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회 책임지는 ‘노인의 자리’ 찾기 운동
[기고] 사회 책임지는 ‘노인의 자리’ 찾기 운동
  • 관리자
  • 승인 2011.06.24 14:22
  • 호수 27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계순 기자/천안

불과 30년 전만 해도 마을과 부락에 있는 어르신들은 질서와 지혜의 표상으로 존경받는 위치에 있었다. 어딜가나 골목에는 장난꾸러기 아이들을 훈육하는 호랑이 할아버지가 있었다. 밤이면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던 이야기 할머니가 있었다. 또 앞마당 텃밭에 있는 옆집 할머니의 넓은 치마폭은 장독 깨고 쫓겨난 개구쟁이의 보호처가 됐다. 지혜와 연륜이 있었던 어른들을 모두가 공경하고, 자녀들을 교육하고 훈육하는 몫을 노인들이 담당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마을에 한 아이가 태어나면 함께 잔치를 열고, 이웃들 또한 그 아이를 사랑으로 키우고 돌보는 일에 동참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품앗이나 두레, 백일잔치, 돌잔치 등은 이러한 마을 공동체적 사고에서 유래된 우리나라만의 전통 문화였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엄마의 치마폭에 쌓여 컴퓨터의 훈육을 받으며 극히 개인주의에 빠져 있다. 훈육을 담당하던 호랑이 할아버지나 이야기 할머니의 자리를 좁은 방에 놓여 있는 컴퓨터가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족이나 공동체의 정을 느끼지 못한 채 도덕과 윤리의식 마저도 상실해가고 있는 것이다.

필자의 어머니가 일찍 남편을 여의고 여러 남매를 키우면서도 인성과 사람의 됨됨이를 가르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이웃 어르신들의 교육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보화 사회라고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호랑이 할아버지와 이야기 할머니의 자리가 더욱 절실하다. 어른을 공경할 줄 모르고, 이웃에게 정을 베풀지 못하는 이기심 가득한 아이들에게 수많은 학원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가정과 사회에서 노인의 자리를 찾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나이 든 노인들이 가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기본적인 예절이나 바른생활 습관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부모가 조부모를 모시는 것을 보고 효를 배우고, 가족애를 체득하게 된다.

또 조부모님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고 상호 협동의 방법도 생활 속에서 터득해 간다.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인간관계의 경험을 바탕으로 갈등을 풀어 나가는 기술도 자연스럽게 얻게 된다. 우리나라 대가족제도는 세계가 부러워하고 칭찬하는 우리만의 훌륭한 문화유산임을 기억하고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필자의 가정도 3대가 함께 살고 있다. 아이 셋이 초등학교 때까지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았고,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10년 넘게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일주일에 하루 밤은 할아버지와 함께 자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매일 30분씩 놀아드리는 규칙을 정해 놓고 철저하게 지키도록 했다.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외로운 할아버지를 쓸쓸하지 않게 해드리는 일이라고 인식하게 했다.

하지만 오히려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생활과 교감을 통해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었다. 아들이 장가를 들어 살림을 따로 내 줬는데 분가 후 일 년도 되지 않아 본가로 들어왔다. 식구들이 북적대며 정감있게 살다가 단 둘이 외롭게 생활하는 것을 견디지 못 한 것이었다. 오히려 필자가 만류하는 재미있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귀여운 손자까지 안겨주며 다시 3대 가정을 이뤄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고 있다.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지내며 가족의 정을 느끼며 살아 온 덕분이다.

부모가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재산은 가족애가 아닐까싶다. 가정은 학교보다 더 중요한 자녀 교육의 현장이 된다. 더불어 가정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선생님은 아이들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될 수 있다.

정보화시대, 핵가족 시대에 살고 있는 젊은 부모들은 의도적으로라도 어른들을 의식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가정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가정에서 부모의 자리를 찾아드리는 길이며, 자식을 성공으로 이끄는 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