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읽는 이슈이슈] ‘날씨 종합선물세트’ 한반도 사계절 몸살
[쉽게 읽는 이슈이슈] ‘날씨 종합선물세트’ 한반도 사계절 몸살
  • 관리자
  • 승인 2011.08.05 15:16
  • 호수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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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날씨에 이상저온까지… 유명 피서지 ‘울상’
여름엔 ‘아열대’ 겨울엔 ‘빙하기’… 변동폭 커져

계절에 따라 들쭉날쭉한 ‘널뛰기’ 날씨에 한반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날씨를 예측하기는 더 어려워졌고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면 자연의 ‘기습’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올해 7월 한 달간 서울에 내린 비의 양은 무려 1311.0㎜(이하 서울기준). 기상을 관측한 1904년 이래 7월 기록으로는 1940년(1364.2㎜) 이후 두 번째다. 최근 30년간 7월 평균 강우량(394.7㎜)의 3.3배나 된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만 이례적인 기상 기록이다.

7월 27일 하루 동안 서울에 내린 비의 양은 301.5㎜로 7월 강우량으로는 최고치고, 일일 강수량으로는 1920년과 1998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지난해 8월 전국의 열대야(아침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평균 일수는 2000∼2009년의 평균 열대야 일수보다 3배 많은 9.2일이었다. 6∼8월 92일 중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던 날은 81일이나 됐다.
이렇게 집중호우와 이상 고온이 계속되자 일각에선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가 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하지만 한반도는 겨울에 눈이 오고 봄, 가을엔 비가 내려 우기에만 비가 내리는 아열대기후에 진입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가 덮친 올해와 지난해만 봐도 그렇다.

지난해 1월 4일 서울엔 1937년 이래 최고인 25.8㎝의 눈이 왔다. 올해 1월 16일엔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5.8도까지 떨어졌고 부산은 영하 12.8도로 96년 만에 가장 센 한파가 몰아쳤다. 올해 1월 3일과 2월 11일에도 포항과 영동지역에 폭설이 내려 피해가 속출했다.

이처럼 근래에 보기 드문 폭설과 이상한파가 계속되자 “신(新) 빙하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여기저기에서 제기됐다. 이런 ‘극한 기록’만 놓고 보면 불과 반년 만에 한반도는 빙하기에서 아열대 기후로 급변한 셈이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허창회 교수는 “한반도는 원래 중위도 기후였지만 이젠 열대, 중위도, 한랭 등 3개 기후대가 섞여졌다”며 “어떤 해는 폭우가 오고 어떤 해는 폭설이 오는 등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기상이 불확실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례적인 날씨가 우리나라 같은 온대 기후지역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수치라는데 대체로 동의한다.

다만 최근 들어 기상의 변동 폭이 커지는 추세라는 데엔 입을 모은다. 몇 년간 여름에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아열대 기후가 된 것은 아니지만 평년의 강우량이나 기온에서 크게 벗어나는 날씨가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로 1970년대엔 한 시간에 30㎜ 이상 비가 오는 날이 1년에 약 12일이었던 반면 최근 10년 동안은 한 시간에 30㎜ 이상 비가 내리는 일수가 22일이나 됐다.

기상청 김승배 대변인은 “사막에 비가 수백mm 내린다면 기상 이변이라고 하겠지만 최근 한반도에서 나타나는 폭설과 집중호우가 전례 없던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라며 “다만 그 편차가 커지는 것에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1998∼2007년 10년간 연 강수량이 90년 전에 비해 37% 증가한 반면 강수일수는 5.8일 감소한 것도 변동폭이 커지는 것을 방증한다.

허 교수는 “강수량은 예전에 비해 2배 정도 늘어났지만 강수일수는 줄어 한번 비가 오면 폭우가 된다”며 “일 강수량이 600~700mm가 되는 날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들쭉날쭉한 날씨가 계속되는 것은 한반도의 지리적 위치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 사이에 위치한 한반도는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로 대륙이나 해양 공기가 한쪽이라도 바뀌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에 집중호우나 폭설은 매년 겪는 일상화된 현상이라 간주하고 시스템 자체를 변화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기상청의 조주영 기후과학국장은 “변동폭이 큰 날씨는 지구 온난화가 끝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이를 대비할 시설 인프라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도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특히 폭우나 폭설로 인한 피해가 크다”며 “내리는 비를 빨리 처리할 수 있는 배수시설 등 도시의 방재개념이 선진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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