘수출 5000억달러’ ‘무역 1조달러’ 돌파에 나선다. 정부가 잡고 있는 정확한 목표치는 수출 5130억달러와 무역 1조10억 달러. 수출은 지난해 4674억 달러에서 9.8% 증가한 규모며, 수입은 지난해 4257억 달러보다 14.6% 늘어난 4880억 달러를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눈부신 성장의 주춧돌을 마련, 기둥을 세우고 상량한 주인공이 바로 현 노년세대라는 사실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현재의 어르신들이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리며 일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역사이기도 하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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