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리더] “경로당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시니어리더] “경로당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7.01 16:21
  • 호수 2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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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종회(75) 대한노인회 강서구지회 공항경로당 회장

▲ 6월 27일 늦은 오후, 본지가 류종회 회장을 인터뷰한다는 소식을 듣고 류 회장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공항경로당 회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자비로 노후한 사설 경로당의 확장 보수공사를 도맡는 등 경로당 활성화에 온 열정을 쏟는 어르신이 있어 화제다. 서울 강서구 공항동 공항경로당에는 류종회(75) 회장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전화기, 전기밥솥 등 일반 가전제품은 물론 창고, 화장실, 부엌, 창문, 지붕에 이르기까지 그의 땀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 인근 교회와 기업들을 결연해 형편이 어려운 회원들을 후원하고, 지역 내 사업가들에게 쌀과 반찬을 지원받아 회원들에게 매일 풍성한 식사를 대접한다. 이는 그가 공항동에서만 45년을 살아 온 터줏대감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류 회장은 “공항동에는 사회복지관 및 노인복지관이 한 곳도 없다. 또 아파트를 제외하고 주택가에 위치한 어르신들의 쉼터는 공항경로당이 유일하다. 한 평생 국가를 위해 헌신한 어르신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로당을 보면 고령화시대를 준비하는 대한민국 복지정책의 현실과 미래를 볼 수 있다”며 “경로당이 살아야 미래의 대한민국이 사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공항경로당은 지난 1969년, 독지가가 기증한 작은 텃밭에 이웃 어르신들이 십시일반 모은 쌈짓돈으로 건립됐다. 노인복지를 위해 노인들이 뜻과 정성을 모아 세운지 벌써 43년째다. 하지만 김포공항 확장공사와 아파트 건설공사 등 도시개발 정책에 밀려 이곳저곳 옮겨 다녀야만 했다. 결국 주택가 중심의 오래된 건물에 터를 잡게 됐지만 회원들을 수용할 공간마저 부족했다. 노후한 시설 때문에 비나 눈이 오면 방에 물이 고이고, 겨울이면 화장실과 부엌이 얼어서 사용조차 힘들었다. 단 1개인 화장실은 늘 말썽을 일으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결국 류 회장은 자비를 들여 경로당 개선사업을 진행했다. 30년 넘게 건축업에 종사한 그는 경로당 시설 하나하나를 손수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벽을 헐어 방을 넓히고, 지붕과 차양공사를 통해 빗물이 들이치지 않게 했다. 창문도 2중창으로 바꾸었고, 비가 새던 천장도 모두 교체했다. 1개 뿐이던 화장실도 창고확장 공사를 하며 2개로 늘렸고, 겨울이면 말썽이었던 수도배선 공사도 모두 그의 손을 거쳐 마무리 됐다.

류 회장은 “대한민국을 선진국 대열에 올려놓은 경제발전의 역군들이 푸대접 받지 않고, 언제든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는 안락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무엇보다 평생 갈고 닦은 토목 기술을 활용해 경로당 회원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줬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의 끊임없는 열정과 수고를 지켜본 지역 교회와 사업가들은 자연스럽게 경로당 후원을 약속했고, 덕분에 경로당 냉장고와 창고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간식과 음료가 가득 찼다. 매일 점심식사를 대접하기 위한 쌀과 반찬거리 등도 이웃들의 관심으로 채워지고 있다.

어르신들이라고 받기만 하는 건 아니다. 마을의 크고 작은 일이 있으면 언제나 어르신들이 앞장을 선다. 이웃집 경조사가 있을 때면 찾아가 일손을 돕고, 함께 축하하고 위로도 건넨다. 또 수호천사활동(초등학교 봉사도우미), 장애인 도시락 배달, 장애인 목욕봉사, 학교 폭력방지 캠페인 등 지역사회 봉사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사회에 기여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노인이 되자’는 류 회장의 강한 의지가 회원들에게 전해진 것이다.

달라진 경로당 분위기 덕분에 류 회장이 업무를 시작했던 2006년에 비해 회원이 두 배로 늘었다. 현재 52명의 어르신들이 경로당을 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 주민들의 숙원 사업인 복지관 건립을 위해 시가 3억원이 넘는 사설 경로당 건물을 구에 기증하기로 결정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숙원인 복지관 건립에 사용하도록 경로당을 구에 기증하는 것을 모든 회원들이 찬성했다. 43년전 노인복지를 위해 세워진 원로 경로당 회원들의 뜻도 지역사회와 노인들의 보다 나은 복지환경 조성이라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구립 경로당 승인을 통해 더 나은 복지서비스를 회원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앞으로 이곳이 노인복지를 넘어 지역사회의 다양한 복지가 실현되는 귀한 공간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 벅차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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