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냄새 맡으니 죽어도 여한 없어”
“바다 냄새 맡으니 죽어도 여한 없어”
  • 관리자
  • 승인 2006.11.2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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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군 내리 성심원 중증 노인환자 30명 바다여행

“바다 바람을 맞고 냄새를 맡고 나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 성심원에 감사하다는 마음뿐이야.”


8일 산골인 경남 산청군 산청읍 내리 성심원(원장 박영선 수사)을 떠나 사천시 삼천포항에 도착한 중증 노인환자들은 타고 온 차량에서 내리면서 수 십 년 만에 바다를 접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경남 산청군 산청읍 성심원 내 중증 노인환자들이 휠체어를 타고 바다를 여행하며 즐거워 하고 있다.

 

성심원측이 수년에서 수 십 년간 중증으로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들이 죽기 전에 한번만이라도 고향 등 바깥나들이를 간절히 원하는 마음을 헤아려 마련한 여행에는 성심원 내 여든살 이상 중증환자 30명이 함께했다.


성심원측의 여행계획을 전해들은 진주 가톨릭운전기사회(회장 박태선) 회원들은 자신들의 개인택시 15대와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1t 트럭 1대를 동원해 성심원에서 삼천포항까지 왕복 교통편과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등 아름다운 동행에 나섰다.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김명애(84) 할머니는 두 여동생의 부축을 받으면서 몸으로 바다를 느꼈으며,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앞을 못 보는 오용호(85) 할아버지는 기저귀를 차고 지팡이에 의지해 바다 옆길을 걸으면서 만족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바다여행 계획을 준비하던 지난 5일 푸른 바다를 보고 싶다며 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두 분의 할머니 환자들이 결국 바다를 보지 못한 채 운명을 달리해 다른 환자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지난 3년간 “한센병을 앓은 환자들에게는 생선회가 가장 좋다”며 틈틈이 성심원까지 생선회 배달을 해 온 정근자(54·여·횟집운영)씨가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생선회를 준비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점심시간을 만들었다.


그동안 병원 바깥으로 나가는 것조차 어려워 내내 병실침대에 누워 천장만을 바로 보던 중증 노인환자들은 3시간여에 걸친 짧은 바다여행이지만 각자의 인생에서 가장 긴 감사의 시간을 보냈다.


성심원측은 올 들어 광주, 대구, 부산, 대전이 고향인 환자들의 소원을 풀어주려 이들과 함께 각자의 고향을 다녀왔으며 연말까지 강원도와 서울, 경기지역을 방문할 계획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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