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도 경계 대상 될 수 있다”
“한국인도 경계 대상 될 수 있다”
  • 연합
  • 승인 2011.07.29 11:23
  • 호수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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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10년 현지 생활 김호현 한인회장 인터뷰

사상 초유의 테러 사태가 발생한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의 한인회 조직을 6년째 이끌고 있는 김호현 한인회장(60)은 7월 25일 이번 테러 사태가 현지에서 급격히 늘어난 이슬람권 이민자들의 불법 행위 및 범죄, 문화적 이질감 등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현지인들의 무슬림 기피증이 한국 교민들에게도 전파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조선 업계에 몸담아 한라중공업 부사장까지 지낸 김 회장은 10년 전 오슬로에 들어와 현지 선박거래 중개 회사에서 파트너로 일하면서 한국 조선사와 유럽 선주들 간의 신규 선박 수주 거래를 알선하고 중개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2년 전 노르웨이 시민권까지 취득하고 현지인들과도 교류가 깊어 누구보다 노르웨이를 잘 이해하는 ‘터줏대감.’
김 회장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지금까지 외국인에 대해 두드러진 차별을 하지 않던 노르웨이인들의 태도가 바뀌어 가는 것을 느낀다”며 “특히 이민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무슬림들이 자성하고 현지 문화에 잘 적응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으면 제2의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김호현 회장과의 일문일답.

Q. 오슬로 시내 폭탄 테러를 직접 느꼈나.
A. 사무실이 테러 현장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500m 정도 밖에 안 된다. 폭발이 일어난 순간 사무실 창문이 크게 떨렸다. 처음엔 영문을 몰랐다. 근처 항구에 세워져 있던 배에서 폭발이 일어난 줄 알았다.
그런데 곧이어 오슬로 외곽 집에 있던 아내가 전화를 해 시내 사무실 근처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고 알려줬다. 현지 신문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시내서 대형 폭발’이라는 한 줄짜리 기사가 떠 있었다. 그때부터 모든 사태가 시작됐다. 테러 사태 이후론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불안한 마음이 커졌다.

Q. 노르웨이 정부의 다문화주의에 대한 관용적 정책이 테러의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A. 60만 오슬로 주민의 25% 정도가 외국인이고 그중에서도 이슬람권에서 온 무슬림 인구가 상당히 많다. 오슬로 동부의 이슬람 밀집 거주지역에 가면 길거리에 다니는 여성의 80~90%가 히잡을 쓰고 다닌다. 지난해에는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지역에 웅장한 이슬람 사원이 들어섰다. 우리가 봐도 좀 ‘튀는 느낌’이 들 정도다. 현지인들부터 노르웨이에 왔으면 현지 문화를 따라야지 하는 불만 섞인 얘기를 자주 듣는다.
무슬림 이주민들이 노르웨이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박탈감도 늘고 있다. 무슬림들의 출산율이 현지인들보다 크게 높아 인구 불균형이 심화되는 것도 우려의 대상이다.
여기에 이슬람권 이주민들이 마약 재배나 거래를 비롯한 각종 범죄에 자주 개입하고 탈세를 하는 등의 불법을 저지르면서 현지인들의 인상이 더 나빠졌다.
무슬림 이주민들이 노르웨이 국부를 빼앗고 고용시장을 불안하게 하며, 각종 범죄를 주도하고 있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불만이 예상보다 더 빨리 극단적 형태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Q. 이번 테러가 노르웨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A. 해외 60여 개국 지사에 근무해 봤지만 사실 예전에 노르웨이에선 미국이나 독일, 영국 같은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외국인, 특히 동양인을 차별하고 멸시하는 분위기를 거의 못 느꼈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베트남, 유고, 파키스탄, 이라크에 이어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등 분쟁지역 난민들이 대거 유입되면서부터다.
노르웨이가 인도적 지원과 경제적 이유에서 난민들을 많이 받아들인 것이 화근이 됐다(현재 노르웨이 거주 이민자는 약 5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1%를 넘어섰으며, 그 중 무슬림 이주민이 16만명 이상이다). 이번 테러 사건은 이주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무슬림들이 ‘우리가 너무 했나’ 하는 식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반면 노르웨이 정부는 이민제한정책을 강화할 것이다. 그렇잖아도 최근 들어 이런 추세가 나타나고 있었다. 10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국적 부여 조건이 굉장히 까다로워졌고, 예전에는 이민자들에게 무료로 해주던 노르웨이어 교육도 없어졌다. 이제 노르웨이어 교육 과정을 비싼 돈을 내고 거쳐야 한다. 교육과정 이수증이 없으면 아예 영주권을 안 준다. 이런 추세가 이번 테러로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Q.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현지인들의 인상은.
A. 솔직히 별로 좋지 않다. 3년 전쯤에 노르웨이 주재 한국 대사관에서 현지인들을 상대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95%가 부정적이었다. 한국은 부정부패가 심한 나라라는 이미지가 널리 퍼져있다. 이곳 언론에서 국제 뉴스를 많이 다루는데 한국의 부정부패와 뇌물, 권력형 비리 사건 등을 많이 보도했기 때문이다.
한국인 입양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현재 노르웨이에 입양 한국인이 약 8000명 정도 살고 있는데 현지인들은 한국 입양 기관이 돈을 받고 국민을 팔아 넘겼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노르웨이인이 입양을 할 때 한국 입양 기관에 수천만 원씩 주는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이곳에선 한국이 자기 나라 고아들을 직접 챙기지도 않고 돈벌이 차원에서 외국으로 수출하는 걸로 생각한다. 입양아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상당히 좋지 않다. 고국에 대한 애타는 그리움 같은 걸 갖고 있을 것이란 생각은 환상이다. 버림받았다는 생각 밖에 없다. 한국과 관계를 갖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Q. 현지의 한국 교민 수는 얼마나 되나.
A. 노르웨이 전역에 450명 정도가 살고 있다. 수도 오슬로에는 200명 정도다. 주로 노르웨이인과 결혼한 한국인 부인들이 많다. 조선 강국인 노르웨이의 조선 관련 사업자들이 한국 조선소에 감독관으로 파견됐다가 현지에서 한국 여성과 결혼한 경우가 많다. 이들이 한국 교민의 다수를 차지한다.
현지에 진출한 전문직 종사자들이나 개인 사업자 등도 있다. 의사, 여행업 및 요식업 종사자 등이다. 일부 학생들이 1년 기간으로 단기 연수를 오기도 한다.

Q. 이번 테러 사태가 한국 교민 사회에 미칠 영향은.
A. 한국교민도 다 같은 외국인이라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들은 이곳 문화에 잘 적응하고 있고 범죄에 개입하는 경우도 적으며, 문화적으로도 서구화돼 무슬림들보다는 덜 경계한다. 그런데 이번 테러를 계기로 한국인을 포함한 모든 외국인에 대한 불만과 경계심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 교민들도 이런 상황을 잘 인식하고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지 사업가들은 세금을 철저하게 내는 등 현지 사회에 대한 기여도를 높여가야 한다.

Q. 앞으로 유사한 테러가 재발할 가능성은.
A.
장담 못한다. 특히 이슬람권 이주민들이 현지인들의 불만을 잘 파악하고 현지 문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보여야지 지금처럼 그대로 가면 갈등이 안 생길 수가 없고 그러면 추가 테러 같은 극단적 상황도 배제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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