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경로당 어르신들이 변했어요
[기고]경로당 어르신들이 변했어요
  • 이미정
  • 승인 2006.11.10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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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경로당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우리 경로당에도 거동에 불편을 느끼는 어르신들이 많다. 어르신들께 기체조(氣體操)를 하면 몸도 마음도 가벼우니 한번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권해 보았다.

 

“지금도 몸이 아픈데 무슨 기체조냐.”며 대부분 탐탁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어르신들 건강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기체조 강습을 추진했다. 마다 했지만 강습을 하자 그런대로 호응을 했다.


그런데 얼마 후에 보니 우리 경로당에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어르신들께는 잠시 쉬면서 초빙한 기체조 강사를 지켜보라 하고, 기체조 강사로부터 하하하, 히히히, 호호호, 헤헤헤, 오오오 등 발성연습을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부터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겁습니다’ ‘좋습니다’ 하며 웃음 짓는 표정으로 기체조를 하기 시작했다.

 

서서히 분위기가 고조되고, 음악이 흘러나오자 어르신들도 누구랄 것도 없이 차차차 노래에 맞추어 손뼉치고 손을 흔들며 서로 마주보고 손과 몸짓으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아흔이 넘은 할머니 한 분은 몸이 굳어 잘되지 않았으나 한 템포 뒤진 몸동작으로 열심히 따라 했다.

 

또 ‘달랑 달랑’이라는 어린이 노래에 맞추어 동물모양을 흉내 내면서 몸 흔들기, 발로 차기, 허벅지 만지기, 무릎 돌리기, 어깨 주무르기 등을 하나, 둘, 셋… 열 번 구령에 맞춰 계속하자 모두들 즐거워했다. 어려서부터 듣던 ‘고향의 봄’ 노래가 흘러나오자 모두가 함께 따라 부르며 좋아하기도 했다.


한 동작 한 동작 춤추는 맵시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지만 웃음이 가득한 분위기, 열심히 따라 하는 어르신의 숨 가쁜 소리, 이마에 구슬 같은 땀방울이 흐르는 장면은 흔히 볼 수 없는 감동을 안겨주었다.

 

어린이들이 부르는 ‘퐁당 퐁당 돌을 던져라’ ‘반짝 반짝 작은 별’ 등 노래를 부르며 서로 마주 보며 웃음 주기의 다양한 몸동작 까지 거듭하는 사이에 1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인생의 후반. 기체조를 하여 가슴을 열고 활짝 웃자. 온몸을 흔들며 서로 마주보며 웃음보따리를 넘겨주며 다 같이 구호를 외치자.

 

내키지 않고 기분이 무거워도 참고 계속하다 보면 아픈 곳이 낫고 기분도 가벼워진다. 처음에 내켜하지 않았으나 우리 경로당은 지금 사람들이 넘친다. 기체조 강습으로 회원이 늘어 다 입회시킬 수 없을 지경이다.


활기찬 웃음, 가슴을 활짝 여는 체조이니 만병통치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체조 시작 이후 잠도 잘 오고, 밥도 많이 먹게 되었다고 경로당 어르신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처음엔 아픈 곳이 여기 저기였지만 이젠 많이 거뜬해졌다는 것이다.

 

 약 한달 동안 동작을 배워 집에서도 흔들며 웃고 손자 손녀 앞에서 때론 재주도 보인다는 어느 어르신은 “우리 동평 경로당이 최고야!”라고 말한다. 기체조로 우리 동평경로당이 변하고 있다. 우리 경로당 어르신들이 10년은 젊어졌다.

 

김진경 울산시 남구 달동 동평경로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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