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화재지킴이’로 활동하는 보람찬 노후
[기고] ‘문화재지킴이’로 활동하는 보람찬 노후
  • 관리자
  • 승인 2011.08.05 14:36
  • 호수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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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충북 단양 하시리경로당 사무장

바야흐로 ‘노년시대’가 도래했다. 우리나라 인구 10명 중 1명 이상이 노인이며, 그 인구는 540만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급격한 속도로 고령화시대가 도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사회안전망 등 제도적 기반 구축은 미흡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노인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곳이 터무니없이 적기만 하다.

노인일자리는 고령자의 생계유지와 심리적 안정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하지만 현실은 노인들의 이러한 기대와는 거리가 멀기만 하다. 은퇴 후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고령자들은 취업시장에서 ‘찬밥신세’다. 회사가 힘들 때면 감원 대상 1순위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인채용 직종도 경비, 청소 등 단순노무직에 국한돼 있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농어촌 지역의 고령화 인구비율이다. 농어촌 지역에서는 젊은 세대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교육 여건과 문화 인프라가 갖춰진 도심지로 너도나도 떠나기 때문이다. 특히 필자가 거주하는 충북 단양군의 노인인구 비율은 초고령사회 수준인 20%를 넘어서고 있다.

올해 73세인 필자도 노후준비와 제2인생 설계를 위해 지난 2월 열렸던 ‘2011 노인일자리 박람회’에 참석했다. 갖가지 서류를 준비해 찾아간 박람회장에는 이미 400여명의 노인들이 모여 있었다. 발 디딜 틈조차 없는 면접장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현재 필자는 단양군 매포읍에 위치한 매포공원에서 ‘단양군 문화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 하루 3시간씩 주 3일, 월 36시간, 7개월(3~9월)간 공원 주위 환경정리와 위치 안내 및 여타 관광지 안내를 맡고 있다. 매포공원은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자연쉼터이자 휴식공간이다. 조각공원과 야외무대 등을 갖춘 생태공원도 있어 1·3세대가 함께 할 수 있는 문화공원이기도 하다.

문화재를 알리고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하다보니 지난 4월에는 ‘문화재지킴이’의 활약상이 방송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단체관광객에게 단양8경 중 하나인 ‘도담삼봉’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도담삼봉은 남한강의 맑고 푸른 물이 유유히 흐르는 가운데 위치한 세 개의 봉우리를 뜻해요. 늠름한 장군처럼 위엄있게 서 있는 가운데 봉우리를 ‘남편봉’이라고 합니다. 그 옆에 키가 작은 봉우리를 ‘처봉’, 처봉보다 더 작은 나머지 봉우리를 ‘첩봉’이라 불러요. 자세히 보면 처봉은 아들을 얻기 위해 첩을 둔 남편을 미워해 돌아앉은 모습을 하고 있고, 첩봉은 아기를 밴 모습으로 남편봉을 바라보고 있어요. 옛 이야기에 따르면 도담삼봉은 원래 강원도 정선군의 삼봉산이었는데 홍수 때 떠내려 왔다고 전해지고 있답니다.”

우리의 전통을 살리고 전하는 일을 하다보니 느즈막히 공부도 시작하게 됐다. 이곳저곳 움직이는 일을 하다보니 이전보다 더 건강해졌다. 일흔을 넘어서 시작한 문화재지킴이를 통해 이모작 인생을 보람차게 그려나갈 수 있게 됐다.

노인일자리는 고령화시대를 준비하는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 고령자 일자리 창출은 인구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공급 감소, 노동생산성 저하, 재정 부담 증가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더는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다. 고령자 고용안정과 일자리 창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다.

하지만 정부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자체는 지역 고유의 사업을 통해 농어촌을 지키는 노인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정부와 기업은 다양한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을 아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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